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It!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Do It!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
게리 우드 지음, 유영일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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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의 저자 게리 우드는 영국 출신의 사회심리학자다. 그는 영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연활동을 하는 동시에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꾸준히 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소통의 폭을 확장시켰다. 그의 주 무대인 영국에서 9시간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야기한다.

“Don't wait for your ship to come in... Swim out to meet it"라고 말이다. 한국어로 해석했을 때, “당신의 배를 기다리지 말고 헤엄쳐 나가서 맞이하라.”로 이해할 수 있는 이 문장이 바로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이 의미하는 숨은 뜻이자 저자가 의도하는 핵심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개개인의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는 점에 우선 주목한다. 그는 “사람은 저마다의 환경이나 경험을 통해서 하나의 인식의 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인식의 틀을 바탕으로 저자는 강점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는 우리에게 섣부른 판단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우리들보고 시간이 없으니까 눈에 보이는 아무 배나 당장 찾아가라고는 하지 않는다.

저자는 독자들 스스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틀을 파헤쳐 나가는 작업을 진행시켜나간다. 인식이라는 큰 덩어리를 여러 가지의 단어로 쪼개는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분리된 여러 가치관들의 단어를 통해 당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강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탐구해볼 수 있다.

이 책은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라고 외치는 성격의 자기 계발서와는 달리 독자 스스로 판단하여 동그라미를 칠 수 있고, 자신을 평가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나 또한 몰입하여 그가 요구하는 양식을 써 내려나갔다.

그는 자신의 가치관과 강점을 찾고 난 뒤에야 비로소 목표를 설정하라고 한다. 그렇지만 목표한 행동을 하기에 앞서 머릿속으로 그 상황을 선명하게 이미지화 시키는 작업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운동선수들은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는 방법으로 실제 경기장에 나서기 전에 모든 예측 가능한 상황을 학습한 뒤에 시합에 임한다.

저자가 유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목표를 따라서 헤엄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잡념과 스트레스, 부정적 이미지들을 명상과 두뇌의 상상력을 통한 자기대화로 벗어던지라고 명한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명상법과 상상력 연습 방법들을 덧붙인다.

이와 같이 저자는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이라는 책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머리부터 발끝 까지 자신의 목표를 정확히 판단하는 작업을 도와주는 것도 모자라 아예 배를 찾아 헤엄칠 수 있도록 돕는 각종 기술적 도구들을 나열시켜놓고 있다. 그는 성공적으로 헤엄쳤을 때, 얻는 금전적 이득과 같은 것들을 타인에게 나누어 준다면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이 책을 끝마친다.

<나를 바꾸는 행동의 힘>가 내게 준 것

가장 먼저 나는 상당히 체계적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계발서라는 생각을 했다. 누구라도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껏 당신이 왜 그렇게 행동해왔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모든 시작은 냉철한 자기 판단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흔히들 말한다. 시작은 반이기 때문에 자기 판단은 곧 반이 될 테고, 그 반을 힘들이지 않고 걷기 위해서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듯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때, 텅 빈 손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우선적으로 권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목표에 까지 도달하지 않게 되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점이 자신의 강점인지 파악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어떤 가치관을 중시하는지 알아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저자가 만들어놓은 도구들로 파악했을 때, 나는 배움과 경험이라는 가치관에 상당히 굶주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시시때때로 흘러들어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쫒아낼 수 있는 명상법이나 상상력 훈련법 같은 심리적 안정화도구들도 꼭 써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조금 복잡한 감도 없지 않지만 계속 하다보면 쉽지 않을까 한다. 뭐 너무 복잡하면 <1일 30초>의 마인드 컨트롤 법을 차용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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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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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신자유주의’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 이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각국의 규제를 철폐하여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려는 의도를 가진 경제 정책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자’들은 IMF와 세계은행으로 전 세계의 통화를 관리하고, WTO를 통해 자유무역을 권장하는 활동을 벌인다. 그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세계촌이 전부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선전한다.

이들이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데는 국제무역 관계에서의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이 바탕이 된다. 이것은 “여러 나라들이 제각각 다양한 분야를 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현재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했을 때 효율이 가장 뛰어난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나중을 봤을 때 훨씬 이익이 된다” 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산업을 한 곳으로 집중하여 얻을 수 있는 생산물의 가치를 ‘자유무역’ 통해 거래한다면, 여러 분야에 분산된 산업으로 인해 얻는 가치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를 기본골자로 하여 자유무역과 산업의 집중화를 유도해왔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이런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책의 전부를 통해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었다. 현재 강대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미국을 비롯한 일본, 독일과 같이 ‘자유무역’에 갈망하는 나라들을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고 일컫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강대국이고 강자의 논리로 세상을 지배하려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앞서 이야기한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역시 후진국에게 후진국다운 산업을 장려하는데 이유가 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고차원적인 산업을 키우려는 노력 대신에 현재 가지고 있는 노동력이나 농업과 같은 부분에 전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버린다. 개발도상국의 정부나 국민의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이렇게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으로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사다리를 박탈당하고서는 현재 하고 있는 거나 잘하라면서 ‘자유무역’을 강요받는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과거에 후진국이었을 때, 경제를 일으키고 발전하는 과정에 있어서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여 그 나라의 시장을 개방했느냐?” 라는 질문에 장하준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라고 반박한다. ‘네덜란드에 대항한 16~18세기의 영국’. ‘영국에 대항한 19세기의 미국 그리고 독일’. ‘서구열강에 대항한 20세기 초의 일본’. ‘서구와 일본에 대항한 20세기 중ㆍ후반의 한국’. 장하준 교수는 이 나라들의 경제발전 과정을 낱낱이 조사하면서 이들이 현재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결코 ‘자유무역’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꼬집는다. 

그들이 성공하게 된 원인은 ‘자유무역’이 아니었다. 과거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경제발전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국의 자본에 잠식되지 않고 그 나라가 스스로 자생할 수 있게 토대를 마련했던 ‘블록경제ㆍ계획경제’라는 경제정책이었다. 이것은 현재 우리가 FTA니 뭐니 하면서 부르짖는 ‘자유무역’과는 완벽하게 상반된 성격을 가진 경제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IMF가 요구하는 재무건전성을 갖춘다면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장하준 교수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고, 아프리카의 가나보다 더 가난했던 우리나라에 ‘포스코’가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국가의 계획에 따른 정책이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기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끌어들인 막대한 차관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포스코’가 현재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기술이 뛰어난 제철소가 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신자유주의’의 정책 하에서는 ‘포스코’라는 철강회사는 우리나라에 결코 들어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1997년의 금융위기에서 보듯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자유무역’ 속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엄격하게 심사하고, 통화량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IMF와 세계은행의 행위를 두고 많은 이들이 ‘양털깍기’라고 부른다.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1980년대의 일본과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던 미국과의 무역마찰. 달러의 가치하락에 대한 우려로 인한 미국의 일방적인 통화절상의 압력으로 일본은 1990년대에 거품경제에 빠져들어 ‘잃어버린 10년’의 시기를 겪는다.

그 후에 우리나라와 아시아 전 지역에서 일어난 ‘금융위기’.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은 정부의 울타리 속에서 커나가고 있던 산업과 금융을 외국자본에 개방하는 사건이 되어버렸으며, 이런 상황으로 인해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기에 이르렀다. 몇몇은 국유화 되었고, 미처 국유화하지 못한 우량기업들은 외국계기업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대기업들도 ‘사모펀드’들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에 나서기 위해 기업 구조를 지주회사로 돌리는데 많은 자금을 날리게 되었다.

언젠가는 국내를 넘어서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희생이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반 강제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바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한국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자금을 투입하여 국내의 유망한 기업들을 키워놓고는 한순간 자금줄을 틀어막으면서 다짜고짜 “부채비율이 높으니 정리하라”는 소리는 너네들이 키워놓은 것을 집어삼키겠다는 의미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아시아지역에 금융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이런 금융위기가 바로 지난해인 2008년에 또 다시 찾아왔다. 그것도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나라인 미국에서 말이다. 그들은 스스로 서브프라임 대출이라는 요물을 이용하여 버블을 만들었다가 거품을 채워줄 자금이 흘러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그랬을 때, 그들은 어떻게 했는가? 물론 상황을 인식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가긴 했지만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게 되자 심각함과 다급함을 느낀 그들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금융위기를 떠받혔다.

그리고서는 전 세계의 지도자들을 소집해서는 “서둘러 공적자금을 투입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내뱉었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위기 당시에 긴급히 자금회수에 들어갔던 상황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신자유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부정부패 척결, 건전한 문화, 민주주의?

그들은 이야기 한다 경제가 부강해지려면 부정부패가 없어야하고, 경제발전에 적합한 부지런한 민족성을 가져야하며, 민주주의를 통해서 그들의 수확물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꼭 민주주의와 부정부패의 척결이 필수적인 요소였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1970년대 박정희 시절.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시절.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옛날 영국에서도 독재정치가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시절도 있었다는 점도 언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부패 척결과 민주주의라는 것은 경제발전과의 연관성은 거의 없으며 단지 경제가 발전하게 되면 굶주렸던 국민들이 점차 윤택한 삶을 살게 되고 그러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겪게 된다고 분석한다. 즉, 돈에 대한 중요성보다 행복한 삶에 대한 가치관의 상승으로 인해 부정부패는 사라질 것이고, 때문에 1인 1투표인 민주주의가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문화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자’들의 그것과 달랐다. 특별히 경제발달에 도움이 되는 문화가 있다고 주장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장하준 교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것이 나라가 못 살고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을 때는 “유교전통으로 인해 게으르고, 실용적이지 못하고, 경직된 신분사회”가 부각되어 못사는 이유가 되었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되면서 잘 살 때는 “유교의 근면ㆍ성실한 전통과 기업문화를 이끌어가는 공동체정신”등이 부각되어 잘 사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내게 준 것

신문을 볼 때, 등장하는 많은 이야기들의 원천이 아마도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아닐까 싶다. 자기들도 과거에 선진국에 대항해서 블록경제체제를 유지했으면서 왜 현재 성장하고 있는 브릭스나 한국과 같은 나라에게 ‘자유무역’이 답이라면서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넣는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아마도 그들은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이익이 되는 체제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자유주의’가 답이요. 그것을 문화적으로 사상적으로 정당화시키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들의 수작이 훤히 들여다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그것은 유시민 씨가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지적한대로 이 책의 대상은 막 개발을 시작하려는 저개발국가가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한 내용들을 수록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시민 씨는 장하준 씨의 저서를 대한민국의 정책에는 이용할 여지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그렇지만 내 생각에는 분명히 이용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무리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앞으로 주력으로 삼고 투자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같은 산업에 대한 방어막까진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잠그기를 한 상태에서 외국의 기술을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힘들 것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그것을 대가로 도박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솔직히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농업, 제조업과 같은 필수산업)를 잘 간수해야할 것이라는 사실을 <나쁜 사마리아인들>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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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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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라는 이 책은 52년의 인생 중에 무려 35년이라는 시간을 독일에서 보낸 여인의 이야기다. 이 책은 독일에서 건축공부를 마치고, 현지인과 결혼하고, 둘 사이에 아들, 딸 하나씩 낳고 기르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돈보다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는 그녀. 그래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면 과감히 거절해버린다는 그녀. 분명히 평범한 사람들이 들으면 “우와 대단한 분이다.”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정도로 인생관이 뚜렷한 분이다.

뿐만 아니라, <고등어를 금하노라>의 후반부에 접어들면 등장하는 역사문제나 외국인문제에 관한 그의 경험과 통찰력은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깨달음과 생각할 문제들을 제공해준다. 

고등어를 먹지 않는 이유?

대관절 그녀가 말한다. “고등어는 먹지 않겠다.”고……. 참으로 이상하다. ‘그 맛좋은 고등어를 대체 왜 안 먹겠다는 걸까? 고등어에 무슨 문제가 있나?’라는 엉뚱한 생각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조금만 책장을 넘겨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그것을 곰곰이 되새김질해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주장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가 살고 있는 독일은 대부분의 지역이 육지와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바다생선을 먹기 위해서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에너지가 낭비된다. 그래서 그들은 고등어를 금하노라고 외친다. 즉, 예전에 이 땅에서 살던 조상들이 접하지 못한 새로운 먹을거리를 앉아서 편하게 먹어치우는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반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족은 제 철과 제 지역에서 나는 음식물만 먹기로 규칙을 정한다. 국내산이 아닌 각종 수입한 먹을거리들. 터무니없이 싼 가격표를 가슴팍에 붙이고 있는 이면에는 정당한 급여를 제공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있음을 알기에 고객들이 매번 그런 상품만을 찾게 된다면 제3국가의 노동력 착취는 갈수록 심화 될 것이라는 저자의 경고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자유방임

자녀교육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 중 하나로서 자기 아이를 ‘방목’시킨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고등어를 금하노라>에서 말하는 자유방임식 교육을 보고 있으면, ‘아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방임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돈 보다 시간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실이 자녀교육에서도 뿌리내렸다. 이 집에는 TV가 없다.이 가족은 하루 세끼 식사시간만 찾아오면 한사람도 빠짐없이 식탁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야기꽃은 아이들의 나이가 들면서 정치, 경제, 사회, 역사 분야를 가리지 않고 토론하는 장으로 발전되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뒷바라지를 한다. 즉, 요즘 뜨고 있는 자기주도 학습이라는 것을 이 가정에서는 10년 정도 앞서서 실행한 것이다. 전문기관에 위탁해서 키운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똘똘 뭉쳐서 이뤄낸 점을 보고 있으면, 사교육이라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딱 하나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았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아들에게는 컴퓨터 게임 중독에 빠져들지 않도록 감시한 것이고, 딸에게는 엄마 아빠가 직접 성교육을 하면서, 건전한 사교생활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리라. 그렇다면 자유방임의 결과는? 현재까지 매우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겠다.

독일의 역사 청산작업. 그리고 한ㆍ일 관계

저자는 3장의 주제를 ‘공존’이라고 설정한 뒤,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이 책은 보통 가정의 아내 그리고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넘어선다. 3장부터는 인류의 공존방법을 모색하고자 노력하는 ‘지성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프리랜서로 건축 디자인을 조금 하면서 살고 있다고 겸손해하지만 3장을 보면 그녀가 얼마나 충실하게 삶을 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이 장에 대해서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그녀의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는 독일의 과거 청산작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자신들의 역사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나중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는 나 역시 동의하는 점이다. 사람들의 피해의식과 감정에 호소하여 탄생한 극단의 민족주의 ‘나치즘’을 원인에서 결과까지 솔직하게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어야 ‘아!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이 나치즘의 초기와 비슷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와 가까운 곳에 과거 청산을 거부하고 있는 나라가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나라는 바로 일본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본은 우리를 침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러일전쟁이나 청일전쟁과 같은 굵직한 침략전쟁을 기리면서도 우리 땅을 넘고, 불평등조약을 체결하고, 식민지화 했던 역사에 대한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일합방의 기초가 된 한일의정서 이후의 식민지 역사의 해석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우리의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항거한 ‘문화 말살과 수탈의 시대’지만 일본인들에게는 한국인 다수의 지지를 받은 ‘한국의 근대화 과정’이라고 이해한다는 것이었다. "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일본에도 분명히 시대를 정확하게 바라보려고 하고 그 속에서 반성할 점을 찾는 지식인들이 있지만 아직은 그들의 이야기가 주류로서 인정받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들을 주류로 끌어올리는 것. 올바른 과거청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일본인들 스스로의 반성이 가장 우선이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사를 올바르게 바라보려는 일본인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 불씨를 살릴 수 있도록 위안부 할머니들의 보상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꼼꼼하고도 철저한 디딤돌을 만들어 두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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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을 깨워라!
앤드류 펙 & 지니 맥그레이드 지음, 유지훈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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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을 깨워라!>라는 제목은 우리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우리들에게 당부하는 이야기의 핵심도 이 내용과는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 자신의 한계를 섣불리 단정 짓지 말자고……. 우리의 능력은 우주. 그것과 같다고…….

당신은 제목이 이야기하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인지하면서 숨어있는 내용에 한걸음 그리고 또 한걸음 빠져 들어가면 어느새 우리는 <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을 깨워라>에서의 ‘아인슈타인’이 바로 ‘창의력’을 의미하는 것임을 파악할 수 있다.

‘창의력’ 그리고 ‘아이디어’. 나는 이 두 단어를 이렇게 생각한다. 단편적인 지식만 쌓아서는 절대로 발휘될 수 없는 지식 그 너머의 특별한 영역이라고……. 들입다 암기만 해서는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이라고…….

관용적인, 꾸준한, 활력 있는, 예리한, 독립적인. 주의 깊은, 열정적인, 위트 있는, 질문이 많은, 융통성 있는, 호기심 많은, 낙관적인, 직관적인.  -아이디어스포터의 성향-

나는 몇 달 전에 읽었던 샘 해리슨의 <아이디어의 발견>에서 말하는 ‘아이디어 스포터’가 되기 위해서 힘써왔다. 지식을 취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모든 감각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내고자,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해내보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만족할 정도로 술술 풀리지는 않았다. 자유자재로 사유할 수 있는 통합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있을 뿐 아직까지도 모자란 내 자신을 발견하고 '털썩' 소리를 내며 주저않고 싶어진다. ‘사유를 통한 글쓰기’ 대신에 ‘쓰기 위한 글쓰기’가 된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항상 경험에 목마르고 새로움에 목마른 이 상태. 한계점이라고 한다면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점에서 서평이라는 녀석을 대하는 것도 약간은 힘에 부치기 시작할 무렵 만나게 된 <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을 깨워라!>는 <아이디어 발견>에서 읽었던 메시지. 모든 감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시금 기억하도록 만들었고, 그것이 최근에 <크로아티아 블루>라는 여행에세이를 즐겁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응원해주었다.

한 발자국 더 내딛은 창의력 공식

<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을 깨워라!>에서 이야기하는 ‘창의적인 인재’의 메커니즘은 탐색-배양-유희-모험-수확 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의 점진적인 발전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아이디어 발견>에서 제목 그대로 발견(탐색과정)에 그쳤다면 이 책은 탐색에서부터 배양, 유희, 모험, 수확이라는 결과물의 생성까지의 이야기를 설명해준다. 게다가 뒷부분에 보너스까지 있으니 이 책을 ‘창의력의 정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창의력 개발의 다섯 단계

탐색과정은 사물을 여러 각도(여러 자극을 통해서)에서 바라보는 능력을 일컫는다. 될 수 있으면 객관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다양한 사물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연습도 필요하다. 탐색을 위해 모든 감각(시각, 청각, 후각,미각, 촉각)에 몰입하는 과정까지를 탐색과정이라고 한다.

배양과정은 탐색과정으로 얻은 아이디어가 쉽게 가지를 뻗을 수 있도록 좋은환경을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배양 공간을 자신의 취향과 리듬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예를 들어, 작업공간을 정리하고, 잔잔한 음악을 듣기도 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할 수 있는 그림을 걸어두는 것과 같은 활동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탐색해낸 아이디어를 극대화 시키기 위한 준비단계로서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유희과정은 말 그대로 상황을 즐기는 과정이다. 탐색에서는 바라보는 것에 그쳤다면, 이 유희에서는 즐긴다는 것에서 차이점을 찾을 수 있다. 가지고 있는 편견들이나 걸림돌은 한쪽으로 제쳐두고 인체의 모든 감각과 두뇌에서 튀는 스파크를 사용해서 놀되,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될 또 다른 새로운 것에 집중하자는 의미라고 이해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얻는 경험을 표현하자면 단순한 자극이 일으키는 희미한 불빛(탐색)에서 조금 크고 더 밝은 불꽃(유희)으로 변신한다.

모험과정을 쉽게 이야기한다면 앞의 단계에서 찾아낸 ‘아이디어의 원석’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아이디어 원석’을 가다듬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과정임에도 분명하다. ‘안 그래도 바쁜데 이것 때문에 바쁜 일을 더 바쁘게 하고 싶진 않아!’ 라는 생각. 아니면 ‘내가 생각해낸 이 아이디어가 알고 보면 별 볼일 없는 보석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은 한쪽 구석에 버려두자. 그리고 시작해보자. 모험을 해보자.

수확과정은 말 그대로 결과물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매순간마다 내놓는 부정적인 참견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이 걷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나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람은 지금껏 본적이 없어”라든가 “요즘 세상에 누가 사업한다고 하는 사람마다 망하던 걸”과 같은 메시지는 치명적이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믿음이 있다면 주위의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무시할 수도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길을 닦는 과정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럿이서 같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렵생활을 했던 원시인들이 왜 함께 사냥을 나갔는가? 우리의 선조들은 모내기철이나 추수를 할 때마다 왜 품앗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생산 활동을 했는가? 그들은 여럿이서 함께 하면 힘이 적게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확과정’에서의 결실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개인의 힘이 아니라 단체의 힘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여러 가지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경험치를 나누라고 한 것. 대학교수께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공부하라고 억지로 조별로 발표 수업을 진행한 것. 모든 활동이 결실을 맺기 위한 활동이었던 것이다. 만약 당신의 능력치가 쌓였다면 그 능력치를 수확하고 섭취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이 경작한 지식들을 교환해보자.

<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을 깨워라>가 내게 준 것

이 책에 의하면 ‘창의력’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창의력'이라는 것이 반짝이는 전구의 불빛처럼 간단하게 우리에게 왔다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을 수확한 사람은 '창의적인 인재'요. 지나쳐버린 사람은 '창의적이지 못한 인재'라고 한다.

그러므로 '창의적인 인재'는 노력한 인재다. 그들은 ‘수확’이라는 결과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감각을 열어두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미리 겁먹지는말자. 저자는 '창의적인 인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즐겁게 한다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은 '창의력은 천재들만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앞에 놓여 있는 일만 묵묵히 해온 사람들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속삭인다. 지금부터라도 당신이 직ㆍ간접적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새롭게 받아들여보자고 속삭인다. 

일단 모든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자. 분명히 번쩍이는 것이 발견될 것이다. 당신의 경험이 깃들어 있는 아이디어를 누가 함부로 폄하할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자신감을 가지고 일단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하고 펼쳐보아라! 그 후에 그것을 남들에게 알려보아라! 새로움을 탐구하려고 노력하는 당신의 열정에 대한 평가는 당신도 모르게 어느새 바뀌어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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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블루>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크로아티아 블루
김랑 글.사진 / 나무수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얘들아, 올해 가을 소풍은 니들이 기대했던 것처럼, 일산해수욕장이니까 내일 9시까지 해수욕장 입구로 도착해라 알겠지?” 

“아~~. 선생님 또 거기로 가요? 지겨워 죽겠어요!!!!!!”

소풍을 떠날 장소가 결정되고 난 뒤에 우리는 그 날 수업 내내 인상을 찌푸린다. 또 거기라서 이제는 지겹다고 한숨을 푹푹 내쉰다. 그치만 다음 날 도착지의 아이들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언제 짜증을 부렸나는 듯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곳저곳을 응시한다.

눈빛만이 아니다. 매년 놀러오는 이곳에서 작년과 같겠지만 어쩌면 있을지도 모를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할 기대감에 마음껏 자태(남자들이 득시글한 남고임에도 불구하고)를 뽐내면서 해수욕장 정문에 속속 나타난다.

아마도 소풍을 떠나기 전날 밤, 각자의 머릿속에는 지난해 들렀던 해수욕장 산책로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 여러 오락거리들과 평소에 맛볼 수 없는 번데기나 솜사탕. 그리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푸르스름해 보이는 바닷물과 더 깊숙이 들어서면 나타나는 대왕암의 바윗길까지 한꺼번에 떠올라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경험했고 게다가 절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가진 곳은 쉽게 질리지 않는다. 질리기는커녕 오히려 그 동안 잘 지내고 있었는지 궁금하면서도 이미 적응된 그곳의 풍경에 어떻게 하면 더욱 잘 녹아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우리의 마음은 한껏 고양된다. 거기다가 같이 소풍 온 여고생들이 있으면 금상첨화일 테고 말이다.

<연꽃도시>의 한한이 그랬던가? 시간과 공간을 설정하는 것은 째깍째깍 귀찮게 구는 초침소리나 우리의 눈과 손이 뻗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 각자의 머릿속에서 얼마나 강렬한 기억이었는지 또한 얼마나 가까이 위치하고 있는지가 그 사람의 시간과 공간을 결정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이다.

강렬했던 시간과 공간.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라는 곳은 분명히 우리가 매년 소풍을 떠나는 가깝고 친숙한 곳은 아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있어서 크로아티아라는 곳은 축구경기를 통해서만 그리고 ‘루카 모드리치’라는 축구 선수를 통해서만 어렴풋이 알 정도로 극히 멀리 위치해 있지만 <크로아티아 블루>의 저자 김랑에게 있어서 이 <크로아티아 블루>는 한한이 이야기하는 그 시간과 공간을 눈앞에 끌어들일 정도로 강렬한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만약 이 책이 단순히 크로아티아의 푸른 바다 풍경에 대한 의미 없는 충성심을 바치는 것에 그쳤다면 나는 매우 실망했겠지만 <크로아티아의 블루> 속에서는 그를 어스름이 짙게 깔린 풍경속의 달빛 같은 남자라고 불러주던 햇살 같은 그녀의 눈빛 목소리와 몸짓들을 크로아티아라는 새로운 공감대로 하여금 같이 느껴볼 수 있게 하는 놀라운 마력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안타깝게도 그녀와 함께 했던 당시, 그들을 가로막고 있던 제약으로 인해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그와 그녀. 두 사람은 누가 먼저 작별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리 없이 멀어져버렸다. 그래서 그는 늦은 후회를 반성하혀 한다. 지나간 그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려 한다. 

햇살 같은 그녀를 기억 속 아주 먼 곳으로 보내기 위한 작업으로 크로아티아를 또 다시 선택했다. 그래서 <크로아티아의 블루> 속에는 눈이 부실 정도의 바깥 풍경이 이야기하는 밝음과 저자의 내면 속에 아직까지 정리되지 못한 어두움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책 속의 많은 그림들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너무나 설레어서 그의 어두움에 대해서 이렇게 말해버릴지도 모르겠다.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박영진님의 유행어처럼 말이다.

“그건~~~ 니 사정이고~~~” 

그렇지만 그의 어두움을 무시한다면 이 책은 너무나도 밋밋하다. 그가 나열해놓은 글을 통해 구성된 기억들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그가 다시는 느끼지 않도록 마지막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글로 풀어내는 자연경관은 너무나 생생해서 오히려 과거에 더 빠져들지 않을지 걱정이 될 지경이다. 크로아티아와 지은이가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지켜보는 것은 이처럼 근심스럽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롭다.

기억과 공간의 추억을 새로이 써내려가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다시 만난 <크로아티아의 블루> 속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나간다. 책 속에서 인용되는 톨스토이의 명언처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이 순간이고,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하는 좋을 일이라는 말처럼.


그는 어두움을 반으로 접어버릴 요량으로 찾아온 이곳에서 여러 친구들을 새롭게 발견한다. 푸른 바다와 폭포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축물. 종루 위에서 드러나는 골목길의 새로운 발견. 이런 ‘친구’들 덕분에 <크로아티아 블루>라고 이름 지은 치유의 작업을 완료한다. 
 

그는 혼자였고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곁에 있던 모든 이들과 물질과 감정을 나누고 함께 한다. 그렇게 길 위에서 함께 한 인연들은 모조리 '친구'가 되어 그의 여정, 그 한 페이지가 된다. 비로소 이곳은 과거와 같은 크로아티아지만 친구들이 있는 이곳은 새로운 공간이 된다. 또한 그 친구 중의 한 사람이었던 미미코와의 다음은 어떻게 발전하게 되는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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