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 - 느린 걸음으로 나선 먼 산책
윤경희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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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야속하다. 처음부터 무슨 말인고 하니……. 표지에 있는 그녀의 사진에 대한 소심한 불평이다. 책의 앞뒤를 이리저리 뒤적여 보아도 보이는 것은 그녀의 하반신뿐……. 제대로 보이는 것은 잘 다듬어진 추파춥스 모양의 나무 한그루 밖에 없었다. 그것은 마치 애기 입 속에 들어간 것과 같은 모습을 연상시키면서 나를 약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정체는 미궁 속에 박아두고 여행의 순간에 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있어서 두 번째 여행 에세이인데……. 읽어내려가면서 지난번에 읽었던 <잘 지내나요, 청춘>과 한 가지 대비가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주인공의 정체를 겉표지 속의 그녀의 모습처럼 활짝 드러내 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나이와 생김새를 알 수 없다. 단지 이 책은 그녀의 직업이 디자이너라는 사실만을 알려준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서 솔직한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누구인데,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너는 어떠냐?” 의 접근법보다 전부를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또한 그것에 대하여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려고 노력한 방법이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아무 것도 덮여있지 않은 존재와 존재 사이의 만남이 더욱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그런 것 말이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은 점차 기억 안쪽으로 흩어지고 옅어진다.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지난 날 내가 파리와 도쿄에서 만난, 오래 간직하고 싶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녀의 고요한 사진과 낮은 속삭임은 당신이 잊고 있던 ‘여행의 순간’ 들을 떠올리게 해줄 것이다.” (책 뒤의 글귀)

어쩌면 위의 글귀처럼 같은 곳을 여행한 경험을 토대로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이 책의 감동을 가장 잘 불러일으키게 할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순간>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그녀가 방문했던 7개 도시에서 겪었던 하나하나의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그곳을 이미 여행했던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그래 맞아! 나도 그랬어!”, “아! 이 책을 보고나니 또 가고 싶어지네.…….”와 같은 반응이 자연스레 일어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그리고 몰입도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나는 해외여행을 안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공감하기 힘들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여기요~~저는 해외는 커녕 서울 구경도 몇 번밖에 해본 적이 없는 촌놈이에요.” 내가 물어본 질문에 나는 자랑스럽게 촌놈이라고 밝힌다. 그렇다. 나는 해외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실 세계 고전을 읽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또한 이런 여행에세이는 말할 것도 없다.

온갖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서 해외의 어느 도시의 풍경과 그곳의 유명한 카페와 관광지와 그곳의 사람들을 아무리 맛깔스럽게 표현해낸다 한들 정작 나의 머릿속에는 그와 관련된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여행에세이를 이처럼 어려워하는 것이리라. 나는 또 한 번 <월든>의 잔혹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미 개발되어 버리고 산업화 되어버린 현재의 모습에서 과거의 그 아름다운 <월든호수>을 기억해낼 수 없었던 것처럼 해외의 기억을 담은 여행에세이에서도 비록 사진이 있다 치더라도 마음놓고 맞장구 칠 수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가진 한가지의 딜레마요……. 앞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있었다. 최근에 파리의 노트르담을 읽으면서 파리 여행과 관계된 다큐멘터리를 봤던 것이 이 책에 씌여있는 프랑스 파리와 니스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TV를 통해서 접한 파리의 길거리의 풍경을 과장 조금만 보태서 이야기해본다면 한 블록마다 카페와 빵집이 있는데 나는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자가 파리의 커피와 빵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호텔 뒷마당의 아담한 정원, 한적한 거리,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도착하는 빵 가게와 식료품점, 그리고 노천 카페 등이 있어서 파리의 아침 일상을 두루두루 즐기기에도 딱 좋다. 걷다가 갓 구운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합류했다. 가만히 서 있자니 빵 굽는 냄새가 온 거리로 퍼져 나간다." (121쪽)

그리고 이 책에 나와 있는 몽마르트르 언덕에 대한 이야기에서 저자가 왜 그토록 그 언덕에서 셔터를 눌러댈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파리에서 언덕이란 곳은 몽마르트르 언덕이 유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러한 정돈된 도시의 경치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임을 알기에…….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언덕 끝자락으로 나아가자, 고층 건물이 거의 없는 파리 시내가 저 멀리 수평선까지 드넓게, 막힘 없이 펼쳐졌다. 어디에서나 보이는 에펠 탑도 반갑다. 차차 바람이 거세졌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산책자들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서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본다. 사람들과 바람, 파리와 하늘 이 모든 것을 담고 싶어 참으로 오랜만에 여러 번 반복해서 셔터를 눌렀다."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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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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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루라는 녀석은 매일 우리들에게 24시간이라는 선물을 제공한다. 우리들은 그 24시간 중에서 대략 8시간 정도를 잠을 자는데 소비하고 나머지 16시간을 생활하는데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가 하루하루를 돌이켜 보면 위의 글처럼 16시간이라는 이 긴 시간이 도대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허공에 날려버린 것처럼…….

도대체 시간은 어디로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에너지 보존의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과 같은 것은 다 있는데 왜 시간 보존의 법칙은 없다는 말인가? 어째서 시간은 흔적도 없이 우리 삶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198쪽)

책의 저자는 위와 같이 시간의 흔적들에 대한 궁금증을 독자들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나 역시 저자의 물음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나는 매번 무엇인가 하려면 이것저것 치우고 하는데 시간을 소모하고, 자리에 앉은 후에도 웹서핑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라는 책은 나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왔다. 사실 류비셰프라는 사람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56년간 ‘시간통계’를 했다는 인물에 대한 설명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시간을 통계 내는데 그치지 않고 시간을 정복했는지 궁금증이 일수밖에 없었다.

‘시간통계’ 그대로의 일기

우리가 보통 일기라고 하는 것은 하루를 반성하는 자신의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류비셰프는 그런 보편적인 규칙을 거부하고 철저히 시간 위주의 일기를 작성했는데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1964년 4월 7일, 울리야노프스크

곤충분류학 : 알 수 없는 곤충 그림을 두 점 그림. 3시간 15분.
어떤 곤충인지 조사함 -20분 (1.0)
추가 업무 : 슬라바에게 편지 - 2시간 45분 (0.5)
사교 업무 : 식물보호단체 회의 - 2시간 25분
휴식 : 이고르에게 편지 10분.
울리야노프스카야 프라우디 지 - 10분
톨스토이의 <세바스토플 이야기> - 1시간 25분
 기본업무 - 6시간 20분 (41~42쪽)

류비셰프는 이와 같은 방식의 일기를 56년간 빠지지 않고 써내려갔으며 이것을 한 달, 일 년, 그리고 5년씩 통계를 작성하여 얼마나 시간을 효율성 있게 사용했는지 스스로를 감독해나갔다.

그는 시간만 저런 식으로 관리 한 것이 아니었다. 일기 속에 쓰인 모든 생활들을 같은 범주로 분류하여 얼마만큼 공부했는지 나열해놓았다. 예를 들면 톨스토이의 <세바스토플 이야기>는 책이라는 범주에, 고전이라는 항목에, 톨스토이라는 세부목록에 <세바스토플 이야기 몇 시간> 이런 식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던 것이다.

<프랭클린 자서전>에서 벤저민 프랭클린은 13가지의 덕목을 표로 작성하여 부족한 부분에 표시하면서 빠르게 자신의 생활을 반성해 나간 것과는 다른 류비셰프의 엄격한 성질의 시간 관리의 방법 앞에서 나는 그만 학을 떼고야 말았다. 그리고 정말 저런 식으로 따라만 할 수 있어도 어떤 사람이 되도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와 같은 시간 관리법으로 전 방위 적인 독서와 탐구활동을 벌여나갔다. 그는 어떤 분야든 간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토론을 통한 논쟁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어 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앞으로는 항상 학문적인 의견을 묻는 편지들이 끊이지 않았고, 그는 바쁜 시간 와중에 그것들과 기꺼이 소통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의 서신교환을 보고 있자니 문득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활이 오버랩 되어 나의 머릿속에서 같이 흘러갔다. 왜냐하면 비록 유배를 떠나있는 고난의 상황 속에서도 그 역시 류비셰프처럼 전 방위적 독서와 다른 지식인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목민심서와 기중기로 대표되는 방대한 양의 저작과 건축물들을 남겨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 하루 동안 류비셰프의 방법대로 시간을 메모하면서 생활해보았다. 확실히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기는 했지만, 천천히 책을 읽고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고 있던 나에게 시간의 압박을 통한 빠른 책 읽기는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버리는 약간의 단점 또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에 훨씬 많은 시간동안 사색에 잠겼고 그런 어려움 속에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그의 일기 속에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작성해 놓지 않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하긴 생각하는 시간을 작성했으면 그는 아마도 잠을 자는 시간을 빼놓고 모든 시간을 사용한 셈이 되겠지…….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학자, 그것도 짧은 시간 동안 그러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는 학자는 학자로서 아무런 가망도 없습니다. 이제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당신이 지향하는 목표는 대체 무엇입니까? 학문 연구에서 가능한 한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표라면 반드시 깊이 사고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합니다. (163쪽) 

그의 생활 방식을 따르더라도 그가 남긴 이 말의 의미를 기억하면서 시간을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8월 5일 단예군의 류비셰프 따라하기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4시간 30분
100가지 위대한 발견 2부 지구과학 , 3부 유전학 - 1시간 30분
SERI 전망 2009 서평쓰기 - 1시간 30분
서평 여러 사이트에 올리기 - 1시간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서평쓰기 - 1시간
기본업무 - 9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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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드™ 2013-08-19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참 충실하게 읽었네요. ^^
 
SERI 전망 2009
권순우.전영재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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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하나만은 자신있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원인이란 쉽게 말해서 ‘거품’이다. 즉, 신자유주의의 기치를 내건 미국의 월가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라는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상품의 판매와 그것의 파생상품을 개발하여 전 세계에 뿌려대면서 무리하게 자산 가치를 부풀렸던 것이 결국에는 정작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자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렇게 부풀려진 자산들은 미국의 증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개발 도상국의 증권 시장에 투자자금의 형식으로 이익이 있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미국의 상황이 나빠지고 ‘리먼 브라더스’라는 거대한 회사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히 위축되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했던 것이 연쇄적으로 큰 충격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증시도 한 순간에 무너졌고 달러가격도 엄청나게 솟아오른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달러 시장은 주식 시장보다 규모가 현저하게 작았기 때문에 외국투자자들이 일시에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서 빠져나가려고 달려드니 자연적으로 사자는 많고 팔자는 없는 현상이 일어났고 달러의 가치는 급속도로 올라간 것이었다. 거기다가 먹이를 노린 환 이익을 보려는 세력들까지 더해져 우리경제는 매우 불안하게 흘러갔다.

아마도 이러한 내용을 지금껏 신문을 열심히 보신분이라면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도 그와 같다. 전 세계적으로 콜금리를 인하시켜 유동성을 향상 시켰고, 엄청난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해 무너지고 있는 금융시장을 떠 받혀서 실물경제로까지의 전이를 막으려고 애썼던 것이었다.

지금 흘러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금융위기 이후에 재빠른 전 세계적 대응이 거의 성공한 듯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이웃의 중국의 효과(경기를 떠받히지 위한 자본이 우리의 상품의 수출로 이어짐)로 반사이익을 제대로 본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잊어버려서는  안될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거품 경제를 떠받히고자 투입해버린 막대한 양의 부채를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경제뿐만 아니라 산업분야, 기업경영, 그리고 공공정책, 사회ㆍ문화까지 전 범위에 걸친 엄청난 분석자료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산업분야의 분석을 통해서 글로벌 위기에 따른 수요 변화에 따라서 수출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호조를 보면 그들은 분석한 자료를 충실히 이행한 것 같다.

기업경영의 분석에서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른 국가의 상황보다 오히려 좋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즉, 미국의 경제는 침몰 중이고, 일본의 경제는 ‘엔화의 높은 가치’로 인해서 수출기근에 허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의 상황이 양호하다는 분석이었다. 또한 인적자원과 관련해서는 성과주의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창의적인 인재의 발굴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지금의 반응적 창의성을 가진 인재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기여적인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살아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부분까지의 내용들은 참으로 존경스러울 정도로 치밀하고 꼼꼼한 분석이었다면, 다음에 등장하는 공공정책 분야와 사회ㆍ문화 분야의 이야기들은 실망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그 광범위한 내용에 혼미해져서 누가 썼는지 잠시 잊어버렸다. 

이 글은 삼성에서 나왔으며, 삼성의 기준에서 바라본 것이고, 삼성과 같은 기업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정리된 자료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정책부분을 잠시 들여다보면 이들은 감세정책과 규제완화를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자들의 소비를 촉진 시키려면 감세가 답이요, 기업들이 자유로운 행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금산분리완화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있으며, 미디어법 개정 또한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허나 지난번에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아침마당에 출연하셔서 지금의 한국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배후에 중국의 공적자금을 통한 수요 진작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씀씀이가 큰 부자들에게 국내의 재화를 소비할 것인가? 라는 물음을 던져본다면 대답은 아니요일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그들은 감세의 효과 거의 대부분을 외제차와 명품쇼핑에 쏟지 않을까 예상된다.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상품의 판매상승 효과와 비슷하게 우리나라의 수입품 판매 상승효과가 두드러 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찌되었건 간에 이 책은 분명히 좋은 책이지만 이것을 100% 받아들이기는 조금 망설여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이 책 한권을 읽어보면 우리나라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으며, 어떤 분야가 가장 중점적으로 주의를 끌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제까지 흘러온 과정에 있어서의 분석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기업에 속해있는 연구소의 기준으로 판단되어지는 여러 가지의 정부정책에 관련해서는 신중히 접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서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서민의 기준으로 이 책을 탐독했다. 다른 사람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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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발명, 탄생의 비밀
발명연구단 지음, 이미영 옮김 / 케이앤피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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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생활상의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조금 더 편리한 것을 탄생시켜왔다. 저 먼 옛날 구석기에서 신석기 그리고 청동기의 유물들은 우리에게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갑자기 생뚱맞게 어떤 인류학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떤 기준에서 사람임을 판단해야 하나요?” 

“사람이라면 두 가지 기준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고, 둘째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닌다는 것이지요.”

아, 이것은 단지 동물적인 기준에서의 사람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요소들일 뿐이다. 현대의 인간이라면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이 추가될 테지만 그것들은 이 글의 목적상 ‘삼천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한다.

“창의와 혁신은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아주 사소한 것들,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64쪽)

그렇다. 이 책에서 대부분 등장하는 발명품들은 모두가 불편함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왜 사진을 바로 볼 수 없냐” 며 투정하는 딸의 한마디에서부터 폴라로이드 사진가 탄생되었고, 부엌일에 익숙하지 못했던 아내가 걱정스러워 쉽게 상처를 싸맬 수 있는 반창고가 만들어졌고, 오타가 허용되지 않는 타이퍼들의 세계에서 ‘화이트’(수정액)가 탄생되었다.

하지만 편리한 물건을 만들어냈어도 이것이 자동으로 대박이 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은 상용화 시키고 상업적인 성공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필요했던 것이 사람들의 ‘입소문’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발명가들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제품을 홍보했고 마침내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 남아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발명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발명자들은 수많은 시간을 그것 하나와 씨름했던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난번에 읽었던 <기적의 사과>라는 책에서도 기무라 씨는 무농약 사과재배를 위해서 9년의 기간 동안 사과 하나만을 붙잡고 그 고난 속을 꿋꿋이 헤쳐 나갔음을 기록한 이야기들이 그득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오늘 날에 존재하는 발명품을 만들어낸 사람들 역시 기무라 씨와 같은 발걸음을 내딛었었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이디어는 한 순간에 뚝딱하고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것을 제품화 시키고 상용화 시키는 데는 모든 인생이 투여될 만큼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열된 발명품 중에서는 썩 유쾌하지 못한 동기에 의해 발명된 제품들도 몇 가지 눈에 띄었다. 그 유쾌하지 못한 동기란 바로 ‘전쟁’ 이었다.

나폴레옹은 전쟁 시 물자보급의 원활화를 위해서 통조림 발명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보관하기 쉽고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음식물은 군대의 이동시에 가장 필요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라면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그 때 우동집에서 사람들이 줄줄이 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이 단순히 편리함을 위해서 찾는 많은 제품들의 탄생에는 고통스러운 과거가 존재하고 있었다.

전쟁이 만들어낸 발명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전쟁의 무기개발에 의해서 탄생된 ‘어두운 아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에 사용되는 ‘테플론’이라는 소재는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탱크의 소재로 사용되었고, 살상용으로 개발된 ‘마이크로파’는 음식을 익힐 수 있는 ‘전자레인지’에 적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에 어떤 책에서 언급했던 세계대전이 일으킨 결과물 중 하나가 기억이 난다. 그 당시의 국가들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막대한 자본을 무기개발에 투입했었고, 그 때문에 비약적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했다는 이야기였다. 지지부진하게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기술개발이 ‘전쟁’을 통하여 조직화 되고 거대화되었다는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가슴속에 남아있는 찝찝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발명품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과연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거대자본이 투여된 어마어마한 성능의 발명품들이 위대한 것일까? 아니면 개개인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작은 편리함을 주는 것들이 위대한 것일까? 나는 후자 쪽에 더욱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렇다고 전쟁이 낳은 결과물들을 하찮은 것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들이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낳은 끔찍한 결과를 다시는 마주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전쟁’이 낳은 원폭의 상처를 다시금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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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돈
김열규.곽진석 지음 / 이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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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무엇인가? 참으로 막연하고 무책임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뭐긴 뭐야 세종대왕이고 신사임당이지. 아 바다건너 어떤 나라에 가보니까 거기에는 링컨이고 벤저민 프랭클린이더라?

그래. 그것이 돈이라고? 돌아서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따위의 어처구니가 줄줄 흘러 넘쳐나는 대답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대체 그것이 돈이 아니면 무엇이 돈이란 말인가?

“이런 게 돈이고, 이따위가 돈이다. 귀하고, 천하고, 값지고, 더럽고 전지전능하고, 항쇄이며 족쇄인 것이 바로 돈이다. 이런 게 돈이다. 대충 이렇게 긴가민가한 게 돈이다.” (8쪽)

돈의 정의를 묻는 나의 물음. 그리고 그것에 대하여 엉뚱한 궤변을 늘어놓는 나의 대답에 <한국인의 돈>을 쓰신 두 분의 저자들(김열규ㆍ곽진석)은 머리글의 긴가민가한 메시지를 통해서 어쩌면 박수를 쳐주고 계신 것은 아닐까? 자못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 돈이라는 것. 우리나라의 위인들이 미소 짓고 있는 그것들이 가진 위력은 단순히 웃음으로 넘길만한 부류의 물건은 아닌 듯싶다.

돈이란 어떤 재화가 가진 가치에 따라서 그것을 지불하는 수단이요. 그 가치가 올바르든 올바르지 않던 간에 일단 정해진 값에 대한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생각일 것이다. 자본주의에 있어서 돈이란 삶을 윤택하게 이끌어주는 튼튼한 동아줄과 같은 효과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고전에서는 이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개신교도들의 신앙심과 관련되어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개신교도들이 하느님에 대한 신앙심을 증명하기 위해서 더 많은 재산을 끌어 모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막대한 부가 곧 그들의 신앙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었음을 막스 베버는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부를 쌓기 위해서 사람들은 더 많은 노동을 필요로 했고 그들은 기꺼이 신앙의 힘으로 그들에게 주어진 노동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의 반복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돈이라는 것이 조금 더 독실한 신앙심이 되었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돈이 곧 노력에 대한 대가요.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서양의 자본주의 사상을 우리들은 광복이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부터  받아들였고 그 이후에는 서양의 그 어떤 민족들 보다 더욱 그것이 주는 마력에 집착하였다. 그 결과 우리는 불행스럽게도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한 성공을 통해서 우리는 자본주의가 더욱 견고해져 버린 이 사회를 마주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그것에 중독되어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이 책 <한국인의 돈> 또한 우리의 성장 중독증 사회.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회.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를 바라보면서 돈이라는 것을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것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제일먼저 지금 우리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돈의 개념을 부정한다. 그리고 태초의 기원에서 부터 다시금 밟고 올라간다. 

저자는 저 먼 옛날 우리들은 단순히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돌멩이, 조개껍질, 물물교환을 통해서 살아갈 수 있는 정도의 물자만을 가지면서 안락하게 살아왔음을 가장 먼저 일러준다. 그 사실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돈이라는 것이 지위가 아니요, 독실한 신앙심의 증거도 아니요, 단순히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돈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된 것이 사실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세상에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믿고, 돈과 인간이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며, 돈은 인간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례를 우리는 드물게 만난다.” (81쪽)

또한 저자는 우리에게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면서 돈이 인간을 위한 도구였음을 많은 사례를 들어서 증명한다. 그 속에는 인간보다 더 값어치 없다고 생각했었던 돈에 관련된 우리들의 선조들의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저자는 그것을 읽고 곱씹어보면서 스스로 우리들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독려한다.

나는 이 책을 뱃속에 탐욕의 기름이 그득한 불특정 다수들에게 권한다. 그들은 행복의 조건이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산이다. 얼마 전 모 그룹의 ‘형제의 난’이라는 표제어로 실린 한 신문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면서 과연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돈이라는 것 때문에 형제간에 반목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전 국민이 보는 공간에 낱낱이 까발리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그들은 저 잘났다고 계속해서 목에 힘주면서 싸우겠지 쯧쯧쯧)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이들에게도 권한다. 돈의 노예가 되어 그릇된 것을 쫒으려는 잘못된 생각으로서 한탕주의를 일삼고 자신의 몸을 담보로 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중에 다시 되돌아볼 때 그들은 자신의 행위에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렇게 나는 돈의 가치관에 대해서 또 다시 깊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한국인의 돈이라는 제목이 가지는 우리의 입맛에 맞는 이야깃거리가 가득 찬 이 책을 통해서……. 오래간만에 달러, 환율, 주식시장 이런 소음에서 벗어나서 호젓한 산 속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 

덧붙이기. 돈에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연극과 문학 작품에 실려 있는 서양의 작품들 대신에 조금 더 우리의 이야기로 대체했으면 더 맛깔 나는 책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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