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
오비디우스 지음, 이윤기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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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얼핏 생각하기에 기원전의 사람들은 상당히 미개한 수준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기 쉽지만, 사실은 우리가 가진 기술력으로도 쉽사리 만들어내지 못한 많은 건축물을 보유하고 있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태양의 아이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같은 책들을 보게 되면, 기원전 그리스ㆍ로마의 수학자들의 학문과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쌓여있던 많은 문화유산들은 그 시대의 지식인들의 전유물로만 취급되어 널리 퍼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당시 유행하던 카톨릭 교회들은 그들만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서 책과 지식의 보급을 금지했기 때문에 거의 2000년간 문화적 암흑기를 거쳐왔다는 이야기들 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지식의 흐름이 끊겨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항상 고대의 책을 섭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비로소 오비디우스가 지어낸 <변신이야기>를 읽게 되면서 약속을 지켜낸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져옴을 느낀다.

그렇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유피테르나 헤라클레스와 같은 인물들을 포함하고, 그 이외에도 수 없이 등장하고 있는 많은 신들과 명사들의 이야기에 머리가 핑하고 돌아버릴지경이었다. 그만큼 이 책은 나를 상당히 혼란스럽게 했고, 여러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내용을 파악하기에 쉽지 않은 감이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한 지침서라는 느낌을 많이 받게끔 한다고 생각했다.  

태초의 카오스에서 시작된 인류의 문화. 그 문명은 황금과 은과 청동과 철의 시대를 거쳐오면서 탐욕으로 흐른다. 서로의 가진 것들을 탐내며 싸워오던 인간들은 전쟁의 여파로 인해서 갈수록 포악해지고, 잔인한 심성을 갖게 된다. 그들은 여자들을 노리개 따위로 생각하면서 아무여자나 탐하고, 서슴없이 불륜을 저지르기도 하는데, 이 변신이야기에서는 인간의 비윤리적인 행동들과 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인간윤리를 거스른 사람들의 끝은 어떻게 되었을까? 책의 제목 <변신이야기>처럼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신의 아들인 인간에서 미개한 동물과 식물 따위로 전락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들을 욕되게 하는 인물들 역시 신의 노여움으로 인해서 벌을 받게 된다는 무서운 이야기들이 책 속에 가득히 자리하고 있다.

즉, 이 세계의 신이라는 것은 누구나 두려워해야 마지않는 절대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이런 무서운 처벌의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나는 그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신의 노여움을 받긴 싫어’라는 두려움의 계몽의식이 생겨남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생각해본다.

신이라는 존재. 그 신을 믿는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며, 더 나아가서 지구상을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위하는 행동인 것이다. 그들은 정말 신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믿어온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신의 존재에 대한 의식이 상당히 옅어진 지금. 우리들이 생각할 때는 이 신이라는 것을 믿는다는 행위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서 신을 믿기 위해 했던 선한 행동들이 나는 보호해주는 것을 느끼게 되고, 재물적인 이득이 아니더라도 삶에 있어서의 목숨과 같은 이익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신을 경배하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사실 신의 개념은 특정계층의 기득권을 위해 악용되어왔던 것도 사실이고 지금도 그런 악용의 사례는 수도 없이 빛과 그림자처럼 항상 따라다니지만, 그 이전에 이 신은 인간윤리의 계몽을 위한 가장 확실한 도구였던 것이다.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도 역시 신의 은총을 위한 어떤 선한 행동으로서 일하고 저축하고 자본을 모았음을 생각해볼 때, 이런 종교의 역할은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절대적인 장치로서 존재해왔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장정일의 <공부>라는 책을 보면 <중국이 만든 유럽의 근대>, <동양은 어떻게 서양을 계몽했는가>,<서구문명은 동양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책을 예로 들면서 중국의 사상이 실크로드나 몽고제국을 통해 서양으로 건너감에 따라 서양 철학의 기폭제로 사용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다면 기원전에 지어진 <변신이야기>나 여러 신화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계몽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 윤리 관념들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갑자기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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