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
김성민 글, 이태진.조동성 글 / IWELL(아이웰)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뭔가 잘못된듯한 제목, 혹시 가상 역사소설인가 싶을정도이다. 이 책은 손에 잡힐정도의 작은 문고판 단편소설이다. 내용을 짧지만 우리가 그동안 잘 못 알아왔거나 무시해왔던 사실들이 들어있다.

 

이토히로부미하면 대부분은 안중근의사에게 하얼빈에서 죽은 일본총독이라고만 알고 있지만, 이토히로부미는 사실 일본근대사의 획을 그은 유명한 사람이다. 흔히 들어왔던 일본의 메이지유신의 가장 선봉에 있었으며, 일본 근대화를 일으키고 양원의회정치를 탄생시킨 사람이다. 단순히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아니라 당시 일본의 외교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던 정치인이다. 우리가 안중근을 이해하기전에 먼저 이토히로부미를 잘 이해해야, 그의 의거가 전세계에 얼마나 큰 관심을 끌어올만큼 큰 일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안중근은 당시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군인의 신분으로 계획된 게릴라식 군사행동이라고 할수 있다. 안중근은 재판과정내내 자신을 국제법에 근거한 전쟁포로로 대우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단순 살인범으로 일본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았다. 당시 일본은 온갖 외교력을 동원하여 그를 일개 포수의 신분으로 격하시켰으며, 그리하여 나중에 붙여진 것이 의사(義士)라는 호칭이다.

 

이 책에서의 주인공은 안중근이 아니다. 그의 아들 안준생의 이야기이다. 생소한 인물이었다. 사실 안중근에 대해서는 거의 신화가 될만큼 열혈영웅으로서 기억되고 있지만, 그의 가족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었다. 그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안중근은 조선의 영웅이었고, 중국과 심지어는 일본인에게까지 존경을 받는 거인이었지만, 아버지의 삶을 기억하지 못하는 안준생에게는 당시 일제치하의 돈없고 가난한 역적(?)의 아들로 온갖 감시와 핍박을 남기고 간 아버지일뿐이었다.

안준생은 나중에 이토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사과하면서 일본의 협력자로 변절하게 된다. 그의 각박한 삶이 그를 이토록 변하게 만들었다고도 볼수 있지만, 영웅 안중근의 가족에게 무관심했던 당시의 민중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된다. 같은 민족에서 배신당하고 도망다니는 그의 삶에 대해, 그래서 더욱 더 안준생에게 연민이 가기도 한다. 비록 민족의 변절자로 낙인찍힌 인물일지라도. 누구라서 그의 삶을 욕할 수 있을까? 아마 우리라도 같은 형편에 있었다면, 일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란 쉽지 않았을것이다.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 안중근의 아들을 쏘다. 아마도 그의 삶은 그렇게 죽어갔을것이다.

 

안중근의 자녀 안준생을 돌아보며, 한없는 미안함이 느껴진다. 또 한편으로 안중근에 대해 숨겨져 있던 더많은 인간적인 모습, 그의 정치철학, 세계관을 바라볼 수 있었다. 5개월여동안의 옥중생활속에 여러가지 책을 썼는데, 그속에서 그의 오롯한 역사관을 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책이다. 더이상, 의사 안중근이 아니라, 안중근 장군으로 불려져야 하는 것은 그의 거사 100년을 맞아 각처에서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역사책에서도 조만간 개정되어야 할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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