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추구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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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의 <아메리칸>이나 <데이지 밀러>같은 소설은 구대륙 유럽의 귀족사회와 신대륙 미국의 성공한 사업가의 이미지를 대비시킨다. 제국주의 관점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 대비는 개성이 넘치면서도 실리를 추구하는 새로운 주류세력을 부각하기 위함일 것이다.

 

실제로 빅토리아 시대. 유럽의 귀족사회가 썩을 대로 썩어서 이미 끝물에 접어든지 오래되었고, 그런 상황에서의 부패한 일상을 그린 소설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으니, 아메리카라는 이름의 낯설면서도 새로움을 원하던 다수 사람들에게 잘 먹혔을 테다.

 

그런데 <행복의 추구>에서 드러난 미국의 와스프들. , 보수적인 청교도 집안의 일상. 세계 대전 이후의 미국 주류 사회의 모습은 헨리 제임스에서 묘사한 자유분방하고 넓은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개념과 비교했을 때 아주 큰 괴리감만을 던져다 주었다. 그들의 모습은 빅토리아 시대의 귀족가문들이 하는 짓거리와 차이가 없었다. 와스프의 폐해는 빅토리아 시대의 답습의 형태를 띤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행복의 추구>는 이처럼 불합리한. 마치 꽉 막힌 호수에 보수주의의 물결만이 가득히 고여 있는 사회에 홀로 남아있는 헨리 제임스가 묘사한 이상적인 미국인의 모습으로 살아간 한 여인의 인생을 기록해놓은 결과물이다.

 

55. 모든 게 너의 실수로 빚어진 일이었다 하더라도 넌 그 잘못된 판단 때문에 벌어진 일들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을 거야. 늘 아픔이 따라다니겠지. 그런 점에서 인생은 불합리해. 작고 커다란 슬픔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그게 바로 인생이 되는 것이지. 사람들은 그 모든 슬픔을 끌어안고 사는 법을 터득하게 되는 거야. 생에서 슬픔은 필수적이야. 슬픔이 우리에게 생의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지. 신이 술을 인간에게 부여해준 건 생의 필연적인 비극성 때문일지도 몰라.

 

146. 내 행복을 누군가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행복해지려는 욕구를 빼면 뭐가 남죠? 결국, 나를 책임질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다는 거죠.

 

액자 소설의 구조를 한 소설의 형식 속. 실질적인 주인공 새러 스마이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못된 시어머니와 마마보이 남편은 와스프 집단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남의 눈을 의식하며 도덕적 규범에서 삐죽 튀어나오지 않으려 하면서도 일견에는 남들보다 더 잘사는 모습을 과시하려고 하는지. 아이를 유산하는 비극을 통해 그 사회가 만들어낸 부작용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매우 통속적이며 고전스러운 서술 형태로서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토마스 만과 발자크의 어떤 무언가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우리들이 흔히 고전이라고 부르는 작품들과 유사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의식의 흐름을 사용하는 작가들과는 좀 다른 편에 속한다. 그 이전의 작가들의 문체와 유사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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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적인 인간
브라이언 크리스찬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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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다이 커다란 배꼽은 오기로 똘똘 뭉쳐있을 수도 있겠다컴퓨터와 인간의 경쟁그리고 가장 인간적인 컴퓨터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대화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로봇에 대한 경쟁심의 발로로 그들에 대하여 치밀한 탐구를 실행한 결과는 <가장 인간적인 인간>을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인간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거다그래서 인간과 컴퓨터의 다른 점이인간이 가진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나열해놓은 책이 <가장 인간적인 인간>인데그 논의를 따라가는 여정이 조금은 험난하지만 유익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책의 공란에 어김없이 무언가를 끄적여놨지만……. 아래 부분은 메모한 것에 살을 조금 붙여 그냥 써내려간 부분들이다.

 

1. 소설 <수비의 기술>의 헨리 스크림섄더가 겪은 극도의 슬럼프에 관한 원인에 대한 해석그것은 인간 헨리 스크림섄더의 독자적인 행위라기보다는 아파리치오라는 레전드의 플레이 패턴에 따른 행위이 책에서 말하는 개념책(패턴) 따라잡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그리고 연속 무실책 기록 중단이 아파리치오의 경기와 같은 숫자에서 멈추는 순간은 이를 암시하듯 그려진다.

 

결국헨리 스크림섄더는 아파리치오를 넘어서야만(이것은 야구와 기록에 관한 문제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아파리치오의 책 <수비의 기술>과의 결별 혹은 홀로서기를 선언해야 함을 의미우연이 연속되며 위기를 넘기고 있는 그의 고달픈 나날과 작별할 수 있을 듯하다.

 

2. 아인랜드의 낭만주의 소설 <마천루>를 보면서 주목했던 인물 하워드 로크의 인생 방향이<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모델과 가깝다고 생각했다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의 전형(원시인의 개념이 아닌 고정된 관습적인 방식을 타파한다는 개념)을 보여준다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창성을 마음껏 펼쳐놓는 그의 용기와 의지를 바라보는 그 순간부터 나는 그 인물에 큰 매력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3. 또 하나의 생뚱맞은 생각은 한가인의 소주 광고에서 시작한다스탠드 불빛에 의존한 채우연히 클릭해서 들어간 그 술집남자 직원의 주민등록증 검사를 무사히 마치고따라서 들어오라는 그의 뒤를 따라 시선을 발걸음처럼 하여 내딛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이 전환되면서 테이블에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녀의 웃음 띤 얼굴과 잘 지냈었느냐는 공기의 울림이 정겹게 느껴졌고그 후에도 계속 그녀가 하는 위로의 말에 마음이 동했었는데이것이야말로 컴퓨터가 한가인의 모습을 빌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가장 훌륭한 모델이 아닌가가장 인간다운 컴퓨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4. 또 하나의 생각은 만화에서 시작한다신세기 사이버 포뮬러의 아스라다이 컴퓨터가 가장 인간다운 컴퓨터의 모델어떤 이상적인 형상을 그리고 있고아스라다의 레이서 하야토의 제로의 영역이 <가장 인간다운 인간>에서 말하는 니체의 초월에 대한 관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야토와 아스라다의 조합은 가장 인간다운 인간과 가장 인간다운 컴퓨터의 조화로운 만남이고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최적의 상태라고 볼 수 있다이와는 대조적으로 필 프리츠와 알-자드의 관계는 필 프리츠는 인간성을 상실한 하나의 부속품이요-자드는 도구를 착취하는.쉽게 말해서 인간과 컴퓨터의 관계가 뒤바뀐 모습으로 여겨진다따라서 알자드는 나쁜 의미에서 <가장 인간다운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5. 고스트 바둑왕의 사이 역시도 인간적인 컴퓨터의 모습을 나름대로 형상화한 모델로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의 책(수)을 따라하기 급급했던 히카루는 경쟁자 도우야 아키라의 열정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사이를 넘어서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독자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가장 바람직한 인간상을 띄는 컴퓨터의 허점을 연구함으로써 <가장 인간적인 인간>의 저자 브라이언 크리스찬도 성장한다. (앞서 예를 든 만화의 조화라는 방식보다는 경쟁의 방식을 사용했지만 어떤 존재가 다른 존재에 대하여 생각한다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조화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고, 그래서 발전했다는 결과는 같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은 나도 조금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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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몬 라
빅토르 펠레빈 지음, 최건영 옮김 / 고즈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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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전 시대에 달이란 무엇이었을까대항해시대. 유럽 열강이 제국을 건설하려고 하는 경쟁심에 착취당해야 했던 미지의 아프리카 대륙그것과 같았을까역사가 새겨놓은 기억처럼 오늘날에도 달을 정복하면 그들의 이데올로기로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섣부른 믿음과 꿈이 미국과 소련 양강의 시선을 우주로 향하게 하였다그 시대를 살았던 당사자에게 이 그들의 이상이자구세주였을지도 모르겠다.

 

달 탐사가 끝난 후아무것도 얻지 못하고(우주탐사의 계획은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인인공위성의 개발에 만족하고 있는 지금 현재의 시점으로만 바라본다면 그들의 경쟁은 새로운 땅새로운 자원미지의 생명체를 발견하려는 기존의 목표에 미치지 못했고냉전 시대에 이뤄놓은 이데올로기의 전투력을 세계시민에게 뽐내기 위한마치 어린아이와도 같은 치기어린 다툼이 되고야 말았다.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던 사회주의자들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희생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돼지 같은 자들은 냉전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거짓 이상에 젖어 우주를 동경해왔던 오몬 라와 같은 소년들의 소망을 이용한다영웅이라는 이름으로 떠받들겠다고 하지만, 소년들을 대하는 돼지들의 모습은 영웅을 대하는 것이 아닌 희생양을 대하는 모습과 같다. 그들은 철저히 오몬 라 외에도 1, 2, 3차 로켓 분리대에 타고 있던 어린 목숨을 착취한다.

 

빅또르 올레고비치 뻴레빈의 <오몬 라>는 이처럼 부조리의 늪에 빠져 버린 사회주의의 현실을 폭로한다자본에 착취당하지 않기 위해 건설하고자 했던 유토피아. 유토피아 사회를 추구하려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또 다른 착취가 이루어지는 역설이 존재한다.

 

이 착취는 사회주의 체제의 문제가 아닌인간의 본성에 따른 착취가 됨을그러므로 유토피아의 한계는 체제의 문제가 아닌인간 본성의 문제라는 <동물농장>에서 배웠던 기존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하여튼 간에 인간 본성의 문제 혹은 사회주의의 모순만을 소재거리로 삼았다면 <오몬 라>는 평범한 소설로 전락했을 것이다.

 

2. 최인훈의 <바다의 편지>를 봤을 때, 인간이라는 존재의 해체 순간죽음을 뼈와 살에서DNA의 분해로 해체되는 과정과 마지막에 남겨진 어머니의 이미지로서 그려내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섣불리 예상 조차 할 수 없었던. 태초의 모습을 바라보게 했던 어마어마한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을 꺼내본다.

 

그리고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기억력(능력)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이기적인지 그리고 그 불완전함으로서 만들어내는 혼자만의 완벽한 현실을 목격할 수 있다그리고 파트리스 라누아의 <나비들의 음모>에서도 마찬가지로 불완전함은 그려진다그리고 이 불완전함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인상깊었다.

 

빅또르 올레고비치 뻴레빈의 <오몬 라역시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저자이자 1인칭 화자가 풀어내는 의식의 흐름과 의식의 내면을 서술하고 있는 방식이 돋보인다이 방식을 단순히 의식의 흐름이라기 보다는 달에 성공적으로 착륙한 오몬 라의 뇌리에 모스크바의 풍경이 펼쳐지는 그래서 달과 지구의 그 공간적인 거리가 제로로 수렴하는 모습처럼 의식의 확장과 그 표현이 두드러진다.

 

한편빅또르 올레고비치 뻴레빈의 <오몬 라>를 훌륭한 소설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최인훈불리언 반스파트리스 라누아 등의 소설(언급한 소설에 한함)이 부조리의 폭로와는 관계 없이 어떤 벽을 마주한 상황에서의 인간 존재의 탐구에 탐닉하고 있는데 반해서 뻴레빈은 사회 부조리에서 생성된 어떤 의식과 그 의식에 대한 확장으로서 그 둘을 연관지어 발전시켜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음사 모던클래식은 아마도 이 작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마지막으로 나는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좋은 소설을 보는 눈을 더 기른 것 같고(책 뒤에 첨부한 해설자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단순히 역사적 현실과 처절함만을 나열하는데 만족하는 소설이 아닌이런 방식(부조리와 부조리를 겪는 인간 내면의 흐름그리고 무한대의 확장)처럼 연결성이 분명하고 뛰어난 소설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스토리의 연결이 확연하지 않아도, 의식의 서술로 텍스트에 돌풍이 몰아닥쳐도 무조건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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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마뇽 -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현생인류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수민 옮김 / 더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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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프리카 이브아프리카 대륙에서 탄생한그들의 진화과정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화산폭발로 말미암은 극악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초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현생인류의 조상.크로마뇽인은 생존을 위해 먹이를 따라서 유럽대륙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혹한의 환경에 차츰 적응해나갔다. 

 

37.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역사상 중대한 시점이면서도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인 10만 년 전과 5만 년 전 사이의 어느 한 시점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현대인과 같은 완전한 인지능력을 발달시켰다는 것이다.

 

그 이동의 결과4만 년 전 빙하시대그 과거의 어느 한 장소에서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은 우연히 마주쳤다고 한다이 마주침의 순간두 종의 시선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을 <크로마뇽>은 극적으로 그려냈다그렇지만 시선이 마주친 두 인류의 종 가운데 크로마뇽인은 살아남아 현재 인류의 조상이 되었고네안데르탈인은 지구 상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고 한다.

 

183. 그들(크로마뇽인)은 냉혹하고 건조한 지역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길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달려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누구도 정보를 자신만 알고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속도와 이동성지속적인 혁신계획그리고 독창성이 현생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근동 지역으로 집단이주를 하는 동안 호모 사피엔스가 생존할 수 있게 해준 자질이었다.

 

206. 그들(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가 가지고 있었던 상상력과 자아인식 능력이 부족했다크로마뇽인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생인류가 가진 사전계획능력과 모든 복잡한 사회 메커니즘이 없었다오리냐크기 사람들(크로마뇽인)은 사회적 상호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수명이 더 길어진 큰 무리의 일원으로 생활했다기술혁신은 흔한 일이었고 지식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쉽게 전달됐다.

 

네안데르탈인은 사라졌고크로마뇽인이 남은 이유는 무엇인가이 질문의 답(혹자는 바늘이라는 한 단어로 생존의 모든 이유를 말하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바람직스럽지 않은 요약처럼 여겨지는)이 바로 브라이언 페이건의 <크로마뇽>이 내세우는 핵심 내용이고그것에서 더 나아가 저자는 크로마뇽인의 발자취를 추적하고일부 장면을 소설처럼 복원시켜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다만아쉬운 것은 눈앞에 펼쳐지는 그들의 삶은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유적과 과학자들의 탄소연대측정에 전적으로 의존한 삶의 복원이고책에서 드러나는 이와 같은 불완전함은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흥미를 위해서라면 아예 소설처럼 복원해놓은 장면만을 나열하면 좋았을 텐데복원하게끔 했던 원인을 제공했던 조각들까지 <크로마뇽>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호락호락한 책은 아니었다.

 

2. 나는 단순한 이유에서어쩌면 아무런 이유 없이호모 사피엔스에 속하는 현생인류이자 우리들의 선조크로마뇽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너무나도 가벼운 마음가짐으로서의 시작이었다그래서일까몇 만 년 전 빙하시대에서 살아남은 크로마뇽인의 삶으로부터 무언가 배울 점을 찾아보자는 <크로마뇽>의 교훈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불평을 했다.

 

많은 위인유명인의 삶을 배우는 것도 모자라 생존만을 위해서 살았던 그들의 삶을 배워야 하는가?’,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의미 말고어쩌면 다른 것(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삶의 의미)을 추구해야 할 우리가 과연 그들의 삶을 배우기 위해 기를 쓰며 달려들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빙하시대를 살았던 인종의 생존기록을 배워야 할 만큼 오늘의 사회 모습이 빙하시대의 얼어붙은 빙하처럼, 차가운 눈빛을 가진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모습에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엔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삐딱해졌다.

 

배우려 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 그들의 삶의 기록은 내 기억 속으로 이미 들어와 버렸다억지로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 크로마뇽인의 생존기록을 고통스럽게 탐색하는 행위보다 차라리 이런 방식처럼. 이런 느낌처럼. 책이 남긴 기록을 내 기억 속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하여 그들을 반추하려는 지금 이 순간의 자그마한 노력과 행동이 개인적으로는 더 보람 있는 결과물이 아닌가? 라는 자기 위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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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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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궁녀>에 의하궁녀는 조선 시대 천민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었다고 한다오늘 날의 스튜어디스만큼 전문적이었으며그 시대의 웬만한 고위 공무원보다도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 바로 궁에서 일하는 것이었다니사극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엑스트라이자 조연인 그녀들의 숨은 비밀이 놀라웠다. 

 

돈의 논리로 접근하는이런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책의 일부 단면이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실제 사료를 통해 궁녀의 수입과 고위층 대부의 급료를 비교한 자료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고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는 이야기가 엄청나게 큰 땅을 왕의 허락 하에 구매하고, 소작인을 부리면서 살았던 17세기 박상궁의 이야기였다그러므로 저자의 흥미 유발 방식은 얄밉게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여겨진다.

 

또한, 평생 다른 남자와 살 수 없는. 만약 다른 남자와 통하였다가는 발각되는 그 즉시 남자와 여자 모두 참형에 처하는 엄격한 법 체계는 그녀들이 가진 성의 포기를 각오해야만 하는 어두운 굴레였고, 그래서일까. 동성애에 빠져든 어느 궁녀의 이야기는 애처롭게 들려왔다.

 

2. 사람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성과 돈에 관한 내용뿐 아니라 조선 시대 궁녀의 전반적인 모든 사실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궁녀>는 살려낸다지밀궁녀제조상궁보모상궁본방나인과 같은사극이나 역사소설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었던듣는 순간 '궁녀'라는 한 단어로 일반화함으로써 궁녀의 숨은 위치를 단순화 시켰던 지난날의 흐릿한 기억에서 궁녀의 위상과 역할의 재고를 위한 충분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는 책이 바로 <궁녀>.

 

예를 들어최근에 읽은 김시연 작가의 <이몽>의 책을 기억의 서랍에서 꺼내보면, 제조상궁을 두고 내명부의 영의정이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사용하는데이처럼 궁궐의 내명부에서 상당한 권력을 지닌. 가장 높은 벼슬인 영의정으로 비유하는 제조상궁이 왕(철종)의 곁에 있지 않고순원왕후의 곁에서 수발을 들면서다른 세력의 견제를 위해서 첩자를 심어 그녀의 눈과 귀가 되어 움직이는 장면. (심지어 부제조상궁은 신정황후의 세력인 풍양 조씨 가문을 위해 일한다.)은 조선의 권력 향방이 안동 김씨 가문에 쏠려있음을 분명히 나타내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궁녀>를 읽고 <이몽>를 기억했을 때약간 거북스럽게 생각했던 것은. 철종의 슬픈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두 가문의 세력 다툼의 현장을 그린 <이몽>의 궁궐 내부의 풍경이 첩자들이 마음 놓고 활보할 수 있는. 즉, 세력들 각자가 소곤대는 계략들의 비밀유지가 전혀 되지 않는 열린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는 점이고심지어 자객이 왕의 처소를 쉽게 습격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신명호의 <궁녀>에 따르면 궁녀의 소속이 정해지는 순간 그녀가 모셔야 할 궁궐의 주인과 운명공동체가 되어야만 한다. 정상적인 궁궐의 모습이라면 운명공동체를 위해자신이 모시는 사람의 권력 확보를 위해 궁녀가 암암리에 활약하며이런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통해 균형이 팽팽히 유지되고 있는 궁궐이 정상이다.

 

만약, <이몽>의 작가가 왕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려내기 위한 장치로 제조상궁의 배신(아예 누울 자리를 순원왕후가 있는 쪽으로 정해놓은 상황). 그 뿐만 아니라 내명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강화도령 철종이 맞닥뜨린 궁궐 상황의 비정상적인 면을 부각하고자 이야기를 구성했다면, <궁녀>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사실을 깨달았음을 나는 인정해야만 하고<궁녀>는 이처럼 숨겨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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