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올해들어 안식년으로 쉬고 있는 전직이 다채로운 40대 남자다. 그는 올해 내내 진로에 대한 고민에 싸여있다. 기자 생활 십년에 벤처사업가, 준 공무원까지 웬만한 영역은 한번씩 맛을 본 경력의 소유자. 그는 무엇때문에 고민하는 것일까?
K: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를 생각중입니다. 지금까지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화려했지만, 누구보다 힘들었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슬픈 것은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피해의식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두렵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떤 일에도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C. 오늘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게 가장 행복한 인생인지 알아보는 것으로 촛점을 맞춰봅시다.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지만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경험이란 그다지 많지도 않고 또 금방 휘발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난 과거가 고통스럽고 불행하다고 하셨지요. 어떤 점이 그랬습니까?
K.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곤 했습니다. 나는 믿고 모든 것을 맡겼는데 그들이 그렇게 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재산상 손해도 많이 입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 제 문제입니다. 저는 욕심이 많아졌고, 어떤 대목 특히 돈을 다루는데는 지극히 무책임했습니다. 제가 평상심만 지켰더라면, 꼼꼼하게 하다못해 크로스체크라도 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텐데. 후회가 됩니다.
C. 또 불행했던 다른 경험은 없으셨나요?
K. 운이 좋아서 여러 직업을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매우 빨리 적응하긴 했지만 결국 마무리는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옛날엔 새로운 일을 찾아 헤맸는데 지금은 너무 피곤하고 힘에 부칩니다. 안정이 필요합니다. 정신없이 부대끼고 적응하고 실패하는 과정들이 지금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C. 알았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선생님께선 안정적인 생활, 신뢰깊은 인간관계,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원하시는 군요. 그렇습니까?
K. 맞습니다.
C. 혹시 주변에서 선생님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대로 사는 분이 계시던가요?
K. 딱이 그런 분을 뵌 적은 없습니다만, 얼마전에 이승철이라는 가수를 보고 참 부럽단 생각을 했습니다.
C. 어떤 점이 그렇게 부럽던가요?
K.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행복해 보였고, 그 노래를 듣는 사람도 즐거워 하고. 참 자기한테 맞는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그렇게 평생을 살겠다하니 그도 좋아보이구요. 물론 그 친구도 괴로울 때가 많겠지요. 그 직업도 굉장히 힘든 직종이잖아요.
C. 적어도 선생님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그들과 함께 공감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시나봅니다. 그렇다면 혹시 선생님은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재주나 그런 경험같은 게 있으신가요?
K. 재미있는 일을 부담없이 할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재미있게 메시지를 담아 글을 써놓으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구요. 사람들과 둘러앉아 즐거운 얘기를 하노라면 재미있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C. 본인이 즐거울 때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시는군요. 반대로 본인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으면 그렇지 못하겠지요? 좋습니다. 재미있는 일을 한번 찾아볼까요? 재미가 자꾸 바뀌시겠지만 최근에 재미를 붙여 즐겨하신 일이 무엇입니까?
K. 올해는 어린이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반년 정도 집중했습니다. 그일이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조금 식었다고 할까요. 또 책읽는 일은 벌써 햇수로 4년쯤 계속하고. 그림 보는 것도 좋아라했는데 요즘은 머리가 복잡해서 일부러 안보고 있습니다. 그 정도입니다. 얘기하다 보니 집중적으로 반년쯤 하다고 시큰둥하고 그러는가 싶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 같기도 하구요.
C. 어떤 일을 하면 계속 재미있고 변화도 많을까요? 혹시 그런 일 보셨나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중에서.
K. 글쎄요. 어떤 일이든 직업적으로 하다보면 몇가지 패턴을 중심으로 도는 게 보통이지요. 창작을 하는 사람도 그 일이 결코 재미있기만 한 일은 아니고, 광고나 기자들도 밖에선 부러워 하지만 안에서 보면 다 똑같이 스트레스 받는 직업입니다. 직업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C. 그런 것 같군요. 좋아할 만한 어떤 일에 보람과 의욕을 가지면 계속 재미있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어떤 일에 보람을 느끼시는지요?
K.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가시화시켜서 보여줄 때 정말 흐뭇하고 보람있습니다. 교육도 그런 점에서 잘만 하면 참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C.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안정적인 생활, 신뢰깊은 인간관계,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원하셨고, 이승철 처럼 남들과 행복을 공감하는 직업을 감정적으로 원하셨습니다. 재미있고 변화가 있는 일이라면 충분히 남들과 행복을 공유할 수 있다고 하셨구요. 그게 직업은 아니라 보람과 의욕의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남들 생각안하는 걸 가시화시키는 일, 이를테면 교육같은 일이 그렇다고 하셨어요. 그렇지요?
K. 정리를 아주 잘하시는군요.
C. 감사합니다. 이제 미래의 이야길 한번 해보지요. 이런저런 일을 생각해보셨을 텐데 무엇이 결정을 못하게 만들던가요?
K. 미술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막연하고, 또 그 방면의 친구들이 새로 시작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력을 활용해 그 위에서 무엇을 시작하라니 그것 또한 잘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관심있게 생각했던 미술사 공부는 정말 사막에서 바늘줍기라더군요. 아무래도 직업으로 택하기엔 좀더 상황판단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린이 교육사업을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이쪽은 사업이라 선뜻 뛰어들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가능한 몇년동안은 비즈니스 중심의 생활은 안했으면 합니다. 잘되면 욕심을 부리고 안되면 생활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 어렵습니다. 안정이 안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코치 쪽을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C. 그일 이라면 저도 좀 압니다만...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걱정되는지 분류해 보시지요?
K. 장점이라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고 그동안의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나 주위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비즈니스에 속썩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이겠고. 단점이라면, 아직 시장규모나 인지도가 열악하기 때문에 돈 벌려면 좀 바쁘겠다는 것, 남들이 뭐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때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것, 따지고 보면 단점이랄 것도 없겠군요. 저 스스로 좋게 보고 있나봅니다.
C. 그런데 딱이 조심스러운 이유가 있다면?
K. 이 일 역시 안해본 것이라 시작하기가 두려운 거죠. 괜히 용두사미가 되기도 싫고, 중간에 또 그만두면 제 마음이 많이 안좋을 것 같으니까 선뜻 몸이 안 움직이는 겁니다.
C. 그러면 그동안의 경험을 되살려, 중간에 일을 그만두게 되는 이유를 쭉 뽑아서 미리 체크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어떤 이유때문에 중도 하차하게 되던가요?
K. 모두 인간관계 때문이지요. 사람들과 등을 돌리게 되면서. 왜 그렇게 됐을까요? 욕심을 부려서지요. 남들을 배려하지 않고 제 고집만 부렸기때문에. 내 머리와 내 능력만 과신해서 다른 사람들 얘기를 안듣고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욕심과 고집만 죽이면 되지 않을까요?
C. 코칭을 하면서 어떤 욕심, 어떤 고집을 부리게 될까요? 전 잘 모르지만 코칭 자체가 욕심이 있거나 자기 주장만 내세우면 절대로 안되는 직업 아닌가요?
K. 그렇습니다. 코칭을 열심히 하면 욕심도 부릴 일이 없어지고 고집은 다스려지겠네요. 만일 그게 안되면 내가 하는 코칭이 말도 안된다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재미있군요. 내친 김에 코칭 비즈니스에 대해 좀더 깊이 알아 봐야겠습니다. 어떤일을 구체적으로 하는지, 그 일을 잘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잘 가르쳐줄 만한 사람도 주변에 여러분 계시니까요.
C. 그동안 고민하시면서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잘 생각하고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조심한다면 정말 재미있고 보람차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볍게 일을 시작해보시되 욕심과 고집은 최대한 자제하셔야 겠습니다. 오늘 코칭을 정리해보실까요?
K. 감사합니다.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는데 하나하나 따지고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의욕과 보람의 문제라고 생각한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내가 안정적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려면 비즈니스에 깊이 빠지지 않는 것이 지금은 좋겠고, 내 일에 보람을 느끼려면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끄집어 내야 하니까 여러모로 코칭하고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무겁지 않게 최대한 경쾌하고 홀가분하게 일을 시작할까 합니다.
C. 수고하셨습니다. 매우 어려운 코칭이었는데 그동안 생각을 많이 하셔서 진행이 무척 빨랐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