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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동화집 - 세계 대문호들이 들려주는
강명희.명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강명희 교수와 명정 교수가 함께 엮은 <세계 대문호들이 들려주는 크리스마스 동화집>에는 크리스마스 날에 쓴 글이 있고, 크리스마스 날을 기념하기 위해 쓴 글도 있고, 크리스마스 비화와 관련된 글도 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글도 있었다. 때로는 크리스마스 보다는 겨울과 더 잘 어울리는 글들도 보인다.
동화집에는 다른 작품을 통해 이미 만난 적이 있던 H. C. 안데르센, J. W. 괴테, F. M. 도스토예프스키, H. 헤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O. 와일드, G. D. 모파상, A. P. 체호프의 경우처럼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작가의 글도 있다. 그리고 W.라베, S. 라거뢰프, N. S.레스코프, F. 티메르망, A. 슈티프터와 같은 전혀 생소한 작가의 글도 있다.
안데르센의 <전나무 이야기>는 어른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전나무가 등장한다. 이 전나무 이야기는 보면서 느낀 점은 훌륭한 사람을 꿈꿔왔던 어린이가 훌륭한 외모와 능력을 가진 어른이 되지만 일손이 급할 때 잠시나마 필요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같은 비정규직 천지의 세상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었다.
전나무가 어린이들의 단 하루의 기쁨을 위해 크리스마스트리가 되었고 나중에는 장작더미가 되었던 것처럼, 세상에 첫발을 내딛은 어른들도 장사철이 지나고 일거리가 줄어들어 필요 없어지면 쫓겨나게 되고, 살기 위해 일용직이라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바로 인간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한편, 기 드 모파상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쭉 들었던 생각은 부드러운 느낌의 작품을 쓰는 작가가 아닐까 하던 것이었는데, 그의 <크리스마스이브>를 접하는 순간 결코 그런 성격의 작가가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가 여성을 대하는 자세로 미루어봤을 때, 오히려 부드러움과 정반대의 느낌을 가진 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
오스카 와일드의 <별 아이>는 주인공의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에 대한 보상과 징벌이 상당히 즉각적으로 반영되고, 주인공의 모습이 그 행동에 따라 변하는 다소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어서 좀 놀랍기는 했지만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강하게 주려는 의도로 해석되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을 흥미롭게 읽어 내려갔다.
개인적으로 이 동화집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아달베르트 슈티프터라는 작가의 발견이다. 그에 대해서 잠깐 조사해봤는데, 괴테와 헤세 사이를 잇는 교양소설 작가로 상상을 통한 묘사가 아니라 체험을 통한 객관적인 묘사를 중시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느릿느릿 한 폭의 풍경화를 그리고 있는 것 같은 <성탄전야>의 풍경은 마치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정말로 그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깝지만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산골의 두 마을이 낳은 아들과 딸. 두 마을을 왕래하는 유일한 존재인 오누이. 그들에게 닥친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묵묵히 헤쳐 나가는 콘라드와 수잔나를 통해 비로소 두 마을의 화합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는 그가 왜 뛰어난 교양작가로 평가받고 있는지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