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 검색의 시대 인문학자의 생각법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이용택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1. 문필가의 수필


글을 지어 대중에게 발표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던 작가 겸, 편집자 겸, 대학교수가 남긴 수필집이다. 작가 소개를 보면 구시다 마고이치라는 작가는 산과 자연 삶에 대한 사색적인 글을 써서 주로 '사색 수필가' , '산의 철학자'로 불린다고 한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을 읽으면 그에게 왜 그런 별칭이 붙었는지 알 수 있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은 2005년 별세한 구시다 마고이치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복간한 책이라고 한다. 생전의 그의 인생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구시다 마고이치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작품으로 이 책.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을 꼽았다는 점에서 제법 의미가 있으며, 그를 말하는 가장 상징적인 수필집이라고 볼 수 있겠다.


2. 당신만의 정의. 추상적인 것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형이상학적인 것에 대한 사색의 결과물로 가득하다. 이 책의 첫 번째 수필의 제목이 '생각한다는 것에 대하여'이며, 이어서 '본다는 것', '의심한다는 것', '안다는 것' 으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떻게 보면 인간을 이루는 관점을 조직하는 하나의 단위세포라고 볼 수 있는 이러한 개념들에 대하여 조금씩 정의를 쌓아나간다. 


10. 인간은 주변의 것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성향이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동물에게 온갖 정을 쏟기도 하고 고양이나 개를 위해 눈물을 흘릴 뿐 아니라, 새빨간 사과를 보면 사과의 기분마저 이해한다고 착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인간은 서로의 마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말이 통하는 사이라서 마음과 뜻이 잘 통할 듯해도, 턱을 괴고 한곳을 지그시 바라보고 앉아 있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없으니 혼자 추측만 할 뿐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에 대하여-


26. 인간은 의심을 함으로써 올바른 것과 잘못된 것, 좋은 것과 나쁜 것을 판단한다. (...) 그런데 의심의 결과가 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을 의심해본 후 별다른 단점이 없고 장점만 눈에 띈다면 '분명히 좋은 것'이라고 판단하고 싶겠지만, 사실 모든 조건을 하나도 빠짐없이 의심해보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의심한다는 것에 대하여-


38. 요즘 각광받는 다이제스트 식 책은 얕은 지식을 얻는 데 비교적 시간과 돈이 적게 들어 지극히 편리합니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면 매우 위험합니다. 남에게서 빌린 지식으로라도 자신을 매력적으로 꾸미려는 것은 아마도 인간의 마음속 깊이 뿌리 박힌 허영심 때문일 것입니다. -안다는 것에 대하여-


53. 우리 시대에 가장 부족한 것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하네. (...) 요즘 사람들은 일한다는 것을 저주스러운 것,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노역으로 생각해. 하지만 일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생존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우리의 명예라고 봐야해.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건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돼. 혁명 이전의 구체제 시대부터 지금까지 남아 있는 물건의 대부분, 즉 가구, 도구, 직물 등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의 위대한 직업정신이 담겨 있지. 사람은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싶을 때도 있고 일하기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 어떨 때는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다가도 또 어떨 때는 짜증 내며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거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하는 것 자체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아. 만약 일한다는 것이 인간의 생존에 대한 대가가 아닌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이라면 지금보다 한층 더 행복할 텐데.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3. 다가오는 선망. 꿈에서 희망으로


구시다 마고이치라는 인물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인정한다. 인간 외부에 존재하는 일련의 이성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이 불완전하다고 해서 이성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인물이 아니라 바깥에 존재하는 가치와 인간의 불완전함이 생산해내는 내부의 가치를 동등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어떤 가치에 대하여 한계를 인정하고 적당히 타협하고자 노력하는 류의 사람 같았다. 요즘 말로 '케바케'. 때와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판단하는 능력이 있는 그런 인물.

이런 인물이 사유한 선망과 꿈과 희망에 대한 부분 중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167. 선망의 대상처럼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선망은 우리에게 가장 이로운 감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선망의 대상을 그저 부러워하고 우러러볼 뿐입니다. 이것만으로는 현실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선망의 단계를 거쳐 욕망의 단계로 나아가야 선망의 대상처럼 되려고 노력하거나 선망하는 것을 갖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게 됩니다. (...) 선망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


222. 꿈은 희망과 달리 현실과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과 이어지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꿈을 품는 일은 중요하지만, 그 꿈만 줄곧 바라보면서 그 안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은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의 꿈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아마도 그 꿈을 현실화할 방법을 찾느라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부분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선망을 통하여 인간은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다. 선망을 그저 부러워하고 우러러보는 것에 그치면 이러한 선망은 그저 한순간의 꿈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잠시 꿈에 젖어 행복을 즐기는 정도로 만족하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선망은 오래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꿈과 희망은 다르다. 현실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희망이다. 선망을 꿈꾸듯이 부러워하는 것은 그만두자. 선망하는 것에 대하여 욕망하여 스스로 선망의 대상이 되려고 노력하거나 그것을 얻기 위해 방법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그것은 잠깐의 꿈이 아니라 희망으로 당신의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선망하는 것에 멈추지 말고 그것을 희망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4. 아카이브를 위한


생각, 본다, 의심, 안다, 속인다, 일, 논다, 모방, 만든다, 웃음, 이별, 사랑, 꿈, 행복, 쾌락, 고뇌, 운명, 고독, 경험, 고백, 거짓, 감각, 선망, 질투, 공포, 분노, 증오, 슬픔, 아름다움, 모순, 여유, 희망, 기질, 성실, 불안, 친절, 표현, 추억, 동경, 감상, 순결, 어리석음, 비겁함, 편지, 일기.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에서 다루는 주제는 윗부분에서 다룬 것 말고도 총 44가지 소주제로서 다양하다. '운명'을 다룬 수필에서 언급하는 스토아학파의 특징들. 짧게 소개하자면 자연과 신과 우주와 인간이 이성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내용. 이성을 따른다는 것은 인간의 외적인 절대적인 것을 따른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인간은 불가항력으로 운명을 느낀다.  


짧고 정밀한 문장이기에 기억하는데 한계가 있다. 금방 까먹는 나의 아둔함을 동정하며, 나중에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이렇게 목차를 하나씩 기록해둔다. 내가 살아 있는 이상 생각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이 주제는 분명히 나에게 찾아올 주제들이다. 그러므로 구시다 마고이치의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만남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은 정확히 주어지지 않았지만, 연결고리도 없이 둥둥 떠다니는 이 책을 어쩌다 우연으로 만난 지금에서야 느끼기에는 이 책은 제법 쓸모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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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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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름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부모로부터 동양인의 외양을 물려받은 이민자 2세 출신의 소설가. 셀레스트 응. 그녀가 쓴 다문화 가정의 비극을 다룬 소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이 소설은 그녀가 미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아시아계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과 더불어 몇가지 다름에 대해서 매우 집약적으로 담아낸 소설이다. 3인칭 화자의 목소리로 서사되는 이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와 1970년대 사이를 왕래한다.  

다문화 가정의 아버지인 제임스 교수는 '다름'을 거부한다. 그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의미에서는 항복을 선언한다. 타인으로부터 쏟아지는 차별어린 시선은 마치 그가 우리에 갇힌 동물이 된 것처럼 부담이었고 고통이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다름'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미국사회에 속한 미국인으로 조용히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백인 아내와 결혼했고, 자식들 중에서 갈색눈이 아닌 푸른 눈의 둘째딸 리디아를 가장 사랑한다.

한편, 제임스의 부인인 메릴린은 제임스와는 반대로 '다름'을 원한다. 그녀가 자랐던 시대인 1950년의 미국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사회적으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직업군 (의사, 변호사)에 진출한 여성은 극소수였다. 그 당시 학교에서는 남성에게는 기술을, 여성에게 가사를 가르쳤고, 가정교사였던 메릴린의 어머니는 메릴린이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녀는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의 한계에 저항한다. 그녀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 이과수업을 들었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다 다른 외양의 남편에 첫눈에 반해서 결혼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학업을 계속해도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 치여살던 어느날 성공한 이웃의 삶을 보면서 질투심에 휩싸여 꿈을 이루기 위해 가출을 하기도 한다.

그녀의 딸 리디아는 엄마가 돌아오면 엄마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날 이후부터 메릴린의 눈에 비친 리디아는 재능이 빛나는 소녀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엄마가 좋아할만한 것을 찾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메릴린은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닮아서 똑똑한. 자기의 꿈을 이루어줄 딸 리디아를 가장 사랑한다. 그렇게 리디아가 의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책을 비롯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지원하기 시작한다.

2. 리디아

남들과 다른 얼굴 생김새와 피부 색깔이 싫었던 아버지와 반대로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고 싶었던 어머니의 관심과 애정은 세 자녀 가운데 유독 리디아에게만 쏠린다. 오빠 네스는 기대없이 혼자서 우주과학자를 꿈꾸고, 동생 한나는 천덕꾸러기로 자라서 그런지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웠다. 그런데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의 시작은 아이러니 하게도 리디아의 죽음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9.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1977년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의 연쇄작용.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은 리디아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라는 질문과 그것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진실을 통해서 미국내 다문화 가정이 겪는 슬픔, 부모가 자녀의 삶과 꿈을 통제하는 행위가 낳는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음.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리디아는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자책감 즉, 수능성적에 비관해 목숨을 끊는 죽음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의미로 죽게 된다는 사실이다. 리디아의 생각은 숭고한 정신이며, 이 소설을 평범한 소설에서 빛나는 소설로 만들어 준다.

3. 부모의 기대. 로맹 가리와 김연아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모두 로맹 가리나 김연아가 될 수는 없다. 이들은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한 대표적인 존재이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 리디아의 죽음으로 말하려 하는 것은 어머니의 기대가 자녀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더 많은 가능성에 대한 우려들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하는 것은 막연히 부모 자신의 욕망인 것도 사실이고, 리디아의 경우처럼 부모가 요구하는 것을 자신의 꿈으로 오인하여 소질없는 분야에 시간을 보내다가 나중에서야 이 길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224. 마지못해 그들 우주의 중심이 된 리디아 자신은 매일같이 세상을 한데 뭉치고 있었다. 리디아는 부모의 꿈을 흡수한 채 내부에서 솟아나오려는 거부반응을 조용히 억눌렀다. (...) 리디아는 부모가 절실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심지어 부모가 요구하지 않을 때도 알았다. 매번 그 일은 부모의 행복을 위해 교환하는 작은 거래 같았다. 그래서 여름마다 대수를 공부했고, 드레스를 입고 신입생 댄스파티에 갔고, 대학에서 생물학 강의를 들었다. 여름 내내,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모두 말이다. 응,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 라는 말을 하면서.   

잠시 부모가 자식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말하는 최근의 여러 사례를 생각해보면. 조정래의 경우는 부모는 욕심을 거둬야 한다. 부모와 자녀는 독립적인 존재다. 자녀가 원하는 꿈을 지원해주면, 먹고사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아리의 경우는 부모가 원하는 삶으로 통제해봤자 자녀는 결국 부모의 기대와 다르게 엇나가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박수홍의 경우에는 자신을 관찰하는 부모를 향해 자기는 이런 사람이라고 보란듯이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한다.  

뭐랄까 이 소설은 우리가 원하는 불가능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한다. 무엇이 되었을 경우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를 상상한다. 성공이 아닌, 실패를 말한다.  

4. 잔존하는 기대심리. 도박 

225. 그해 12월에 리디아는 가지 방에서 책가방을 열고 빨간색 펜으로 55점이라고 적힌 물리학 시험지를 꺼냈다.

리디아는 조금씩 예감하고 있었고, 비로소 목격한다. 유독 자신이 존중받았고, 보호받았던 애정어린 시선. 그것으로 둘러싸여 있던 안전한 세계가 서서히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해체와 동시에 리디아 자신은 부모의 기대를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커져만 간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리디아의 치부를 모두 알고 있는 오빠 네스의 배신과 냉소(어떤 의미에서 안타까움). 무너져가는 그녀의 세계를 비집고 들어오는 네스의 소리없는 공격(자기가 이루지 못할 꿈을 네스가 먼저 점령). 그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들려오는 홀로서기의 사명감은 부모의 기대가 만들어낸 자신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무기로 삼아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을 억지로 벗기려고 한다.

7, 317. 모든 운동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다.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하나는 내려와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다. 한 명이 도망가면 다른 한 명은, 영원히 갇혀 버린다.

초월을 꿈꾸는 리디아. 그것은 현재의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인 하나의 도박이었으며. 이것이 바로 그녀가 죽음을 맞게 된 이유였다. 그리고 이것은  소설의 제목처럼 "내가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정말 슬픈 가정을 하자면. 어쩌면 리디아는 자신이 도박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작용과 반작용의 진리를 현실세계에 적용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그녀는 스스로 반작용이 되어 누군가 작용할 수 있게 하는 희생양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녀의 말처럼 당신이 갇혀야만 또 다른 누군가가 도망갈 수 있기 때문이다. 슬픈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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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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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 번째로 만나는 전아리 작가의 작품이다. 그녀를 처음 알게 한 소설집 <주인님, 나의 주인님>은 갑의 폭력에 의한 을의 고통총천연색의 다양한 빛깔로 만들어낸다. 그녀의 세계에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을에게 닥친 불합리함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것을 즐기면서 잊으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폭력의 강도와 그에 따른 고통은 감소하거나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전아리 작가의 고민에 매우 크게 공감을 했던 기억이 있다.

 

21. 가족의 삶이 각자의 방식으로 뒹굴고 있으나 집구석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다. 혜란은 자신이 미처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 태풍 속에 대체 얼마나 많은 말들이 떠다니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38. 함께 추락하는 삶은 비극이다. 가족이라면 서로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각자 품위 있는 삶의 궤도로 올라야만 한다.

 

45. 세상 더러운 면모는 최대한 모른 채 용훈의 노력으로 일구어낸 것들을 평안히 누리게끔 해주었건만, 더 이상 험한 꼴을 보지 않아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최상의 자리를 만들어두었건만, 왜 이제 와서 모든 걸 망치려 하고 있는가.

55. 사랑은 건강한 싸움을 밑거름으로 자라나야 한다. 하지만 그녀의 집안에서는 그 누구도 싸우지 않는다. 문제가 없었을뿐더러 혹시라도 문제가 발발하면 가족 개개인의 방식대로 각자 회피하거나 해결했다. (...) 벽은 달콤함을 음미하며 허물어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모두가 안간힘을 써서 깨부숴야만 사라질 수 있는 것이었으나, 혜윤의 가족은 그녀와 달리 적막의 벽을 당연시하고 때로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했다.  

 

그녀의 고민들<어쩌다 이런 가족>으로 넘어오면서 단순히 고민으로 남기를 거부한다. 전아리 작가는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자행되는 폭력의 해결을 위해 직접 개입하기로 결심한다. 작가는 전지적인 시점에서 인물의 생각과 결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매만진다. 그녀가 주목한 금수저 가정의 구성원들의 입장. 그리고 구성원 사이의 불만과 갈등과 해결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결정이었. 그녀는 고민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하여 그녀는 과도할 정도로 작품에 개입한다.

 

2.

 

모든 가족은 막장을 겪는다. 이 가족은 조금 더 막장이었을 뿐!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고 톨스토이가 말했다. 하지만, 전아리 작가가 보기에는 현대의 가정이 불행한 이유는 같았다. 현대의 가정은 지금보다 더 큰 성공을 지향하기 때문에 불행하다. 더 큰 성공은 많은 재력과 커다란 권력을 원한다는 것과 같다. 그것은 막장드라마를 만드는 가장 좋은 재료다. 결국, 혜윤과 혜란이 속한 이 가정은 막장이라서 불행하다.

 

막장 가운데서도 더 막장스럽다고 선언한 이 가정을 화목한 가정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전아리 작가는 그들에게 어떤 시련과 갈등을 불러올까? 그녀는 마치 가벼운 터치로 밑그림 그리듯이 온 가족의 내면을 훑으면서 그들에게 닥쳐온 엉뚱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발랄하게 이어나간다. 

 

이 소설에 살을 조금 붙이면 꽤 괜찮은 주말 드라마 한 편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과도한 개입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설을 선호하지 않고, 또 상상력이 빈곤하다는 점에서도 아쉬운 소설이었다. 

3.

 

남자는 한 여자를 사랑했다. 그는 고아로 자란 가난한 남자였다. 고아로 자랐기에 가정에 대한 애착이 강한 남자였다, 알고보니 그녀는 부잣집 딸이었다. 부자 아빠와 엄마는 그 남자를 사위로 인정하지 않는다. 여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부모의 기대를 어긴 적이 없기에 가난한 남자를 사랑한다고 부모에게 말하기가 두렵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는 부모가 도저히 반대할 수 없을 만큼 큰일을 저지른다.

언니에게 쏠린 과도한 관심때문에 사랑을 받지 못했던 여자의 동생은 이런 상황에서 가난한 남자의 선의를 이용한다. 남자를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한다. 이제 이 가정의 평화는 가난한 남자가 어떤 남자인가에 달렸다. 다행스럽게도 가난한 남자는 좋은 남자였다. 좋은 남자여야만 했다. 그래야만 여자가 그에게 반한 것을 설명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가난하지만 좋은 남자. 그리고 동생을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좋은 남자는 적막의 벽으로 사방이 막힌 막장 가정의 갈등을 해결한다. 결국, 그들은 부모의 인정을 받는다. 그렇게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는 행복하게 살았다.

 

전형적인 한국드라마의 줄거리다. 이러한 상황을 표현하는 문장 중에 마음에 드는 문장이 제법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이 작품을 훌륭한 작품이라고 인정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91. 모든 완벽함에는 그만한 희생이 따른다. 시간, 체력, 실패에 대한 회복. 무능력한 부분에 대한 인정,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 혜란이네 집안이 완벽하다면 과연 희생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모두가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모두들 자신의 희생 따위는 당치도 않다고 생각하며 외면하기만 하는 불완전한 집안인 걸까. 

92. 이 세상에 뚫리지 않는 방어벽은 없으며 답이 없는 문제 또한 없다. 근사치에 가까운 답이라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애초에 문제에 오류가 있거나 문제 자체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거다. (...) 그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녀의 문제가 정확한 문제로 물음표를 찍게끔 도와주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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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재즈 일기 - 재즈 입문자를 위한 명반 컬렉션, 개정판
황덕호 지음 / 현암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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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은 끝까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해서 리뷰를 쓰지 못한 책이다. 

요즘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읽으려 했지만 결국 206페이지에 이르러 달리기를 잠시 멈춘다. 소세키의 고양이들로 알게 되어 이 책을 처음 신청했을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음악 관련 도서가 그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책은 아니었다. 개정판 서문에서도 그는 "재즈를 조금은 작심하고 듣고자 하는 분"들에게 읽히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남자의 재즈 일기>의 작가 황덕호와 소설의 형식을 빌린 <그 남자의 재즈 일기>의 주인공이 일기장 속에서 재즈를 대하는 자세는 집요했고, 진지했다. 실제 황덕호 작가는 재즈평론가로 활동하는 분인데, 주인공의 분투기를 읽으면서 어떤 분야의 평론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토록 지독할 정도로 깊이 읽어야 하나 싶었다. 황덕호 작가의 칼럼은 꾸준히 발행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올라온 칼럼이 씨네 21에 기고한 <영화 <마일스>와 마일스 데이비스에 대하여 말하다>라는 칼럼이다.

 

2.

 

<그 남자의 재즈 일기>라는 이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의적이라고 할까? 작가가 재즈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알게된 내용들을 조금씩 정리해 놓은 노트같은 인상이 강했다. 황덕호 작가는 자신이 재즈에 입문할 때 기록해둔 이러한 자료들을 어떻게든 활용하기 위해서 일기라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글만 읽어서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도 없고, 또한 읽는 속도를 붙여봤자 아무런 내용도 기억할 수 없는 종류의 책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의 기사 <아이돌 입은 '문예지', 비정상인가요> 도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악스트를 읽으면서도 그랬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 기억해 둔 내용이다.

 

맨= 악스트의 위험성은 1차 창작물, 즉 작품이 많이 읽히지 않는 상황에서 2차 창작물이 비평이든 서평이든 흥미를 끌기 어렵다는 점이다. 관객 100명이 본 영화의 리뷰를 아무리 재미있게 써도 흥미를 못 끄는 것과 같다.

 

결국, 이 책은 일기의 형식을 취하지만 본질은 재즈라는 음악장르에 대해 평가를 시도하는 2차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초심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음악가의 재즈 작품을 소개하면서 다른 음악가의 재즈 작품과 비교를 시도하는 부분은 도무지 무언가를 느끼기기는 불가능한 작업이 아닌가 싶었다.

 

만약, 내가 정말로 재즈라는 장르에 대해서 진지하게 공부하려고 인내심이 있었다면 주인공이 소개하는 작품을 일일이 유튜브로 찾아 들으면서 공부했을텐데. 일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나는 재즈라는 음악에 대해 정도의 열정을 만들어내긴 어려웠다. 재즈에 대한 감상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143페이지에서부터 146페이지에 실린 이런 논쟁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144. 부르디외가 말했잖아요. 취미야말로 계급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오늘날 지배계급과 서민들이 정치적 견해에서 일치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취향만큼은 결코 일치할 수 없단 말이죠. 아니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결코 일치하려고 하지 않죠 왜냐하면 지배계급에게 취향, 취미란 곧 그들이 뭔가 우월하다는 하나의 '구별 짓는' 방식이니까요. 그런데 1990년대 중반 한국 유한계급의 취향이 뭐로 상징되었냐면 바로 재즈였어요.

 

3.

 

책을 읽으면서 느낀 2차 저작물이라는 한계라는 답답함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온다. 내가 블로그를 통해서 생산하는 책에 대한 글. 이것도 역시, 여기서 지적하는 2차 창작물이라는 한계와 마주하게 된다. 나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해당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내가 쓴 글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곤 했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책을 읽어본 후에 블로그를 찾는 이웃보다 해당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블로그를 찾아오는 이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그래서 공감 숫자만 올라가고 말이다.

 

125. 음악 골치 아프게 듣는 사람들 제일 이해가 안 가요. 그냥 들어서 좋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이 문장은 주인공의 재즈음반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 중에 한 사람에게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를 좋아하냐고, 좋아하면 대체 왜 그 좋아하냐고, 자기는 왜 좋은지 모르는데 혹시 당신은 왜 좋은지 아느냐고 물어봤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었다. 이것과 똑같이 어떤 책에 대해서 왜 좋은지 물어봤을 때 상대방이 "책도 골치 아프게 읽는 것보다 그냥 읽어서 재미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 되물으면 나 역시 주인공처럼말이 없어질 것 같아서 슬펐다.

 

4.

 

장르는 다르지만 황덕호 평론가와 나는 동류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 책을 도중에 덮어야겠다. 그래도 프리재즈나 즉흥연주의 개념과 대위법같은 재즈의 특수한 기법들이 138. 음악 이론 말고 음악을 연주해봅시다. 우리들의 마음과 정서를 표현해봅시다. 라는 다짐과 함께 탄생되었다는 사실은 내게 그보다 더 훌륭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없을 만큼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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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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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3. 『조선왕조실록』은 총 2,077책으로 이루어진 기록물입니다. 한 책의 두께가 1.7㎝인데, 이것을 차례로 쫙 쌓아 올리면 무려 아파트 12층 높이가 되는 양이에요. 어마어마하지요? 전부 다 읽으려면 하루 100쪽씩 읽어도 4년 3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답니다. (...) 1997년에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랍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시대 사관이 저술한 '편년체'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리되. 조선을 다스린 스물일곱 왕의 이야기를 왕가의 가계도를 통한 왕위 계승의 과정과 반정과 붕당과 세도정치라는 각기 달랐던 권력싸움의 흐름. 그리고 그 시절에 일어난 전쟁과 반란과 같은 큰 사건과 각 백성을 위한. 혹은 왕권 강화를 위한. 혹은 탕평을 위한 임금들의 노력과 업적을 기본 뼈대로 한다. 그것에다가 익살스러운 삽화나 설명. 이를 뒷받침하는 실제 실록 내의 자료나 야사나 다른 참고 문헌의 기록을 덧붙여 역사를 공부한 지 오래된 사람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가독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하면 블로거들이 남겨놓은 이런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각 임금을 다룬 마지막 페이지마다 하나씩 실려있는 표로서 설민석 작가는 이와 같은 한 장의 마인드맵으로 임금에 대한 평가와 정리를 갈무리한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면 사실 이 마인드맵이 먼저 설정된 이후에 이 마인드맵과 관련된 내용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냉정하게 판단해서 이 책은 내용의 깊이보다는 설민석이라는 브랜드가 더 강한 책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들 역사덕후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들에게는 시시한 책일 수도 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에서, 그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왕이나 귀족의 성과와 업적과 흠결에 집중한 나머지 시대적인 갈등으로 여러 갈래로 흩어지는 고민을 놓치는 점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단점을 인정하더라도 어떻게 쉽게 설명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이렇게 확실하게 응답한 작가는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쉽게 정리하는 것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하룻밤에 읽는> 시리즈만큼이나 명확한 입문서가 아닌가 싶다. 특히, <하룻밤에 읽는 조선사>와 이 책을 함께 읽으면 꽤 괜찮은 시너지가 날 것 같다.

 

3.

 

이 책을 통해 고정관념이 깨진 임금은 단연 문종이었다. 장영실이 개발했다고 알려진 측우기도 사실은 문종의 업적이라고 한다. 게다가 조선 최고의 미남으로 유명했단다. 병자호란 이후에 불탄 궁에서 수염이 길고 풍채가 멋진 왕의 초상화 한점이 발견되었다는데 삼국지의 관우를 닮은 모습으로 단박에 문종의 초상화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한다.

 

144. 문종은 성군 세종 밑에서 30년 동안 세자 시절을 지내며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받은 왕이에요. 게다가 아버지를 대신해 8년 동안 대리청정을 했기 때문에, 왕이 되기 위한 수습기간도 충분히 지낸 사람이지요.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극 속 문종은 언제나 병약하고 아들 걱정만 하는 아들 바보로 그려지고 있어요.

 

145. 임금이 말하기를, "대사헌 안완경이 이르기를, ' 『근사록』의 상을 끝마친 뒤에 마땅히 육전을 강해야 한다'고 하나, 내가 생각하건대 육전은 반드시 강할 필요가 없으나 병서는 강하고 싶다."   『문종실록』 4권, 즉위년(1450) 11월 23일

 

문종은 즉위한 해에 경연에서 병서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경연은 본래 유학의 내용을 토론하는 자리지 군사와 관련한 내용은 절대 언급되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종은 신하들에게 병서를 논의하자고 할 만큼 군사 전반에 관심이 많았던 임금이었지요.

4.

이 책을 읽기 전이나 후나 고종과 순종에게는 여전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설민석이 평가하는 고종과 순종의 내용대로라면, 일제가 한반도를 침탈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아니 조선의 밝은 미래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요즘 개봉한 <덕혜옹주>의 역사왜곡 문제 (사실 원작 소설에서도 권비영 작가는 덕혜옹주를 나라를 잃어버린 채, '내선일체'의 일환으로 일본으로 끌려가 일본인과 결혼한 불쌍한 여인으로. 정신질환을 앓다가 조용히 사람들에게 잊혀져 간 여인으로 그리지. 독립운동을 계획하는 주체적이며 강한 여인. 특히, 연단에 서서 연설하는 장면은 실제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다.)로 제법 시끌시끌 하던데. 일본제국에 붙어버린 왕족들의 기록을 애써 외면하고, 그들을 비밀결사대라는 억지설정로 묶는 이유에 공감하긴 어렵다. 영화의 흥행과 돈벌이를 위해서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지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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