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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루 - [초특가판] 일본 고전명작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시무라 다카시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에버트 아저씨가 추천한 위대한 영화 중 한 편.
수많은 영화들 중 뭘 볼까 하다가 책을 덮었다 폈더니 이게 나왔다.
쿠로자와 아키라. 위암 판정을 받은 30년 공직생활의 공무원.
두 가지만으로도 눈을 사로잡는다.
내가 본 몇 편의 흑백영화 중 기억나는건
시민 케인, 사이코, 카사블랑카, 7인의 사무라이,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정도.
흑백영화를 특별히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컬러시대에 편애할 정도는 아닌지라
손이 잘 안간다.
명화의 위대성은 시작하기는 힘든데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는데 있다.
재미는 물론이요, 교훈까지 두루 전달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있겠는가.
이렇게 시작한 이키루.
인간극장의 이금희씨의 따뜻한 나레이션이 아닌,
저승사자 같은 차가운 나레이션으로 문을 연다.
일찍이 상처하고 아들을 위해 30년간
미이라처럼 살아온 한 사나이.
죽음이 갑자기 눈앞에 목표 아닌 목표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제서야 그는 산다.
그 전의 그는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다.
자기의 의지대로 산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살았다.
그는 죽음이 닥쳐서야 자신의 삶을 살려고 한다.
한 사람이 빛나는 순간이다.
자유는 박탈당하는 순간 소중해지고,
삶은 죽는 순간 소중해진다.
잃어봐야 소중한 것을 알게되는건
미약한 인간의 빠져나올 수 없는 숙명이다.
쿠로자와 감독의 영화는 재밌는데다 교훈적이다.
하지만 억지스럽지 않고 세련되고 편안하다.
이 작품들을 보고 자란,
스티븐 스필버그나 조지 루카스가
그의 영향을 받지 않기란 불가능했을 테다.
이제 나도 그 이유를 알겠다.
* 1952년. 우리나라는 한창 전쟁중이었고, 일본은 이 때 무기 판매로 패전의 상처를 씻는다.
일본은 패전국이기는 했지만 세련된 선진국이었고, 영화에 나타난 당시 모습들은 유럽의 물랑루즈를 넘어선다.
파우스트를 외워대는 한 시인에게서는 독일에 유독 애착을 가지는 일본의 모습이 대변된다.
장례식 장면의 회상씬은 시민 케인, 라쇼몽 등을 떠올리게 하는 교과서적인 장면이다.
눈 내리는 놀이터 장면은 굉장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명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