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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 영화 '남영동 1985'의 주인공 김근태 이야기
방현석 지음 / 이야기공작소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책은 소설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소설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만 소설이다. 방현석 작가가 쓴 김근태의 일대기를 다룬 실화소설.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는 누구 말마따나 절대 그럴리 없는 상상 속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 아니라 이것이 실제 일어났던 사실이면 불편해할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소설로 퉁쳤다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 것 같다. 퉁하고 쉽게 끝날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2. 위의 단락은 경향신문의 기사를 읽기 전. 소설을 바라보면서 느낀 개인적인 생각이었고, 실제로는 인재근 의원으로부터 고인의 삶을 기록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구술을 빌어 김근태 의장의 삶을 기록해 나가다가 고인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완벽한 글의 탄생이 어렵게 되자 자서전에서 소설로 형식을 변경했다고 한다.
구술로 채워지지 않은 나머지 부분은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민주화 운동에 관련하여 출판된 참고자료를 인용해서 써내려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주변 사람의 증언들은 서체를 달리하여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때>는 평전이나 다름없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사실과 다를 바 없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김근태 의장은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의 '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는 나는 소설 속의 '나'와 일심동체가 되어서 김근태 의장이 느꼈을 감정들을 공유했다. 그런 의미에서 상당한 몰입도를 가져다주었다.
3. 이 책은 김근태 의장의 삶의 기록이다. 이 책은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수재라는 사실이 알려주듯이. 나라의 경제 성장을 정치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생각했던 한 청년이. 고등학생 시절에도 그랬고, 대학교 입학 초기에도 박정희에 반대하는 학생에 맞서 논쟁을 벌였던 한 청년이 어떻게 민주화의 투사가 되었는지 알려준다.
박정희에 맞서게 된 이유는 총통이 되기 위해 유신 개헌을 이룬 박정희의 탐욕스러운 권력욕에 의하여 사라져가는 민주주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반대자를 처단하기 위하여 국민들에게 심어놓은 반공 사상도 마음대로 이용한다. 그 잔재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잘 먹히는 여전히 좋은 수단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반대의 이유는 일본 군국주의의 식민주의 사관에 물들어 있었던 박정희의 그릇된 역사인식에 대한 저항이었다. 미개한 조선인들을 개화시켰다는 일본인들과 친일 언론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받들어 한국전쟁 이후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계속 쉬지 않고 일하라고 채찍을 휘두르고 소리친 격이었다.
박정희의 업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에너지와 기간사업을 육성하는 경제 개발 5개년의 계획은 이미 장준하 선생이 기획했던 정책이라는 사실을 봤을 때, 박정희의 군국주의적 식민사관으로 일구어낸 경제 발전은 일제와 비슷한 의미에서의 식민통치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결과물로 인하여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말을 듣지 않으면 몽둥이가 약이고, 일단 지르고 나면 차차 적응할 수 있다라고 섣불리 판단 짓는다.
4. 이 책은 1980년 5월 18일에 대한 진실도 포함하고 있었다. 네이버에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뜨는 화면은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전두환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를 보면 광주 시민이 왜 총기를 들고 일어나야 했는지 알려준다. 게다가 그들은 먼저 총기를 들고 일어나지도 않았다.
박정희가 암살되고 난 이후, 그 자리를 노렸던 전두환과 유신의 잔당들이 전국에 계엄군을 보냈고, 그에 반대하기 위해서 학생 위주의 시위대를 짰던 광주 시민이 5월 18일에서부터 무려 나흘에 걸쳐 계엄군의 총과 대검에 의해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피격당하고, 난자당했던 것이다.
그런 공격에 분노한 광주 시민들은 21일 오후부터 계엄군의 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화순, 나주 지역에서 경찰서와 파출소의 예비군무기고를 열어 총을 들고 무장해, 시민군을 결성했던 것이다. 그리고 계엄군에 맞섰던 것이다. 과연 이것이 폭동일까? 매우 의문스럽다.
5. 이 책은 반민주화 시절. 힘의 우위에 있는 인간이 한 인간을 어떻게 고문으로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일인칭 화자의 적나라한 심리 묘사 통해 보여주고 있다. 아무래도 이 책을 평전이 아닌 소설로 만든 것은. 김근태가 아닌 '나'가 서술하도록 한 것은 이 고문의 기억을 제대로 알리고 싶은 작가의 의도 때문에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고문과 관련된 진실은 김근태 의장에게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비롯하여 각종 고문을 했던 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문기술자 이근안 한 명이 아니라. 총 여덟 명이 그를 린치하고, 그의 손과 발을 붙잡고, 거짓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처참하게 그를 짓밟았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