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의 재구성 - 쓰레기통에서 다시 집으로, 생명을 되찾은 물건이야기
연정태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울아들은 연장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때 사준 플라스틱 연장완구들을 나름 제대로 가지고 논다. 울아들만 연장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또래의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호모파베르(도구적인간)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어쩌면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역시도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여러가지 다양한 종류의 공구세트를 볼때마다 저거 하나 갖고싶다고 마음먹는게 한두번이 아니다.

어릴때부터 자주 기계들을 분해해보곤하였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왜 고무가 사용되는지, 기어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호기심 많던 당시에 분해하고 조립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장난것도 왠만하면 다 고쳐쓰곤한다. 요즘도 아이들은 고장난 장난감을 내게 가져온다. "아빠, 고쳐줘!" 난, 아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부러지고 깨진것들도 어찌어찌 접착제로 붙이거나 아니면 철사로 고정하거나, 동작되도록 만들어준다. 모양새는 영 아니지만, 아이들이 그럭저럭 가지고 놀만큼은 고쳐진다.

 

저자, 연정태님은 디자이너이다. 나처럼 대충 뚜드락뚜드락하는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물건의 재구성, 이 책에는 저자가 살려놓은 많은 물건들에 대해 세세히 설명해두고 있다. 책을 만들려고 의도하지도 않았을법한데, 생활속에서 하나하나 고쳐가고, 폐품처리된 부품들을 모아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들이 모두 사진으로, 스케치로 모여서 하나의 책이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물건 재활용 지침서이거나, 무작정 따라해보세요 DIY매뉴얼도 아니다.

 

이 책에는 저자의 철학도 담겨있다. 물건에 대한 사랑, 소중히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생명이 없는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은 생명이 있는 존재들에게도 같은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녹아있다. 물건에 대한 권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태어나고 만들어질때 아무렇게나 만들어지지 않을 권리(生)가 있고, 존종받으면서 사용되어야 할 권리(), 함부로 버려지지 않을 권리(病), 그리고 버려질때는 제대로 버려질 권리(死). 그는 물건의 권리장전을 통해서 물건에 생명을 불어넣는 삶을 보여준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유머도 함께 곳곳에 녹아있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 미소가 지어진다. 에세이 형태로 씌여진 이책에는 그가 물건을 재구성하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신호등부속으로 만드는 멋진 조명, 의자두개로 만들어진 화장대, 버려진 삽날로 꾸며진 수돗가, 등등.. 그가 만들어가는 작품속에는 누구나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마음이 들게한다. 대부분의 작품들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지그소(Jig-Saw)이다. 정말 이것만 있으면 뭐든지 따라할 수 있을거 같다. 근데,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백번 생각하고 구상하는것보다는 미숙하더라도 한번이라도 도전해보는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점에는 이 책은 나에게 잘 맞는것같다. 지그소처럼 전문공구(?)는 없지만, 쥐꼬리톱으로 합판을 디자인하고 잘라내보기도 해봤고, 버려질뻔한 가구도 뚝딱뚝딱 튼튼하게 다시 살린것도 있다. 무언가를 만들기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더 없이 훌륭한 가이드가 될것이라 생각된다. 적어도 내게는 새롭게 시도해보고자 하는 목표들이 몇가지 생겼다. 가끔씩 쓰레기수거일날 기회가 되서 나가보면,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참 많다. 집안에 있는 물건중에 불편햇던 부분은 항상 머릿속에 남아있다가,  버려진 물건들을 통해 고쳐볼 부품으로 사용할것이 있나 찾아보게 된다. 저자처럼 탁월한 디자인적인 미적감각은 없지만, 물건에 새생명을 불어넣어주고자 하는 마음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저자는 책 말미에 단순히 물건의 재구성뿐 아니라 생각의 재구성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보게 한다. 나눔과 조화를 이야기한다. 자선은 일방적인 '베푸는'것이지만, 나눔은 '서로' 나누는 양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속에서 갖게되는 편향된 생각이 아니라 다른사람과의 조화로운 삶, 나눔을 통해 더욱 풍성한 삶이 될것이라는 생각에 공감이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