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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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돌직구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돈다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삼성의 투수. 오승환의 당찬 투구 스타일과 개성을 묘사하는 단어기도 하지만그보다 이 단어는 지지부진한 상황을 용납하지 못하는 직설적상대방(적대적이거나 혹은 낯선)을 파고들어 우위를 점하는 용감무쌍함을 칭송하기 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가 하면 case by case. 케바케라는 단어도 있다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뜻을 풀어 보면 경우에 따라서개별적으로사례별로원칙이 없이그때그때 다르다.’ 라는 뜻이지만각각에 대한 빠른 대응을 원하는 구동력을 상징하거나 아니면 비이성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단어처럼도 들린다.

 

사례로 든 긍정과 부정의 언어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을 보여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상대방에 대한 대응은 돌직구처럼 직접적이며 명쾌해야 하고, 어떤 상황에 마주치더라도 케바케스러운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이러한 산물로 구성된 세계에서 살며 자연스럽게 유행을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도 점차 돌직구와 케바케에 익숙해져 간다.

 

2. 스티븐 킹의 <11/22/63>은 이러한 돌직구와 케바케의 본질을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작품이었다. 쉽게 말해서 디지털 시대에는 접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향수를 풀풀 풍겨내면서 휴머니즘으로 가득 채워 낸 소설이 바로 <11/22/63>이다.

 

이렇게 칭찬을 늘어놓다가 생각해보니 여러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는 스티븐 킹의 글쓰기 방식이라던가아니면 스티븐 킹이 이 소설을 보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던 <나는 전설이다> 같은 책을 읽어 봤으면서도 정작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나도 왜 안 읽었는지 모르겠다.

 

3. 이 소설은 분수령에 관한 이야기우연히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고통스러운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캐롤린 풀링해리 더닝그리고 존 F. 케네디의 비극을 초래한 그 분수령을 저자의 상상력을 기초로 바로잡아 본 소설이다.

 

스티븐 킹이 창조한 이런 방식은 그야말로 판타지이며. 실제로는 지금껏 흘러온 이 비극의 시간들이 손바닥 뒤집듯이 갑작스레 바뀌진 않겠지만, 이 소설에 대하여 좀 더 넓고 냉철하게 바라본다면 개개인들이 에티카적인 선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분수령을 바로 잡기 위해 나선 스티븐 킹의 분신. 2011년의 크리스티 에핑. 1959년의 조지 앰버슨의 교차는 마치 PC게임의 저장과 불러오기 기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그리고 한 번의 저장과 불러오기를 통해 에핑은 고집이 세고 변화하지 않는 과거에 맞서기 위해 조용히 돌직구를 날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판단을 한다.

 

하지만케네디를 암살한 오스왈드를 저지하기 위해서 숨을 고르며 기다리는 시간동안 그는 1960년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인재가 넘쳐나고,그것보다 에핑의 재능을 제대로 알아주는 동료들이 그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매력이 철철 넘쳐나는 이 부분은 아마도 스티븐 킹의 개인적인 향수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4. 그렇지만 아쉽게도 에핑은 그 시대에 존재해선 안 될 사람이었다앰버슨은 존 F.케네디를 구함으로써 베트남 전쟁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앨의 공적인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그래야 해리 더닝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며베트남에서 목숨을 버린 수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핑의 코앞에 다가온 매력적인 유혹을 어떻게 뿌리칠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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