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 사계절 1318 문고 2 사계절 1318 교양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글을 배우고 책을 몇권 더 읽는 것보다 인간을 인간답게 가르치는 것은 자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이름조차 쓸 줄 모르는 아버지지만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가족을 사랑하며 이웃과 사이좋게 사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모두 자연에서 배운 것이리라. 잘 세워진 울타리가 이웃을 평화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도 울새나 여우의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왜 그 날은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았을까? 많은 추측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답을 책을 다 덮을 때에야 얻을 수 있었다. 송아지 낳는 것을 도운 로버트는  테너 아저씨로부터 핑키를 선물로 받는다. 이 핑키가 바로 로버트를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도구가 된다.  외로워할까 봐 여물통에서 같이 자기도 하고 러트랜드 전시회에서 파란 리본을 받기도 한 생애 첫 소유물인 핑키. 그러나 핑키를 죽여야만 했던 그 날에도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를 이해했고 돼지의 피와 살이 잔뜩 묻은 그 손에 키스를 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자기 몫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죽음을 부인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인공이며 다른 가족들도 이상하리만큼 담담하다.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 편안히 쉬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 같다. 13살 로버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받아 변함없이 농장을 가꾸고 어른이 되어 간다.    
매티 이모와 영어 공부를 하는 장면은 절로 웃음이 나온다. 잘한 것은 잊어버리고 잘못한 하나만 가지고 아이들을 다그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 내 꼴을 보면 얼마나 웃을지.
'변태성욕자'를 중요한 물건이려니 생각하는 소년의 수준에 맞춰 쓰여진 글이라 중학생들이 만만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난 뒤의 느낌은 가볍지 않은 무언가가 남으리라고 생각된다.
우리 현실과는 많이 다른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다소 진부한 느낌이지만 잔잔하고 부드러운 전개가 여유를 주는 구성이다. 초코렛 케잌에 사용할 호두를 얻기 위해 다람쥐를 사냥하는 생소한 생활 방법도 알 수 있다. 긍정적이고 순종적인 말투에서는 요즘 아이들의 독선적이고 독설스러운 말을 찾을 수가 없다.
자연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현실을 생각한다면 학생들이 얇은 책으로나마 자연을 느끼고 배우는 것도 독서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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