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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망아지.불만의 겨울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존 스타인벡 지음, 이진.이성은 옮김, 김욱동 해설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붉은 망아지
난이도 :
★
이 소설은 선물, 깊은 산,
약속, 대장이라는 4장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처럼 세부적인 주제들을 하나씩 덧붙여서 궁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타일의 소설인데. 세부 메시지를 읽으면서 조디 티플린뿐만 아니라 독자의 영혼까지 성장하게 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장소설의 표본이라고 칭하는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과
주변인들의 감정고양을 위해서 각
장마다 아주 크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조디
집에서 일을 도우면서 머슴으로 살고 있는 빌리 벅의 인간으로서의 불완전함이 붉은 망아지 가빌란의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장면이 맨 처음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신의 가족처럼 아꼈던 망아지의 죽음이 조디에게 남기는 상실의 아픔은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다.
마음 둘 곳을 잃어버인 소년. 조디의 일탈은 붉은 망아지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다.
그러다 아버지의 약속이 전환점으로 작용한다. 조디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친구를 맞을 준비를 한다. 하지만 <붉은 망아지>는
세상에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조디에게 알려준다.
<붉은 망아지>에는
무엇을 간절히 원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다소 잔혹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그 결말을 마주하면서, 나는 그 어떤 반론도
제시할 수 없었다.
다음 편에는 조디의 외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는 조디가 살고 있는 시점으로 봤을 때 사라진 역사. 서부개척시대의 모든 시간과 활동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존재한다. 참, 그러고
보니 그 사이에 조디의 할아버지 외에도 지타노라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그는 조디가 살고 있는 산 너머의 장소를 상징한다.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조디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상징한다.
이들의 반복되는 이야기는
흥미롭게도 조디의 아버지인 칼 티플린과 같은 어른에게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만날 때마다 들었기 때문에. 공감도 가지 않는
지긋지긋한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조디에게 그들의 경험은 조디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소중한 자산이다.
불만의 겨울
난이도 :
★★★
이 소설 같은 경우엔 작가가
살았던 미국사회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독자에게 주인공 이선 홀리의 절박감을 전달한다.
작가는 이선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동기들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주긴 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동기를 결심하는 과정에 비해서
그것의 실질적인 실행은 흐릿하게 전달한다. 그래서 이 작품 또한 두 번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돈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세태를 향해 모순점과 '과연 그것이 옳은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소설 속의 이선은 원래 하버드를 졸업한 정직한 사람이다.
하버드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 가령, 뛰어난 두뇌 같은- 는 여러가지겠지만... 가장 먼저 그의 정직함이 눈에 들어온다. 치밀한 두뇌와 돈
이외의 다른 유혹에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의지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선의 아버지가 베이커 가문
사람들에 의해 계략에 빠졌든 그렇지 않든 간에 지금은 자산을 모두 탕진한 채, 집 한 채 겨우 건진채 아내에게 남겨진 유산에 의지한 몰락한 지역
유지일 뿐이었다. 지금의 이선은 과거 홀리 가문이 운영하던 상점에서 이탈리아인 주인을 아래에서 일하지만, 그는 지금껏 단 한번도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은 물론 남의 것을 탐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과 가족들은 자꾸만 그에게 남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편법은 죄가 아니라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고,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여기면서 그로 하여금 딱 한 번의 한탕주의를 부추긴다. 게다가 그가 처한 상황과 점괘 역시 그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그리하여 이선의 내면은 계속 전쟁이 일어난다. 마침내 그의
내면은 영국을 건너와 건설한 미국의
청교도 정신이 숭고한 것(원래는 그렇지만)이 아니라 많은 돈을 가지는 것. 그것이 자신의 신성함을 나타내는 척도라는 사실을 그래프로
만들어버린다. 그러한 그래프 아래에서 자신의 가난함이 가리키는 좌표를 신성함과 돈이라는 그래프에 대입해버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미덕인 정직함이
오히려 게으름이 가진 소심한 성격이라고 합리화해버린다. 그의 참전 중 적을 살해했던 경험 또한 그런 합리화를 정당화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결국, 이선은 많은 돈이야말로
홀리가문이 과게 누렸던 영광을 다시 일으킬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돈으로서 가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돈이 그들의 정체성을. 존엄성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가문과 가족을 인정하고 우러러봐 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물론 이 생각이
1960년대 초에 살았던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갖고 있던 생각일 뿐만 아니라 2010년대. 전 세계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
발전한다.
그는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치밀한 범행을 계획한다. 2분 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한다. 그런데 그를 정말로 인정해 준 것은 범행으로 얻은 돈이 아니었다. 자신이 일했던 식료품점을 싼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던
원인은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던 정직함 때문이었다.
그를 유혹했던 시대정신은 그의
아내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들까지 부도덕의 구렁텅이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선의 아들 앨리는 2013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어떤 뮤지션의 사건과
똑같은 사건을 저지른다. 돈과 명예를 위해 다른 사람의 것을 탐냈다가 둘 다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는
<불만의 겨울>의 메시지를 깊이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다. 그것을 자신을 유혹하는 것에 대항하는 무기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선에게 다가오는 것과 같은 세상. 누구도 피해보지 않는 편법이라는 유혹을 쉽사리 거절하기 어려운 세상이 현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