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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이야기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니코스 카잔차카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면 조르바의 애인. 과부 오르탕스 부인이 ‘부불리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불리나’는 조르바가 언제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가시방석 속에 살아가는 매우 애처로운 여인으로 그려지게 되는데, <변신이야기>에 등장하는 뷔불뤼스의 이름을 보는 순간 갑자기 이제껏 이해하지 못했던 <그리스인 조르바>의 그 사랑이야기의 또 한 가지를 이해하는 기쁨이 밀려왔다.
<변신이야기> 등장하는 뷔불뤼스는 그의 오라버니인 카우노스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의 뜨거운 가슴은 더 이상 그녀를 주체하지 못하게 하여 카우노스에게 그 사랑을 고백하기에 이르는데, 이 카우노스는 뷔불뤼스를 ‘미친년’ 취급하면서 그녀의 사랑을 매몰차게 거절한다. 이 부분에서 뷔불뤼스가 갈등하고 있는 고백과 두려움 사이의 심리묘사는 마치 남자인 내가 뷔불뤼스가 되어 생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섬세하고 탁월했다.
이런 진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그때의 기억을 새로 해석할 수 있었다. 조르바가 그녀를 ‘부불리나’로 불렀다는 것은 조르바의 사랑이 오르탕스 부인이 조르바를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른 사랑이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조르바는 그녀를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더 나아가 ‘부불리나’로 부르면서 자신의 친동생과 같은 약간의 천륜을 어긋난 것과 같은 미묘한 껄끄러움을 표현한 것이다.
조르바는 오르탕스에게 ‘우리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라고 말하지 않고 돌려서 뷔불뤼스를 연상시키는 부불리나로 불렀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부불리나’ 여사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실제로 사랑할 수 없는 카우노스를 사랑하는 것과 같이 조르바를 대하게 되었음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다.
이처럼 많은 이야기들이 이 그리스ㆍ로마 신화로부터 파생되었으며,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 어린 시절에 읽었던 수 많은 이야기들의 변신에 관련한 내용들은 바로 이 신화에서 파생되어 오늘날에도 악한자들은 추한 동물로 변하게 함으로써 ‘권선징악’적 요소를 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타고라스의 가르침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 ‘피타고라스의 가르침’이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역자 이윤기님께서는 이 가르침에 등장하는 피타고라스가 실제로 피타고라스가 가르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저자인 오비디우스가 피타고라스의 이름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가르침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책이 씌어진 시대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영혼에 대한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흔히 윤회사상이라고 불리는 바로 그 영혼은 돌고 돈다는 이야기를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피타고라스의 가르침>에서의 영혼이란, 어떤 생명체에서든지 옮겨가면서 자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을 해치지 말아야 하며 특히, 육식을 하는 것은 당신의 가족을 먹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비난한다. 즉, 사람이 죽어서 구더기를 낳는 것은 인간의 영혼이 구더기로 옮아 간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이 세상을 이루는 원소는 <흙, 물, 공기, 불>과 같이 4개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들 원소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흙이 물이 되고 물이 공기가 되며, 공기가 불이 되는 것처럼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설명한다. 모든 것이 이 4가지의 원소로 변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 깊은 산속에 바다의 생물인 따개비가 있는 것과 같은 이해하기 힘든 자연현상을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지금에서 바라볼 때 이들의 이론이 틀렸음이 밝혀졌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일정한 체계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해냈다는 기독교의 세계관 이전에는 아무런 관념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새롭게 이 고대 그리스ㆍ로마의 세계관을 바라보면서 2000년도 이전의 사람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만끽하고 있었다.
<변신이야기>의 탄생배경
그러나 이 변신이야기에는 놀라운 탄생배경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바로 로마의 건국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그들의 조상을 신의 세력권 아래에 두어 정당성을 부여한 작업이었다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도 단군신화를 통해서 우리가 신의 아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 <변신이야기>도 우리가 느끼는 그 자부심과 같은 맥락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와 동일한 인물이지만 로마의 이름으로 표기된 부분이 많고, 다소 로마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여러 인물들에 그들과의 연관성을 부여했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이 이어져있는지 앞으로 이에 관련된 책을 보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