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순원 지음 / 세계사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남학생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 기분이다. 정수가 13세부터 19세까지 성장하는 이야기를 작가의 경험에 비추어 쓴 자전적 소설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정수가 두살 위의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며 행동들이 눈 앞에 그려진다. 성에 대한 관심, 친구 누나에 대한 설레임, 빨리 어른이 되고픈 마음.
소설 속의 배경이 70년대쯤이니 아마 아이 아빠도 이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고 내 아들도 모양은 좀 다르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자랄 것을 생각하니 빙그레 미소가 떠 오른다. 어른 흉내만 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 힘으로 돈을 벌고 나 자신을 책임지는 진짜 어른이 되고 싶었던 소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 않은 길을 힐끔거리곤 한다. 그래서 요즘 부모들은 자식의 미래도 선택해주고 결정해 준다. 학교로, 학원으로 시간에 쫓겨 다니는 아이들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여유조차 없다. 그런데 대부분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의사나 변호사인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공급 과잉으로 인해 앞으로는 이 직업이 가장 싼  임금의 직업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쯤되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정수의 이유있는 가출에 비해 요즘 청소년들의 가출은 거의 맹목적이다. 반항을 위한 반항, 심지어 자살까지도. 부모의 무서운 보호아래 양지에서만 자란 아이들은 겉만 어른인 유아들이다. 그들에겐 부딪히며 경험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빠와의 한잔 술도.

대관령의 어린 농군이 되었던 정수와 가출해서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는 무엇이 다를까? 부모를 믿는다는 것과 부모가 믿는다는 것. 두 아이를 키우며 사는 나는 정수 아버지처럼 관대할 자신이 없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아무리 잘 가르쳐 줘도 자신이 경험하기 전에는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경험으로 느끼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 나이면 누구나 어른흉내를 내고 싶고 가출을 생각하는 것도 잘 안다. 그렇지만 2년씩이나 속을 태우며 지켜볼 큰 마음이 내겐 없다.
요즘은 도처에 유혹들이 널려 있다. 성적 호기심을 위한 것, 가출하고픈 아이를 위한 것, 심지어 자살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것들까지. 그러나 그들이 굳건히 올곧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바로 정수 아버지와 같은 부모들의 믿음이다. 

언젠가 내 아이가 정수처럼 건강한 가출을 요구할 때 잠시라도 허락할 수 있는 큰 마음을 기르기 위해 오늘도 엄마는 책을 읽으며 도를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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