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로 通하다 -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들의 뇌과학 오디세이
김성일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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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뇌과학 분야는 어떤 행동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 인류의 비밀을 풀어줄 영역 가운데 한 분야이기 때문에 매우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학문이다.  

 

현재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적 기준과 규범 같은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그것에 벗어나는 행동을 보이는 비정상적인 사람들 중. 고의가 아닌 무의식적인 발병으로 인하여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선택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인간에게 허락된 자유를 마음껏 누리지 못할 경우. 그런 발병이나 발병을 일으키게 하는 자극을 받은 후에 변하게 되는 뇌의 상태를 연구하여 상태를 바로잡을 방법을 모색하려는 목적을 가진 학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여러 명의 국내 권위자들이 주제를 하나씩 선택하여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책이다. 주제를 하나씩 소개하자면. 교육, 경제, 소비, 문화, 사랑, 미술, 음악, 범죄, 자아, 기억, 정신질환, 윤리로 구성되어 있다.

 

2.  

 

기존에 읽었던 뇌과학 분야의 책 내용과 중복되는 부분도 제법 있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는 개미와 오늘을 즐기는 배짱이의 뇌를 설명하는 '뇌와 자아' 부분이었다. 지금 당장의 유혹이 나중에 얻게 될 결과보다 더 달콤하게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는 '할인'이라는 개념을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어서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다져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는 개미의 뇌가 배짱이의 뇌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개미처럼 죽을 때까지 모았다가 쓰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배짱이처럼 즐기는 것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설정해 둔 목적에 맞게 개미의 뇌와 배짱이의 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목적을 설정하고, 그 목적을 이루는 것을 방해하는 유혹에 저항하는 것은 '파충류의 뇌' 변연계의 뇌가 아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전전두엽' 같은 후천적인 뇌의 훈련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3.  

 

가끔 예능 토크쇼에서 MC가 게스트에게 짓궂은 질문은 던져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실과 거짓을 시험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거짓말 탐지기의 결과는 정말 정확한 것일까?  

 

'뇌와 범죄' 이야기에 따르면 그것은 정확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정말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장벽 없이 흐르는 진실의 흐름을 거짓이라는 벽으로서 가로막기 때문에 거쳐 가는 통로가 길어짐으로써 손바닥에 미세하게 땀이 생기게 된다고 한다. 손바닥에 생기는 땀으로 인해 손바닥의 전기전도도가 증가하고, 전류가 발생해서 거짓말탐지기가 진실과 거짓을 탐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답변자의 대답이 거짓과 진실이라는 결과와 관계없이 자신이 그런 테스트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두렵고, 무언가 켕기는 것이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상태와 같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혹시나 내 의지와 상관없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 무의식은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전기전도도가 증가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수치상으로는 약 80%의 정확도를 보인다는데, 그러므로 현재 거짓말탐지기는 법정에서 증거로서의 기능은 하지 못하고 단지 참고자료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4.  

 

'뇌와 교육' 부분을 보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동과 청소년들의 미성숙한 뇌가 낱낱이 공개된다.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할인'이라는 개념에서 언급했던 절제와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그와 반대로 상대적으로 쾌락을 즐기는 변연계의 뇌가 활성화되는 경향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은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왕따 문제도 생기게 되고, 극단적인 선택도 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보상체계를 쉽게 갖도록 유도함(그러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주입함으로써 그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고, 너무 큰 자극을 주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흥미를 학습에 관련된 부분으로 천천히 이끌어줄 필요성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5.  

 

낭만적인 사랑은 '뇌와 사랑'의 내용대로라면 자본주의의 기능과 가부장적인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인간의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불과 0.2초라는 사실은 놀랍기 그지없다. 그 짧은 시간동안 도파민의 수치가 상승하여 자신이 반한 상대방 이외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낭만적인 사랑의 이론으로서 배우자를 탐색하는 기준은. 물질적인 기준이 아니라 '나' 라는 사람에 낭만적으로 끌려서 오랜 시간 동안 정서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6.  

 

 

그 외에도 유익한 내용들이 많은 책이다. 생각나는 부분이 더 많지만 길어질 것 같아서 이만 줄여야겠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도덕적 판단의 기준은 이성의 작용. 혹은 감성의 작용. 두 가지 기준이 모두 적용된다고 한다. 이성의 벤담. 감성의 칸트가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뇌라는 것이다. 분할되어 적용될 수도 있고, 감정적 판단 후에 이성이 자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디지털 치매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된다. 저자는 이러한 기억의 단절은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데. 그 이유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기억을 사진으로 찍어낸 것 같이 촬영하여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된다면 인간은 보다 과거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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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형제 교육법 - 엘리트 삼형제를 키워 낸 자녀교육 리얼 스토리
에제키엘 이매뉴얼 지음, 김정희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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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이 책은 표지에 보이는 삼형제 중에 맏형인 에제키엘 이매뉴얼이 쓴 한 유대인 가족의 회고록(?) 같은 책이다. 책의 내용은 전혀 딱딱하지 않고, 글 솜씨도 훌륭하고, 익살스럽기까지 해서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유대인의 형제 교육법>이라는 한국어판 제목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잠시 잡아끌 선물 포장지 같은 기능만 할 뿐이다. 유대인의 형제 교육법의 네 단어. '유대인', '형제', '교육' ,'법'은 한국인이라면 혹할 만한 단어다. 그러니 이것들을 아무렇게나 조합해보자. '유대인 법의 형제 교육' 혹은 '형제 유대인의 법 교육' 그것도 아니면 '형제의 유대인법 교육' 혹은 '교육 유대인의 법 형제' 이건 좀 이상한가??

아무튼, 보다시피 다 그럴듯한 조합이다. 그러니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책의 제목은 큰 의미가 없다. 이 포장지를 벗겨 내면 예상하지 못한 재미난 내용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

유대인에 대하여 생각나는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KBS 다큐멘터리 <공부하는 인간> 덕분에 알게 된 장면이다.

교회 같은 장소인데, 그곳은 보통의 교회와는 달리 아주 시끄럽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과 귀를 집중시켜보면 그곳에는 기다란 의자가 마주 놓여있다. 그리고 그곳에 앉은 사람들은 코란을 앞에 두고 격렬하게 무엇인가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유대인에게는 자기의 주장을 펼치고, 남을 설득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남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계속 공부해야 한다. <유대인의 형제 교육법>의 이매뉴얼 가족 또한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정치, 사회 같은 문제에 대하여 부모와 자식이라는 벽을 넘어 격 없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집을 방문한 사람들 역시 그들의 격렬한 토론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러한 활동은 유대인들의 계율을 기초로 한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코란의 계율)를 인간이 알 수는 없지만, 그 이데아에 대하여 나름대로 해석한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공부하고. 소크라테스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행위와 유사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질문들과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족과 친구와 선생과 같은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3.

책을 읽고,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부모는 자식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하나? 조기교육? 선행학습? 스마트 폰? 명품? 유학? 같은. 쉽게 말해서 돈이면 되는 것들?

<유대인의 형제 교육법>는 부모의 의무는 자식들에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유대인>에서 그려지는 유대인의 아픈 과거사와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유대인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자식들에게 'ABCD'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인식시키고, 자국의 역사를 제대로 알게 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공동체 정신과 정체성을 깨우쳐주기 위해서 가장 훌륭한 교과서는 에제키엘의 부모가 그들에게 지워진 편견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고 살았었는지 이야기해 주는 것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유대인의 형제 교육법>을 통해 읽을 수 있고, 내 것을 찾으려면 지금 바로 부모님에게 여쭤봐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 이라는 관용어 속. 청춘에게 찾아오는 '아픔'은 냉혹한 사회에서 부모의 그늘 아래 학습을 핑계로 유예해왔던. 미처 준비하지 못했기에 찾아오는 시련이고, 이것을 청춘의 시기에 느낀다는 것은 사회의 정체를 어릴 적부터 경험할 수 있게 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도 일부 있다고 본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에
모두가 처음 서 보기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란 무대에선
모두다 같은 아마추어야

라는 가사처럼 아마추어라고 위안하기엔 세상은 너무나 잔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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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망아지.불만의 겨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존 스타인벡 지음, 이진.이성은 옮김, 김욱동 해설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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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망아지

난이도 : ★

이 소설은 선물, 깊은 산, 약속, 대장이라는 4장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처럼 세부적인 주제들을 하나씩 덧붙여서 궁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타일의 소설인데. 세부 메시지를 읽으면서 조디 티플린뿐만 아니라 독자의 영혼까지 성장하게 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장소설의 표본이라고 칭하는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감정고양을 위해서 각 장마다 아주 크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조디 집에서 일을 도우면서 머슴으로 살고 있는 빌리 벅의 인간으로서의 불완전함이 붉은 망아지 가빌란의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장면이 맨 처음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신의 가족처럼 아꼈던 망아지의 죽음이 조디에게 남기는 상실의 아픔은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다.

마음 둘 곳을 잃어버인 소년. 조디의 일탈은 붉은 망아지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다. 그러다 아버지의 약속이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조디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친구를 맞을 준비를 한다. 하지만 <붉은 망아지>는 세상에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조디에게 알려준다.

<붉은 망아지>에는 무엇을 간절히 원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다소 잔혹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그 결말을 마주하면서, 나는 그 어떤 반론도 제시할 수 없었다.

다음 편에는 조디의 외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는 조디가 살고 있는 시점으로 봤을 때 사라진 역사. 서부개척시대의 모든 시간과 활동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존재한다. 참, 그러고 보니 그 사이에 조디의 할아버지 외에도 지타노라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그는 조디가 살고 있는 산 너머의 장소를 상징한다.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조디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상징한다.

이들의 반복되는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조디의 아버지인 칼 티플린과 같은 어른에게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만날 때마다 들었기 때문에. 공감도 가지 않는 지긋지긋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조디에게 그들의 경험은 조디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소중한 자산이다.

불만의 겨울

난이도 : ★★★

이 소설 같은 경우엔 작가가 살았던 미국사회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독자에게 주인공 이선 홀리의 절박감을 전달한다. 작가는 이선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들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긴 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동기를 결심하는 과정에 비해서 그것의 실질적인 실행은 흐릿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이 작품 또한 두 번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돈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세태를 향해 모순점과 '과연 그것이 옳은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소설 속의 이선은 원래 하버드를 졸업한 정직한 사람이다. 하버드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 가령, 뛰어난 두뇌 같은- 는 여러가지겠지만... 가장 먼저 그의 정직함이 눈에 들어온다. 치밀한 두뇌와 돈 이외의 다른 유혹에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의지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선의 아버지가 베이커 가문 사람들에 의해 계략에 빠졌든 그렇지 않든 간에 지금은 자산을 모두 탕진한 채, 집 한 채 겨우 건진채 아내에게 남겨진 유산에 의지한 몰락한 지역 유지일 뿐이었다. 지금의 이선은 과거 홀리 가문이 운영하던 상점에서 이탈리아인 주인을 아래에서 일하지만, 그는 지금껏 단 한번도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은 물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과 가족들은 자꾸만 그에게 남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편법은 죄가 아니라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고,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여기면서 그로 하여금 딱 한 번의 한탕주의를 부추긴다. 게다가 그가 처한 상황과 점괘 역시 그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그리하여 이선의 내면은 계속 전쟁이 일어난다. 마침내 그의 내면은 영국을 건너와 건설한 미국의 청교도 정신이 숭고한 것(원래는 그렇지만)이 아니라 많은 돈을 가지는 것. 그것이 자신의 신성함을 나타내는 척도라는 사실을 그래프로 만들어버린다. 그러한 그래프 아래에서 자신의 가난함이 가리키는 좌표를 신성함과 돈이라는 그래프에 대입해버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덕인 정직함이 오히려 게으름이 가진 소심한 성격이라고 합리화해버린다. 그의 참전 중 적을 살해했던 경험 또한 그런 합리화를 정당화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결국, 이선은 많은 돈이야말로 홀리가문이 과게 누렸던 영광을 다시 일으킬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돈으로서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돈이 그들의 정체성을. 존엄성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가문과 가족을 인정하고 우러러봐 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물론 이 생각이 1960년대 초에 살았던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갖고 있던 생각일 뿐만 아니라 2010년대. 전 세계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 발전한다.

그는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치밀한 범행을 계획한다. 2분 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한다. 그런데 그를 정말로 인정해 준 것은 범행으로 얻은 돈이 아니었다. 자신이 일했던 식료품점을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던 원인은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던 정직함 때문이었다.

그를 유혹했던 시대정신은 그의 아내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들까지 부도덕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선의 아들 앨리는 2013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어떤 뮤지션의 사건과 똑같은 사건을 저지른다. 돈과 명예를 위해 다른 사람의 것을 탐냈다가 둘 다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불만의 겨울>의 메시지를 깊이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다. 그것을 자신을 유혹하는 것에 대항하는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선에게 다가오는 것과 같은 세상. 누구도 피해보지 않는 편법이라는 유혹을 쉽사리 거절하기 어려운 세상이 현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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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베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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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짧아서 읽기는 쉽다. 그런데 문제는 읽은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있다.

2. 이 소설 역시. <절망>처럼 한번 읽고 자동으로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처음 읽을 때는 나미에 대한 주인공의 성적 욕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욕망이 수면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퍼지는 물결처럼 잔잔히 퍼지고 있다라고 생각했다. 겉으로는 비인정(의리나 인정따위 얽매이지 않는 일)을 추구하려 하지만,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남자라 성적 욕망을 감추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에 모든 초점을 맞추다 보니. 소설의 주 무대인 나코이로 떠나려는 그의 생각까지도 나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주인공의 욕망이라고 오독했다.

소설 속에 담긴 주인공의 의식이 그가 미처 인지하지도 못했던 여인에 대한 욕망 또는 기대감을 은밀히 노출하는 것으로 봄으로써, 나미가 주인공의 농담대로 머리를 올린 모습을 욕탕에서 장난스레 보여주는 장면은 에로티시즘이 짙은 장면으로 읽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 부분은 당연히 그럴 소지가 있음.) 그래서 주인공이 내면을 서사하는 소설의 모든 순간에 나미의 잔상이 그를 지배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주인공의 예술적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3. 하지만 두 번째 읽었을 때, 생각의 변화가 생겼다. 서양화를 업으로 삼고 있는 주인공은 비인정의 경지를 이루기 위해 나코이 행을 선택하는 것이 확실했다. 그의 정확한 목적은 서양의 퇴폐적인 미술관에 동양의 장점을 덧씌우려는 것이었다. 주인공의 생각에는 동양이 이루어놓은 관점이 오히려 서양의 것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풀베개>는 그것에 대한 예를 많이 설명하고 있다.

그러므로 나코이에서 만나게 될 나미와 그의 가족들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일종의 트릭스터(분리된 두 세계를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의 개념. 그가 몰랐던 세상을 열어주는 매개체. 좀 더 나가서 생각하면 주인공이 비인정을 통해서 그려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었다.

54. 이 여자의 표정을 보고 나는 어느 쪽인지 판단할 수 없어 망설였다. 입은 한일자처럼 다물어 고요하다. 눈은 조금의 틈이라도 찾아내려고 움직이고 있다. 얼굴은 아랫볼이 볼록한 미인형으로 차분함을 보여주는 데 반해 이마는 답답하고 좀스러워 이른바 후지 산 모양 이마의 속된 분위기를 띠고 있다. 그뿐 아니라 눈썹은 양쪽에서 좁혀져 중간에 몇 방울의 박하 기름을 떨어뜨린 것처럼 실룩실룩 안달하고 있다. 코만은 경박하게 날카롭지도 않고 둔하게 둥글지도 않다. 그림으로 그리면 아름다울 것이다. 이렇게 각각의 생김새가 모두 특이한 모양인데 그것들이 뒤섞여 우르르 내 두 눈으로 날아들었으니 어리둥절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4. 결론부터 말하자면 풀베개에서는 예술에 대한 작가의 비인정과 세상의 인정이 충돌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여인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보면서도 그 얼굴이 도무지 어떤 얼굴인지 감을 잡지 못한다. 이 상태는 처음 대면한 순간으로 여인에 대한 어떤 선입견도 가지지 않은 비인정의 단계라고 볼 수 있는 듯하다. 비인정을 추구하는 주인공의 예술관이라면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오묘한 이치를 잡아내야 하지 않았을까?

비인정의 상징. 그리고 그것에 대한 아이러니함은 이발사와의 대화와 이발사가 주인공의 머리를 잡고 휘두르고, 마구잡이로 면도하는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이 부분을 통해 비인정이 뭔가 어긋난 것임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5. 비인정을 추구하는 주인공은 소설 내내 하이쿠 몇 자를 끼적일지언정. 원래 가지고 있었던 목적을 이루지는 못한다. 즉, 화폭에 서양화를 능하가는 그림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림은 그리지 않아도 대신 머릿속에 작품을 많이 담았다며 스스로 위안하고, 비인정에 대한 생각을 지속해서 다지는 선에서 만족한다.

그러던 그는 마지막까지 잡히지 않았던 나미의 얼굴에서 부족한 부분이 연민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지금껏 비인정만을 이야기했던 주인공의 이론에 정확하게 배치되는 '연민'이라는 단어다. 주인공은 그녀의 얼굴. 더 나아가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작품에 '연민' 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지만. 비인정의 단계에서는 그녀에게서 그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주인공은 나미의 얼굴에서 '연민'을 발견한다. 그와 동시에 그는 나미와 그녀의 남편. 그들 가족의 인생에 깊숙하게 개입하게 되어버렸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비인정의 경지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사실을. 사촌 동생이 전쟁터로 떠나게 되는. 그리고 부부가 생이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인정의 경지에 이르게 되자 자연스럽게 화룡점정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고, 이것은 주인공이 처음에 생각했던 비인정이 틀렸음을. 진정한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인정을 항상 품고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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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창비세계문학 20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박원복 옮김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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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 ★★★

1. 이 책은 사후 회고록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주인공이 숨을 거두는 장면이 맨 처음에 등장한다. 주인공 브라스 꾸바스는 숨이 멈춘 육체에서 탈출하는 장면을 담담히 서술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과거의 기억뿐이다. 꺼져가는 숯불 같은 모습처럼 조만간 흩어질 기억을 간직한 꾸바스는 자신의 다사다난했던 삶을 회고하기 시작한다.

2. 주인공이 이미 죽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책을 통해서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분명 브라스 꾸바스 자기 자신의 삶인데도 불구하고, 남 얘기하듯이 들려온다. 희한하게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산만한 작품이오. 나 브라스 꾸바스가 로런스 스턴이나 그자비에 드메스트르의 자유로운 형식을 취했는지, 아니면 이 책에다가 염세주의의 투정을 집어넣었는지 나 자신도 모르오."

게다가 독자에게 미리 경고하는 그의 말처럼 주인공 자신도 무슨 성격인지 모를 회고록이다. 횡설수설이 기본뼈대라고 볼 수 있다.

3. 그의 고백은 횡설수설하긴 하나. 기본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간다. 이 시간의 형태는 크로노스의 시간이 아닌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 따라 그는 적절히 자신의 경험을 재생했다가 빨리감기한다. 그러다보니 독자에게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고, 순식간에 쉰 살이 되어버리는 브라스 꾸바스를 만나야 하기도 한다.

4. 그를 머물게끔 한 기억의 공간에서 가장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에는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 브라스 꾸바스였지만, 그의 기억에서 꺼지지 않고 회고록으로 불타오르는 것은 사랑이었다. 그의 사랑은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고집하는 철없는 소년의 사랑 같았다. 그래서 본능적이었다. 그래서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이 곰보로 인해서 빛을 잃었을 때 브라스 꾸바스는 비겁하게 도망치기도 했다. 나는 그것을 비난하고 싶진 않다.

그런 사랑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베르테르가 로테를 사모했었던 것처럼, 버젓이 남편이 있는 비르질리아와 사랑을 나누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도 한다. 그 사랑의 끝은 개츠비의 안타까운 결과와 비슷하지만, 장례식장에서의 이름 모를 한 여인이 비르질리아라면 그의 사랑은 개츠비처럼 비극적이지는 않은 것도 같다.

5. 사후 회고록에서 사랑에 관한 부분을 빼면 권력에 대한. 재물에 대한 약간의 욕심. 그리고 가족에 대한 기억들이 브라스 꾸바스의 기억을 지배한다. 그 기억을 통해 브라스 꾸바스의 삶은 세속적으로는 큰 결실을 보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혼란한 시대상황 속에 자기 한 몸을. 더 나아가 자신의 가문을 일으켜 세워보고자 했지만. 헛되이 흘러간다. 후마니티즘의 법칙에 숨어있는 인본주의의 그늘과 캉디드가 느낀 낙관주의를 동일시하며...

6. 이처럼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 자체가 특출나지 않은 보통의 인간 브라스 꾸바스를 규정한다. 솔직히 말해서, 사후 회고록이라는 울타리가 쳐진. 그 장벽으로 인해 삶에 대한 열망을 거세해버린 그의 글은 나로 하여금. 인간사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관찰. 그리고 되새김질하려는 작가의 초연함을 엿볼 수 있게 하지만, 그래도 문학이라면 객관적인 초연함 보다는 더 뜨거운 것을 주고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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