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룸.. 실제로 몇년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오스트리아의 한 남자는 24년동안이나 자신의 딸을 밀실에 가두고 길러왔단다, 성폭행을 통해 아이도 여러명 낳게 하면서 말이다. 끔찍할 수 밖에 없는 이 사건을 보면서, 과연 그 딸은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회복이 되었을까 또 그 자녀들은 어찌되었는지 궁금하다. 이 책의 내용은 그렇게 작은 방안에서 생활하는 한 젊은 엄마와 5살 꼬마의 대화로 시작된다. 밖으로 나갈 기회가 전혀없는, 그래도 신발이 필요없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여러모로 많은 신경을 쓰며 산다. TV만 보게하지않고, 운동시간을 정하고, 밥먹는 시간을 정하고, 때로 탈출을 위해 소리를 지르는 시간, 물론 아이에게는 전혀 설명을 못하면서 말이다. 태어난면서 부터 바깥 세상을 보지 못한, 그래서 작은 방안이 모든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 TV를 보면서도 저건 가짜세상, 진짜는 작은 방안이라고 우기며 살아가는 아이다.

 

상당히 지루한듯 방안에서의 일상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이지만, 5살 아이의 관점으로 적어가는 소설은 왠지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아이로 인해 살 희망을 가진 여인, 그녀는 벌써 7년째 갖혀살아가는 사람이다. 항상 탈출의 희망을 놓지 않는 그녀가 마침내 탈출을 실행에 옮길때, 드디어 지루한 여정은 끝나고 눈의 뗄수 없는 긴장감과 박진감이 가득한 대탈주가 시작된다. 책을 읽지 않으면 그 긴박감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거란 생각이든다.

 

갈수록 세상이 험악해져가다보니, 이 소설을 읽는내내 과연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어떠할지, 복잡한 생각뿐이다. 두려움속에 살아가야 하는지, 아니면 갇혀있는 사람을 생각하며 안타까움으로 살아가야 하는지..그에 못지 않는 수많은 아동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사건들이 신문기사를 가득채우는 것을 볼수록 더욱 더 안타깝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표현되는 갖가지 심리묘사는 정말 놀라울정도다, 가끔 어떤 표현에서는 우리집 아이들의 말투가 묻어나는데, 그 속에 담긴 생각들이 무엇인지 어른거리기도 한다. 저자는 어떻게 이렇게 5살 아이의 마음속을 꿰뚫으며 이 책을 쓸 수 있었을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탈출후, 정상세상으로 복귀하는데 있어 오히려 엄마가 더 힘들어한다. 세상의 차가운 시선으로 부터 아이를 보호해야하기 때문이었을까? 아이는 엄마와 달리 쉽게 방안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내 딛는데, 그 모습들 속에 이 사회의 모습들이 조금씩 투영되어 있어 보인다. 부모일지라도 가질수 밖에 없는 차가운 시선이 그렇고, 이들을 통해 유명세를 타려는 사람들의 시선도 그렇다. 많은 여운을 남겨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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