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A Christmas Carol) 외 -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럴 ㅣ 펭귄클래식 4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작품이 어릴 적에 동화책으로 읽었던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대부분 알다시피 구두쇠의 대명사 스크루지 영감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유령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봄으로써 이제껏 잘못 살아왔던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내용의 이야기다.

그런데 보통 우리들은 스크루지라고 하면 ‘구두쇠영감’ 이라는 공식이 너무나도 강하게 박혀있어서 이 이야기를 읽고 대부분 ‘베풀 줄 아는 삶을 살자’ 는 정도를 교훈으로 얻곤 하는데, 이번에 번역된 원전을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것은 찰스 디킨스는 베푸는 삶 그 이상의 삶을 교훈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바로 어우러지는 삶이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삶이다.

쉽게 말해서, 어우러짐이란 유령과의 만남 후에 잠에서 깨어난 스크루지 영감이 직접 칠면조 고기를 사들고 조카 프레드의 집을 방문하여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듯이 우리들도 직접 선물 꾸러미를 들고 어려운 친척이나 이웃들을 방문하여 일 년에 단 한번 찾아오는 크리스마스를 즐거운 마음으로 보내자는 것이다. 이 어우러짐은 이 책에 실린 작품 <가난한 일곱 여행자>에서도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찰스 디킨스가 설파하여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찰스 디킨스는 그의 다른 단편들인 <크리스마스 축제> : 잘못은 모두 덮어두고 이날만큼은 함께 민스파이를 즐기자!, <교회지기를 홀린 고블린 이야기> : 기쁨과 행복의 원천은 지식이 아니라 마음에 있다!, <험프리님의 시계에 실린 크리스마스 이야기> : 동병상련의 아픔을 서로 의지함으로써 이겨내자! 라는 교훈들을 함께 버무려 어우러짐의 의미를 한 층 더 단단하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디킨스는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유지하고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 가르친다.

그렇기 때문에 찰스 디킨스가 말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란 단순히 구두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스크루지란 구두쇠라기 보다는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스크루지의 재산도 어차피 자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자기만 잘 살면 누가 어떻든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모두가 스크루지다.

따라서 우리는 스크루지처럼 살아서는 안된다. 죽은 스크루지의 동업자 말리가 메고 온 쇠사슬. 스크루지가 죽어서 얽매이게 될 쇠사슬 이야기는 믿지 않지만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찰스 디킨스의 교훈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당신이 누리는 축복, 누구나 느끼는 평범한 행복을 생각하라. 어쩌다 겪게 된 지나간 불행 따위는 잊어라. 즐거운 표정과 뿌듯한 마음으로 술잔을 다시 채워라. 우리의 삶은 변함이 없더라도 크리스마스는 즐겁게, 새해는 행복하게 맞아라.” -30p-

“친절과 용서와 자비가 가득한 좋은 때죠. 일 년이라는 많은 날들 중에 남녀 할 것 없이 닫혔던 마음을 활짝 열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자기와는 다른 길을 가는 별종으로 생각하지 않고 무덤으로 함께 가는 길동무인 양 생각하는 때가 유일하게 크리스마스거든요.” -75p-

"처음에 사람들의 비웃음을 당할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 세상엔 영원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비웃음은 눈감아 버리면 그만이며, 사람들이 병을 앓아 별로 아름답지 않은 흉터가 남는 것보다는 차라리 비웃어서 눈가에 주름살이 생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19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