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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 전망 2009
권순우.전영재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이것 하나만은 자신있게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원인이란 쉽게 말해서 ‘거품’이다. 즉, 신자유주의의 기치를 내건 미국의 월가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라는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상품의 판매와 그것의 파생상품을 개발하여 전 세계에 뿌려대면서 무리하게 자산 가치를 부풀렸던 것이 결국에는 정작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대출 상환능력이 떨어지자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렇게 부풀려진 자산들은 미국의 증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개발 도상국의 증권 시장에 투자자금의 형식으로 이익이 있을 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미국의 상황이 나빠지고 ‘리먼 브라더스’라는 거대한 회사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히 위축되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금을 한꺼번에 회수했던 것이 연쇄적으로 큰 충격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증시도 한 순간에 무너졌고 달러가격도 엄청나게 솟아오른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달러 시장은 주식 시장보다 규모가 현저하게 작았기 때문에 외국투자자들이 일시에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서 빠져나가려고 달려드니 자연적으로 사자는 많고 팔자는 없는 현상이 일어났고 달러의 가치는 급속도로 올라간 것이었다. 거기다가 먹이를 노린 환 이익을 보려는 세력들까지 더해져 우리경제는 매우 불안하게 흘러갔다.
아마도 이러한 내용을 지금껏 신문을 열심히 보신분이라면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정책방향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도 그와 같다. 전 세계적으로 콜금리를 인하시켜 유동성을 향상 시켰고, 엄청난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해 무너지고 있는 금융시장을 떠 받혀서 실물경제로까지의 전이를 막으려고 애썼던 것이었다.
지금 흘러가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금융위기 이후에 재빠른 전 세계적 대응이 거의 성공한 듯 보인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이웃의 중국의 효과(경기를 떠받히지 위한 자본이 우리의 상품의 수출로 이어짐)로 반사이익을 제대로 본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잊어버려서는 안될 것이 하나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거품 경제를 떠받히고자 투입해버린 막대한 양의 부채를 어떻게 갚아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경제뿐만 아니라 산업분야, 기업경영, 그리고 공공정책, 사회ㆍ문화까지 전 범위에 걸친 엄청난 분석자료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산업분야의 분석을 통해서 글로벌 위기에 따른 수요 변화에 따라서 수출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호조를 보면 그들은 분석한 자료를 충실히 이행한 것 같다.
기업경영의 분석에서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다른 국가의 상황보다 오히려 좋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즉, 미국의 경제는 침몰 중이고, 일본의 경제는 ‘엔화의 높은 가치’로 인해서 수출기근에 허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의 상황이 양호하다는 분석이었다. 또한 인적자원과 관련해서는 성과주의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창의적인 인재의 발굴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지금의 반응적 창의성을 가진 인재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기여적인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살아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 부분까지의 내용들은 참으로 존경스러울 정도로 치밀하고 꼼꼼한 분석이었다면, 다음에 등장하는 공공정책 분야와 사회ㆍ문화 분야의 이야기들은 실망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그 광범위한 내용에 혼미해져서 누가 썼는지 잠시 잊어버렸다.
이 글은 삼성에서 나왔으며, 삼성의 기준에서 바라본 것이고, 삼성과 같은 기업인들의 입맛에 맞도록 정리된 자료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정책부분을 잠시 들여다보면 이들은 감세정책과 규제완화를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부자들의 소비를 촉진 시키려면 감세가 답이요, 기업들이 자유로운 행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금산분리완화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있으며, 미디어법 개정 또한 찬성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허나 지난번에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아침마당에 출연하셔서 지금의 한국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배후에 중국의 공적자금을 통한 수요 진작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의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씀씀이가 큰 부자들에게 국내의 재화를 소비할 것인가? 라는 물음을 던져본다면 대답은 아니요일 것이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그들은 감세의 효과 거의 대부분을 외제차와 명품쇼핑에 쏟지 않을까 예상된다.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상품의 판매상승 효과와 비슷하게 우리나라의 수입품 판매 상승효과가 두드러 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찌되었건 간에 이 책은 분명히 좋은 책이지만 이것을 100% 받아들이기는 조금 망설여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나 이 책 한권을 읽어보면 우리나라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있으며, 어떤 분야가 가장 중점적으로 주의를 끌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제까지 흘러온 과정에 있어서의 분석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기업에 속해있는 연구소의 기준으로 판단되어지는 여러 가지의 정부정책에 관련해서는 신중히 접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서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서민의 기준으로 이 책을 탐독했다. 다른 사람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