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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왈츠 ㅣ 밀란 쿤데라 전집 4
밀란 쿤데라 지음, 권은미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1.<향수>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은 쿤데라의 소설이다. 두 작품을 단순하게 비교해보자면 일단 소설 <이별의 왈츠>는 <향수>보다 가독성이 훨씬 좋다는 장점이 있다. <이별의 왈츠>에는 클레마, 루제나, 슈크레타, 베르틀레프, 야쿠프, 올가, 프란티셰크, 카밀라. 총 8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데, 각 인물의 관점을 짧게 분절하여 입체적인 그려내는 모양새가 훌륭했다.
다양한 인물 간의 전환이라는 측면을 중점적으로 비교했을 때, <향수>도 남성과 여성의 관점 사이를 오가는 소설이었지만, 남성과 여성이라는 관찰자적인 요소보다 전지적인 서술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정의·정리하려는 인상이 짙어서 상념으로 가득 채운 에세이라고 분류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2. 두 소설은 사르트르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말처럼. 체감. 그러니까 우리가 <향수>에서 막연히 동경했던 고향에 대한 향수가 실제로는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처럼 <이별의 왈츠>에서도 우리가 암묵적으로 인정해왔던 여러 고정관념을 실존의 영역으로 옮겨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그런 소설이었다.
그러한 실존의 아이러니를 서술하자면, 불임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의 도움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얻은 아이의 코가 부모의 코와 다르게 넓고 컸지만, 본질에 대한 의심조차 않는 상황.
이 남자 아니면 저 남자밖에 없다고 여겼던 그녀에게 새로운 남자가 등장함에 따라 양자택일을 기다리던 두 남자의 영향력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상황.
아이를 잉태한 순간부터 이루어지는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시각. 아름다움을 탐닉하기 위한 곡선으로 이뤄진 예술적인 몸매에서 새로운 존재의 탄생(제삼자의 끼어듬)으로 인하여 젖이 나오는 통로로의 변화를 불평하는 상황.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살펴보면 소설의 인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체제에서의 실질적인 상황에 불만이 있고, 그래서 이러한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지닌 인물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서, 본질은 각기 다른 인성을 지닌 인간들이지만, 실존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현재의 위치에서 벗어나려는 본능을 지니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3. 그러한 본능 때문인지 <이별의 왈츠>가 그려낸 실존의 아이러니에서 ‘도덕성’은 찾으려야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같다. 모두가 다소 이기적이었고, 자신의 행복과 편리를 취하기 위해. 즉, 자기 앞의 놓인 실존을 자신에게 유리한 상태로 돌리기 위하여 타인에 대해서는 다소 무미건조한 시선을 보내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원인을 애초부터 깨닫고 있었던 슈크레타 같은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비밀을 알게 된 올가 역시.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차츰 동조하게 되었다. 그 존재의 비밀스러움에 쾌감을 느끼면서…
377p. 정의란 인간적이지 않아요. 맹목적이고 잔인한 법의 정의가 있죠. 아마 또 다른 정의, 최고의 정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죠. 난 언제나 이 세상에서 정의 밖에서 사는 느낌이에요.
어쩌면 이러한 인간 존재의 편협한 생각들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