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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로 通하다 -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들의 뇌과학 오디세이
김성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난이도 : ★★
1.
뇌과학 분야는 어떤 행동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 인류의 비밀을 풀어줄 영역 가운데 한 분야이기 때문에 매우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학문이다.
현재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적 기준과 규범 같은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그것에 벗어나는 행동을 보이는 비정상적인 사람들 중. 고의가 아닌 무의식적인 발병으로 인하여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인간에게 허락된 자유를 마음껏 누리지 못할 경우. 그런 발병이나 발병을 일으키게 하는 자극을 받은 후에 변하게 되는 뇌의 상태를 연구하여 상태를 바로잡을 방법을 모색하려는 목적을 가진 학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러 명의 국내 권위자들이 주제를 하나씩 선택하여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책이다. 주제를 하나씩 소개하자면. 교육, 경제, 소비, 문화, 사랑, 미술, 음악, 범죄, 자아, 기억, 정신질환, 윤리로 구성되어 있다.
2.
기존에 읽었던 뇌과학 분야의 책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도 제법 있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는 개미와 오늘을 즐기는 배짱이의 뇌를 설명하는 '뇌와 자아' 부분이었다. 지금 당장의 유혹이 나중에 얻게 될 결과보다 더 달콤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는 '할인'이라는 개념을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어서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다져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는 개미의 뇌가 배짱이의 뇌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개미처럼 죽을 때까지 모았다가 쓰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배짱이처럼 즐기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설정해 둔 목적에 맞게 개미의 뇌와 배짱이의 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목적을 설정하고, 그 목적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는 유혹에 저항하는 것은 '파충류의 뇌' 변연계의 뇌가 아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전전두엽' 같은 후천적인 뇌의 훈련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3.
가끔 예능 토크쇼에서 MC가 게스트에게 짓궂은 질문은 던져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실과 거짓을 시험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거짓말 탐지기의 결과는 정말 정확한 것일까?
'뇌와 범죄' 이야기에 따르면 그것은 정확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정말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장벽 없이 흐르는 진실의 흐름을 거짓이라는 벽으로서 가로막기 때문에 거쳐 가는 통로가 길어짐으로써 손바닥에 미세하게 땀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손바닥에 생기는 땀으로 인해 손바닥의 전기전도도가 증가하고, 전류가 발생해서 거짓말탐지기가 진실과 거짓을 탐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답변자의 대답이 거짓과 진실이라는 결과와 관계없이 자신이 그런 테스트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두렵고,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상태와 같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혹시나 내 의지와 상관없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 무의식은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전기전도도가 증가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수치상으로는 약 80%의 정확도를 보인다는데, 그러므로 현재 거짓말탐지기는 법정에서 증거로서의 기능은 하지 못하고 단지 참고자료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4.
'뇌와 교육' 부분을 보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들의 미성숙한 뇌가 낱낱이 공개된다.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할인'이라는 개념에서 언급했던 절제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그와 반대로 상대적으로 쾌락을 즐기는 변연계의 뇌가 활성화되는 경향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은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왕따 문제도 생기게 되고, 극단적인 선택도 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보상체계를 쉽게 갖도록 유도함(그러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주입함으로써 그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고, 너무 큰 자극을 주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흥미를 학습에 관련된 부분으로 천천히 이끌어줄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5.
낭만적인 사랑은 '뇌와 사랑'의 내용대로라면 자본주의의 기능과 가부장적인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인간의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불과 0.2초라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그 짧은 시간동안 도파민의 수치가 상승하여 자신이 반한 상대방 이외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낭만적인 사랑의 이론으로서 배우자를 탐색하는 기준은. 물질적인 기준이 아니라 '나' 라는 사람에 낭만적으로 끌려서 오랜 시간 동안 정서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6.
그 외에도 유익한 내용들이 많은 책이다. 생각나는 부분이 더 많지만 길어질 것 같아서 이만 줄여야겠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도덕적 판단의 기준은 이성의 작용. 혹은 감성의 작용. 두 가지 기준이 모두 적용된다고 한다. 이성의 벤담. 감성의 칸트가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뇌라는 것이다. 분할되어 적용될 수도 있고, 감정적 판단 후에 이성이 자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디지털 치매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된다. 저자는 이러한 기억의 단절은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데. 그 이유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억을 사진으로 찍어낸 것 같이 촬영하여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된다면 인간은 보다 과거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