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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장은 PR업계에선 실력을 인정받는 베테랑이다. 아침부터 고객과 언성을 높였더니 종일 되는 일이 없다. "빌어먹을. 돌대가리같은 놈이 고객은 무슨.  홍보하다 혈압 터져 내가 먼저 죽겠다."  뻑뻑한 뒷 목을 연신 주무르고 있는데 오실장이 두툼한 파일을 안고 들어왔다. "사장님. 내일 D사에 들어갈 PT(프리젠테이션)인데 한번 봐주시죠." 김사장은 손짓으로 놓고 나가라고 하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광고나 PR 매니저들이 가장 당황할 때가 있다. 고객이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무조건 잘해달라고 할 때다. 기업 이미지를 홍보해달라는 건지, 신제품을 프로모션하자는 건지, 아니면 수많은 컨셉중에 무엇을 앞세울 것인지 전혀 판단 못하는 고객. "그런 건 당신들이 전문가 아냐? 멋있게 한번 해봐"라고 거들먹거리는 고객. 그런 사람들일 수록 나중에 말바꿀 확률은 100%에 가깝다. "내가 언제 그걸로 하라고 그랬어? 이 사람들 보게. 내 얘긴 그게 아니었다구." 너무 황당해서 할 말을 잃는다. 김사장이 오늘 아침 뚜껑 열렸던 것도 바로 이런 고객 때문이었다.

 광고 PR 업계 사람들은 자신들을 비하할 때 <앵벌이>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 하나 둘 쌓이면서 좀 편해지는게 아니라 맨날 뒤집어 새로 만들어야 하고, 가면 갈수록 일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내일의 기약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꼴이 앵벌이와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고객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홍보나 광고는 기본적으로 고객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이른바 전문가들은 그 고객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줄 뿐이다. 전문가들이 얘기할 수 없는 것은 고객이 결정해야 할 몫이다. 그걸 모른 척하는 건 직무태만이요, 책임회피다. <PR매니저를 두지 말고 밖의 에이전시한테 맡기지 뭐.> 이렇게 생각하는 CEO는 아마 영원히 PR때문에 속을 썩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PR회사들은 아직 멀었어>라고 한 말씀 하시지만, 실제로 갈길이 먼 쪽은 그 CEO다.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처음부터 고객에게 설명하려고 달려든다. 마치 고객은 가만히 계시고 저희들이 모두 알아서 할 터이니 저희에게 맡겨만 달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수백 쪽짜리 PT도 모자라 아래부터 위까지 쫓아다니며 시시콜콜하게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이렇게만 하면 분명히 성공할 거라고, 믿어달라고 호언장담한다. 액션플랜에 맞춰 짜여진 예산을 고객이 별 생각없이 뭉텅 깎아도 <그냥 한번 맞춰보지요 뭐.>한다.

 마르고 닳도록 설명하고 일주일 뒤에 고객사에 들어가 <이제 다 결정하셨습니까>라고 물으면 뻥한 눈으로 쳐다본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잘 생각이 안나서 그러니 다시 한번 설명해달라고 한다. <아 네. 이차장 뭐해. 지난번 거 빨리 꺼내.> 심지어 고객사 담당자의 기안까지 엽렵하게 준비해주기도 한다.

 광고가 나가고 보도자료가 뿌려진 뒤 고객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윗분들이 난리가 났어요. 어떻해요. 빨리 들어와서 수습하셔야지요." "아니 왜 그러시는데요?" "누가 회장님께 우리 광고가 후지다고 한 말씀 하신 모양이에요. 광고 컨셉을 왜 그렇게 잡았느냐고 담당 이사가 작살 났어요. 그러게 잘 좀 하라니까." "아니 몇번씩 PT하고 시안까지 다 보여드려서 결재까지 났던 것 아닙니까?" "이것 보세요. 당신들은 전문가 아네요? 마땅히 일이 잘못됐으면 책임을 져야지 이제와서 발뺌하잔 건가요? 이거 어디 믿고 일할 수 있겠나. 다음 경쟁PT땐 들어올 생각도 마세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것은 결코 기억하지 않는다. 바쁜 세상에 사흘이면 까맣게 잊어버린다.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은 내용은 그날 방과후엔 80% 기억하지만, 한달 후엔 5% 이하로 떨어진다. 고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게 만들지 않는 한, 광고나 홍보업계의 앞날은 내내 가시밭길일게 분명하다. 고객은 자기 판단으로 결정한 사항에 대해선 기꺼이 책임을 진다. 전문가들의 역할도 분명하게 규정된다. 프로젝트의 성과 역시 지속적으로 업그래이드할 수 있다. 당연히 성공률도 높아진다. 그래서 처음에 까다롭게 구는 고객일 수록 뒤가 편하고 성과도 좋게 마련이다. 

 고객에게 설명하지 말라. 만일 당신이 고객을 성공시키고, 자신도 성공하고 싶다면. 그 대신 코칭을 해야 한다. 코칭을 통해 고객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진짜 목표와 가능성을 발견해내고, 실현가능한 계획을 세운 후에, 걸림돌을 찾아서 제거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당신은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설명하지 말고 고객에게 계속 질문을 던져보라. 이는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각종 변수와 상황조건들을 다시 반추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잊지 마라. 열 시간의 설명보다 적절한 한두가지 질문이 훨씬 더 큰 각성과 깨달음을 준다.

 

광고 PR전문가 뿐만 아니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부동산, 건축, 인테리어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반드시 코칭에 귀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호시절은 없다. 예전 같으면 고객만족이니, 서비스니 하는 건 안중에도 없던 고급직군들도 차별성 없이는 경쟁에서 배겨날 재간이 없다. 뚜껑 열린 고객이 소송을 걸겠다면 "그러시든지"하고 아무 생각없이 소송절차를 밟는 변호사는 "만에 하나 소송에서 질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라고 질문하는 코치 변호사에게 당할 수가 없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요즘 미국에서 코치 자격증을 가진 변호사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SK텔레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라는 컨셉의 광고로 공전의 히트를 칠 때, 그 캠페인을 담당했던 이용찬씨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광고 PT의 동방불패라며 부러워 하는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뭐 비결이랄 건 없고, 고객사 CEO가 내게 물어볼 만한 질문을, 내가 먼저 물어보는 겁니다. 그렇게 두 세 가지 질문하면 고객이 스스로 컨셉을 찾아냅니다. 난 아무 것도 안했는데 고객은 그 컨셉을 내가 제안했다고 생각하더군요. 어쨌든 거기서 성패는 끝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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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P씨에겐 고1짜리 외아들이 있다. 공부도 꽤 잘하고 용모도 준수해서 P씨에겐 더없이 소중한 자랑거리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여자친구를 사귀더니 성적도 떨어지고 통 주의가 산만해진 것 같아 걱정이다. 이성교제를 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오래 방치할 순 없다고 생각한 P씨는 아들에게 몇 번 주의를 주었지만 별 변화가 없다. 다시 대화기회를 만들려고 하는데 아들은 눈치를 채고 자꾸 피한다.


P: 아들에게 이야기할 타이밍 잡기도 쉽지 않지만 막상 뭐라고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춘기인데 괜히 반발심만 생기게 하면 혹떼려다 붙이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구요.


C: 여자친구를 사귄 후로 아들의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P: 우선 외모에 무척 신경을 씁니다. 예전엔 소탈하게 아무거나 입던 녀석이 지금은 거의 엄마 화장하는 수준이고 옷이나 신발도 엄청 까다로와졌습니다. 여자친구 만나는 시간은 그리 잦은 것 같지 않구요. 왜냐하면 학교끝나고 학원가서 밤늦게 오기때문에 주로 토요일날 만나는 것 같더군요. 가급적 집으로 오라고 하니까 밖에서 시간을 보내진 않습니다. 여자친구 집에서도 알고 있구요.


C: 성적이 떨어져서 걱정이라고 하셨는데 얼마나 떨어졌나요? 당사자도 그게 이성교제때문에 떨어진 것이라고 동의합니까?


P: 뭐 아주 많이 떨어지진 않았습니다만 아무래도 영향이 있겠지요. 물론 아들녀석은 그것과 아무 상관없는데 괜히 그런다고 합니다. 요즘 몸이 피곤해서 그렇다나요. 괜히 몸이 피곤하겠습니까. 여자친구 생각나고 그러니까 자꾸 주의도 산만해지고 그런거겠지요.


C. 혹시 아들의 주장이 일리가 있는 건 아닐까요? 선생님께서도 짐작으로 아마 그러지 않겠느냐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선생님께선 그 나이 때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P: 저도 사춘기때는 이성에 대한 관심이 꽤 많았지요. 그래도 워낙 어르신들이 무서워 엄두도 못냈습니다. 하지만 동네 여학생을 짝사랑해서 한참 고생했습니다. 누구나 한때 다 그런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 여자친구가 있든 없든 그 나이 땐 열병을 앓는게 당연합니다. 한참 크느라고 신체적으로도 피곤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현상을 모두 여자친구 때문이라고 몰아부치는 것도 조심은 해야겠군요.


C: 몇번 말씀하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대화하셨습니까?


P: 고등학교땐 공부 열심히 하고 나중에 대학가서 맘대로 만나라고 했지요. 딱히 할말도 없더라구요. 그랬더니 이 녀석 하는 말이 "여자친구 있다고 공부 못하는 거 아니다. 우리반 애들도 다 있는데 다른 부모들은 암말 안한다. 그런 문제는 그냥 제게 맡겨라" 고 하더군요. 그래서 성적이 계속 떨어지면 아빠 말을 들어야한다고 하고 나왔지요뭐. 녀석이 그후론 슬슬 피하는게 얼굴 못본지 꽤 됐어요. 공연히 신경질부터 내고 말이죠. 말을 못붙이게 해요.


C: 알았습니다. 그러면 선생님께선 어떻게 되면 가장 바람직하겠습니까?


P: 저도 굳이 이성교제를 무조건 막을 생각은 없습니다. 이성교제를 해서 오히려 더 어른스러워지고 이성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요. 다만 이성에 대한 과도한 관심, 성적 부진 등이 걱정될 뿐입니다. 녀석이 예전처럼 제 앞가림도 알아서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면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이성교제도 잘만하면 오히려 성적을 쑥쑥 올리는 자극제가 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자기 여자친구한테 잘보이려고 하잖아요? 이 녀석은 그런덴 도통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C: 그러면 그 여학생은 아들의 어떤 점이 좋다고 하던가요? 반대로 아들은 여자친구의 어떤 점을 좋아합니까?


P: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몇번 봤지만 글쎄요. 여학생은 그냥 참하고 착해서 별 걱정 안했습니다. 둘다 농구를 좋아해서 함께 프로농구 구경을 가끔 간다는 건 알고 있는데.


C: 아마 아들도 성적때문에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이 영 편치 않을 겁니다. 아빠 엄마 눈치도 보이고. 공부만 잘하면 떳떳할텐데 말이죠. 선생님께서는 아들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제대로 하는구나 라는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성적같은 결과말고 과정으로 말입니다.


P: 글쎄요. 예전에는 계획을 세워서 부족한 과목 공부도 자기가 알아서 보충하고, 잘하는 과목은 가끔 아빠엄마한테 자랑도 하더니만 요즘은 통 그런 꼴을 보지 못했네요. 자기 공부계획을 잘 세워서 또박또박 지켜가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성적이야 자연히 오르겠지요. 근데 이 녀석이 대화를 자꾸 피하니까 이런 얘기도 할 기회가 없어요.


C: 대화를 피하는 이유가 뭘까요?


P: 뻔하죠. 지가 좋아하는 여자친구한테 싫은 소리를 할 것 같으니까 아예 안들으려고 하는 거겠죠. 보나마나 잔소리할 거구. 그러면 기분나빠지니까 안보는게 상책이다 싶겠지요.


C; 아들이 선생님으로부터 여자친구에 관해 어떤 얘기를 들으면 좋아할까요? 처음 말문을 열 때 그런 얘기부터 해보시지요. 


P: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네 여자친구 가만히 보니까 엄청 예쁘더라. 여자 보는 눈은 있어갖구. 근데 그 친구는 네 어떤 점이 매력이라고 하더냐. 하기야 아빠도 인기만점이었으니 부전자전 아니겠냐. 뭐 이런 식으로 가면 어떨까요? 그리고 나서 임마 그 아이 괜찮으면 딴 놈 못채가게 꽉잡어 하면서 용돈 좀 주고 ... 괜찮겠는데. 이달 말이 녀석 생일이니까 친구 오라고 해서 재미있게 만들어줘 볼까요. 그런 다음에 너희들이 서로 공부도 잘 할 수 있게 격려해주는 좋은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슬쩍 한마디 하는거에요.


C: 그런 아이디어가 술술 나오시는거 보니까 선생님도 경력이 화려하셨겠는대요.


P: 하하하. 뭘요. 코치님 말씀 듣고 보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떠올라서 생각해본 겁니다. 아들이 동의하지 않는데  자꾸 잔소리하는 것보다 좋은 감정으로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C: 오늘 코칭받으신 소감을 한 말씀 해주십시오.


P;  제가 어느새 이성교제에 대해 보수적인 세대가 됐나봅니다. 아이가 사춘기 때문에 겪는 이런저런 변화를 무조건 이성교제의 부작용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다른 애들보다 훨씬 건전하게 사귀고 있는데 자꾸 나중에 사귀라고만 하니까 반발심도 생기겠다 싶습니다. 저는 예전처럼 공부습관을 스스로 잘 키면 별 문제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아이들한테 다정다감하게 긍정적으로 접근하겠습니다. 애들도 부모가 자기들을 믿는다는걸 알면 훨씬 더 열심히 하겠지요. 덕분에 좋은 아빠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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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교육부 일만  십여년을 해왔다. 그는 이미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퇴직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그래서 작년부터 여러가지 교육을 받고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아서 걱정이다. 이제 회사를 그만둘 때도 멀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B: 제가 커리어코칭 분야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쪽 훈련을 열심히 해볼 생각인데 사내에선 별로 기회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외에서 하자니 시간도 그렇고, 유료 서비스는 더군다나 할 수 없어서 답답합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퇴직준비는 해야하는데 걱정입니다.



C: 커리어 코칭으로 퇴직후를 준비하신다구요? 커리어 코칭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B: 그동안 코칭 일반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가 얼마전 무슨 행사에서 커리어코칭 관련 세션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감동적이더군요. 내가 할 일이 저거다 싶었습니다. 그 후로 코치가 되면 커리어코칭을 해야겠다 결심했습니다.



C: 그랬군요. 커리어코칭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이던가요? 커리어코칭의 기법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B: 자기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해서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감과 비전을 갖게 해주는 것이 커리어 코칭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날 들은 것이 전부라서 아직 기법에 대해선 설명할 수준이 못됩니다.



C: 지금 선생님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실천하려는데 여러가지 걸림돌을 만났습니다. 만일 선생님께서 자신을 커리어코칭한다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B: 글쎄요. 일단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준비하라는 조언을 먼저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커리어코치가 된 자신의 미래 모습을 떠올려보고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생각하라고 하겠습니다.



C: 좋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퇴직압력이 상당한 것 같은데 퇴사하시려는게 자의입니까 아니면 타의에 의한 것입니까?



B: 저야 가능하다면 계속 있고 싶지만, 이왕 나가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젊었을 때 나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일을 새로 시작할 여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어떤 일을 준비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C: 네. 선생님께서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스케줄은 어떤 것입니까?



B:  가능만 하다면 앞으로 2년 정도 안정적으로 준비할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지요. 그때까지 코치 경력도 쌓고 교육도 충분히 받고, 고객도 웬만큼 확보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일 겁니다. 그보다 더 좋은 건 사내에서 코칭프로그램을 만들어 코치로 근무하는 것이겠이만, 그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구요. 왜냐하면 그동안 제 고과도 썩 좋지 않고 아직 코칭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제가 코칭을 하겠다는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퇴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C: 잘 알겠습니다. 유능한 커리어 코치가 되고 싶은데 교육이나 실습기회를 많이 갖고 싶은데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비즈니스는 아무래도 교육. 실습을 충분히 하신 후에 생각하는게 순서상 맞는 것 같고 지금은 회사 규정상 유료코칭도 할 수 없다고 하니 나중에 생각해도 되겠지요?



B: 그렇습니다. 일단 교육. 실습을 많이 해야하는데 솔직히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이 안잡힙니다.



C: 커리어코칭 회사에 혹시 문의해보신 적 있나요? 아마 그쪽에선 선생님의 질문에 답해주실 만한 정보가 있을텐데. 그리고 주변에 전문코치로 활동하시려는 분들은 어떻게 실습과정을 밟고 있나요.



B: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교육 프로그램을 보긴 했습니다만 실습기회에 대해선 아직 문의하지 못했습니다. 코치지망생들의 경우 실습기회가 없어서 다들 골치라고 합니다. 분명히 수요는 있을텐데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 모르는 거겠지요.



C: 선생님께서 주로 타겟으로 생각하는 고객층은 어느쪽입니까? .



B: 아무래도 40대 직장인. 저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겠지요. 커리어코칭에 대한 관심이나 필요성이 가장 큰 사람들이니까요?



C:  그들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선생님께서는 자기 커리어에 관한 상담을 누구한테 주로 하시나요? 상담의 효과는 있던가요?



B: 아무래도 친구 아니겠습니까? 서로 허물도 없고, 피차 비슷한 처지의 동병상련이니까 아무래도 얘기가 쉽겠지요. 효과는 별로 없습니다. 다들 처지도 다르고 남 신경쓸 여유는 없으니까 모여서 세상 탓하고 서로 힘내며 살자는 격려수준이 고작입니다.



C: 우선 친구분들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들이 효과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친구나 동료, 선후배를 소개해달라고 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십수명은 금방 되지 않겠습니까? 



B:  그 생각도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 많이 서툴러서 제대로 효과가 날까 모르겠습니다. 괜히 사람들 심란한데 화만 돋구는게 아닐까요? 좀 쑥스럽기도 하구요.



C: 과연 그럴까요? 만일 선생님의 친구 중에서 한 사람이 선생님께 커리어 코칭을 열심히 했는데 비록 효과가 없었다 칩시다. 그렇다고 선생님께서 화를 내시겠습니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하면 상대에게 호감을 갖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B: 맞습니다. 저같으면 제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하겠지요. 비록 코칭은 제대로 못해도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그 사람의 문제점을 함께 고민해주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대방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40대를 어떻게 커리어코칭할 지 노하우도 차츰 쌓이겠군요. 처음부터 기막히게 잘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입니다. 실수가 만발하더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대하면 용서하겠지요. 게다가 무료니까 좀 덜 미안할겁니다.



C: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밖의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B: 저와 비슷한 처지의 직장동료, 선후배들에게도 코칭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효과가 있다면 회사에 커리어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해보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하려고 합니다. 실제 코칭사례가 있고 효과를 본 분들이 도와준다면 가능성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나올 수 있을텐데.



C: 혹시 이 방안을 추진하는데 장애가 될만한 건 없겠습니까?



B: 회사에서 워낙 찍힌 상태라 사내 프로그램으로 진입하는데는 적잖이 힘이 들겠지요. 그 이전에 충분히 검증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서 성공사례를 꼭 만들겠습니다. 제가 유능한 코치가 되는 것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제 코칭이 필요한 모든 분들에게 달려가 성심성의껏 코칭 실습을 해보겠습니다.



C: 오늘 코칭대화를 나눈 소감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B: 답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는데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커리어코칭으로 정했다곤 하지만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은 없었습니다. 코치 받기 전엔 모든 게 막연해서 어떻게 시작할 지 몰랐습니다. 일단 유능한 코치가 되는게 중요하다. 그러자면 교육과 실습을 많이 해야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실습은 가까운 친구나 동료들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잘만 되면 사내코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전망이 섭니다.  내일 당장 전화해서 코칭 스케줄을 잡고 밤에는 부지런히 공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 선생님처럼 장래 커리어 문제로 고민하는 분이 못잡아도 50만명은 될겁니다. 어쩌면 그분들이 효과적인 코칭을 못받고 있기때문에 선생님의 미래 마켓은 대단히 유망하리라 믿습니다. 열심히 하신다면 존경받는 코치가 되실 게 분명하고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믿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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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가 돼 볼 생각이다. 작정은 아직 안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생각의 방향을 그쪽으로 잡아보기로 했다. 올 초에 얼떨결에 받았던 코칭 클리닉과 얼마전에 몸살을 낑낑 앓으며 들었던 코칭클리닉 퍼실리테이터(FT) 과정 자료들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이왕에 하는 공부니까 CTT(Creative Technique of Training) 자료도 그 위에 한 켜 쌓았다. 그래도 이것들을 한번씩 훑었다는게 내심 뿌듯하다. 받을 땐 아무 생각없이 열심이었던 교육들이 이렇게 쌓여서 뭔가를 새로 이룰지도 모르겠다.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했어도 안다닌 것보다 백번 낫다>는 말을 실감한다. 가방줄 긴 사람은 그 인내와 성실만으로도 최소한의 경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알라딘에서 <콜린 파월 자서전>과 <실행에 집중하라><현실을 직시하라>를 주문했다. 이런 류의 경영지침서를 사게 된 것은 내가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하기 시작한 2001년 이래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기념할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사업에 넌덜머리가 났던 나는 다신 그따위 책들을 사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 이전 몇년동안 그런 책들만 사서 탐독했지만, 책을 열심히 읽는 것과 사업의 성공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물론 제대로 정신차려 읽었으면 그랬겠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보다 더 정신 차리고 읽을 자신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른바 공부라는 걸 하려고 그 책들을 다시 주문했다. 한 삼년 쉬었으니 좀 달라졌기를 바랄 뿐이다. 우선 자세와 시각부터 교정하자. 솔직히 예전엔 아전인수가 많았다. 내가 못하는 것은 한국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간주했다. 내가 잘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만 편식하듯 머리에 넣었다. 엉터리 중처럼 머릿속에서 적당히 짜깁기해 필요할 때 대충 써먹곤 했다. 객관을 잃지 말자. 사례가 갖는 단순성에 주목하여 가상의 조건들을 제멋대로 집어넣지 말아야겠다.


특수한 사례를 지양하고, 가장 보편적인 사례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놓치지 말자. 기본과 공통에 충실하자는 뜻이다. 이른바 내가 만나게 될 문제의 80%는 이 범주에 속한다. 이것만 충실하게 잘해도 베스트다. 그런데 사람들은 특수하고 기발한 사례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갖는다.  마치 전세계 40억인구가 매년 한번씩은 걸리고, 수많은 노인들을 치명적 상태로 곧잘 몰아넣는 감기에 대해선 아무도 본체만체하고 이름도 복잡한 희귀병 치료제를 만드는데만 골몰하는 것과 같다. 평범한 것이 소중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책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나에게 출발하지 않고 그들로부터 시발점을 찾고자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내가 그들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알고 있는가. 지난 일년은 어쩌면 그 많은 사람중에서 나와 그래도 가장 친한 사람인 <나>를 아는 과정이었다. 수많은 좋은 말씀과 천권의 지식이 <나>를 세우는데 그다지 힘을 보태준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나>로부터 출발한 것은 나도 처음이고 그들도 처음이었으니까. 섣불리 평가하려 들지 않고, 넘겨짚지도 말자.


잠깐. 뭐가 중요한게 하나 빠졌는데 술술 넘어갔다. 공부를 하기로 발심한 연유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겠다. 간단하다. <최고의 코치가 되려면>이 지금 나의 화두이다. 우선 누구를 위한 코치인지 정해보자. 아무래도 법인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개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코치가 돼야겠지. 그들을 위한다 했으면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감을 잡아야 한다. 아는 것이 제법 있어야 하고, 가급적 많은 것을 공감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최고의 코치란 사람 보는 눈이 밝아야 하고 그들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 즉 <그들만을 위해><그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사람(인상과 심상)을 깊이 보는 법을 연구해야겠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도 제각각, 생각도 저마다 다르다. 지금까진 나를 중심에 둔 단 하나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았다. 


1.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그동안 나왔던 현황과 전망 자료들을 정리해봐야겠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현재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감을 잡는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공병호박사의 10년후 한국도 꺼내 읽어 봐야겠다.  


2. 최근에 나온 경영관련 서적중에서 잘 팔리는 책들을 사보고, 그게 왜 팔리는지 분석해본다.  일단 위에서 산 두권의 책으로 시작한다. 아직 Good to Great 도 안읽었다. 많이 읽지 않고 정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들을 깊이 성찰하여, 우리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감하게 만드는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삶의 균형에 관한 책이나,  하프타임,  제2막 등의 책을 다시 한번 훑어보자.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통찰력있는 질문이나 답변이 있다면 정리해놓는다. 심리분석에 관한 책도 구해서 읽어본다. 특히 질문, 경청, 메시징 등 코칭의 핵심사항들은 깊이가 있어야 한다. 근저의 심리를 건드리지 않으면 그 진수가 발현되기 어렵다.   


4.  코칭 프로세스에 관한 책을 정독하고, FT 매뉴얼도 찬찬히 점검한다. 사례에서 각각의 프로세스를 변별해내고 그 정확한 기능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그것이 코칭 과정에서 어떤 질문으로 변해갈 것인지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5. CTT에 관한 책과 자료를 찾아서 코치교육을 쉽고 감동적으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진행 매뉴얼을 만든다. 새로운 코칭클리닉 교육방법을 연구해본다. 기존 교육의 문제점들을 정리해 리스트업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향을 시험해보자.


6. 교육과정에 삽입될 적합한 그림과 에피소드 등을 발굴한다. 지금까지 만든 아카이브를 다시 정리해서 교육과정별로 분류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다양한 독서를 하되 발췌해서 남겨둬야 할 대목이나 내용이 있으면 주제별로 모아둔다.     


적어놓고 보니,  해야할 공부가 산더미같다. MJ가 말하길 , 좋은 코치가 되려면 좋은 FT부터 되도록 노력하라. 일리있는 얘기다. 앞으로 열흘동안 코치교육 매뉴얼을 만드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4. 5. 6 부터 먼저 한다. 다른 분들이 보면 열심히 공부계획을 짠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걸 막을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이번 주말에 첫눈이 오신다는데, 포장마차 타고 소주 한잔에 흰눈 솔솔 뿌려 꺾어보잔 얘기가 들려야 옳지 않나?  간만에 공부계획 세우는데 왜 이렇게 졸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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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2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님의 새출발에 박수를 보내드려야 할 것 같군요. 짝짝짝!

저도 짬짬히 효자님 글 읽으면서, 위에 열거하셨던 책 종류을 읽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남을 잘되게 만드는 일 아닙니까? 세상에 이런 일에 공식 명함이 있다니 새삼 세상이 넓어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런 일 하는 사람은 경영학 박사나 실무에서 알려진 CEO들 극소수가 사원 연수 같은데 강사 초빙되서 하는 정도인 줄 알았거든요.

인상과 심상을 연구해야 한다구요. 그거 내가 전공하고 싶은 분야인데...하하.

사실 저 연극 대본 쓰는 일 이제 좀 식상했는데, 저도 효자님 말씀대로 코칭이나 배워 볼까요? 하하. 이러면 안돼겠죠. 뭐가 식상해서 대신 뭐나 해 보겠다는 생각말입니다.

결코 섣불리 만만히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을 성공시키는 일은 분명 매력있는 일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효자님은 잘 하실 것 같아요. 건투를 빌겠습니다.^^
 

K씨는 올해들어 안식년으로 쉬고 있는 전직이 다채로운 40대 남자다. 그는 올해 내내 진로에 대한 고민에 싸여있다. 기자 생활 십년에 벤처사업가, 준 공무원까지 웬만한 영역은 한번씩 맛을 본 경력의 소유자. 그는 무엇때문에 고민하는 것일까?

K: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를 생각중입니다. 지금까지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화려했지만, 누구보다 힘들었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슬픈 것은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피해의식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두렵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떤 일에도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C. 오늘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게 가장 행복한 인생인지 알아보는 것으로 촛점을 맞춰봅시다.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지만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경험이란 그다지 많지도 않고 또 금방 휘발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난 과거가 고통스럽고 불행하다고 하셨지요. 어떤 점이 그랬습니까?

K.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곤 했습니다. 나는 믿고 모든 것을 맡겼는데 그들이 그렇게 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재산상 손해도 많이 입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 제 문제입니다. 저는 욕심이 많아졌고, 어떤 대목 특히 돈을 다루는데는 지극히 무책임했습니다. 제가 평상심만 지켰더라면, 꼼꼼하게 하다못해 크로스체크라도 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텐데. 후회가 됩니다.

C. 또 불행했던 다른 경험은 없으셨나요?

K. 운이 좋아서 여러 직업을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매우 빨리 적응하긴 했지만 결국 마무리는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옛날엔 새로운 일을 찾아 헤맸는데 지금은 너무 피곤하고 힘에 부칩니다. 안정이 필요합니다. 정신없이 부대끼고 적응하고 실패하는 과정들이 지금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C. 알았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선생님께선 안정적인 생활, 신뢰깊은 인간관계,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원하시는 군요.  그렇습니까?

K. 맞습니다.

C. 혹시 주변에서 선생님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대로 사는 분이 계시던가요?

K. 딱이 그런 분을 뵌 적은 없습니다만, 얼마전에 이승철이라는 가수를 보고 참 부럽단 생각을 했습니다.

C. 어떤 점이 그렇게 부럽던가요?

K.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행복해 보였고, 그 노래를 듣는 사람도 즐거워 하고. 참 자기한테 맞는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그렇게 평생을 살겠다하니 그도 좋아보이구요. 물론 그 친구도 괴로울 때가 많겠지요. 그 직업도 굉장히 힘든 직종이잖아요.

C. 적어도 선생님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그들과 함께 공감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시나봅니다. 그렇다면 혹시 선생님은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재주나 그런 경험같은 게 있으신가요?

K. 재미있는 일을 부담없이 할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재미있게 메시지를 담아 글을 써놓으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구요. 사람들과 둘러앉아 즐거운 얘기를 하노라면 재미있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C. 본인이 즐거울 때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시는군요. 반대로 본인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으면 그렇지 못하겠지요? 좋습니다. 재미있는 일을 한번 찾아볼까요? 재미가 자꾸 바뀌시겠지만 최근에 재미를 붙여 즐겨하신 일이 무엇입니까?

K. 올해는 어린이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반년 정도 집중했습니다. 그일이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조금 식었다고 할까요. 또 책읽는 일은 벌써 햇수로 4년쯤 계속하고. 그림 보는 것도 좋아라했는데 요즘은 머리가 복잡해서 일부러 안보고 있습니다. 그 정도입니다. 얘기하다 보니 집중적으로 반년쯤 하다고 시큰둥하고 그러는가 싶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 같기도 하구요.

C. 어떤 일을 하면 계속 재미있고 변화도 많을까요? 혹시 그런 일 보셨나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중에서.

K. 글쎄요. 어떤 일이든 직업적으로 하다보면 몇가지 패턴을 중심으로 도는 게 보통이지요. 창작을 하는 사람도 그 일이 결코 재미있기만 한 일은 아니고, 광고나 기자들도 밖에선 부러워 하지만 안에서 보면 다 똑같이 스트레스 받는 직업입니다. 직업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C. 그런 것 같군요. 좋아할 만한 어떤 일에 보람과 의욕을 가지면 계속 재미있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어떤 일에 보람을 느끼시는지요?

K.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가시화시켜서 보여줄 때 정말 흐뭇하고 보람있습니다. 교육도 그런 점에서 잘만 하면 참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C.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안정적인 생활, 신뢰깊은 인간관계,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원하셨고, 이승철 처럼 남들과 행복을 공감하는 직업을 감정적으로 원하셨습니다. 재미있고 변화가 있는 일이라면 충분히 남들과 행복을 공유할 수 있다고 하셨구요. 그게 직업은 아니라 보람과 의욕의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남들 생각안하는 걸 가시화시키는 일, 이를테면 교육같은 일이 그렇다고 하셨어요. 그렇지요?

K. 정리를 아주 잘하시는군요.

C. 감사합니다. 이제 미래의 이야길 한번 해보지요. 이런저런 일을 생각해보셨을 텐데 무엇이 결정을 못하게 만들던가요?

K. 미술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막연하고, 또 그 방면의 친구들이 새로 시작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력을 활용해 그 위에서 무엇을 시작하라니 그것 또한 잘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관심있게 생각했던 미술사 공부는 정말 사막에서 바늘줍기라더군요. 아무래도 직업으로 택하기엔 좀더 상황판단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린이 교육사업을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이쪽은 사업이라 선뜻 뛰어들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가능한 몇년동안은 비즈니스 중심의 생활은 안했으면 합니다. 잘되면 욕심을 부리고 안되면 생활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 어렵습니다. 안정이 안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코치 쪽을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C.  그일 이라면 저도 좀 압니다만...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걱정되는지 분류해 보시지요?

K. 장점이라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고 그동안의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나 주위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비즈니스에 속썩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이겠고. 단점이라면, 아직 시장규모나 인지도가 열악하기 때문에 돈 벌려면 좀 바쁘겠다는 것, 남들이 뭐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때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것,  따지고 보면 단점이랄 것도 없겠군요. 저 스스로 좋게 보고 있나봅니다. 

C. 그런데 딱이 조심스러운 이유가 있다면?

K. 이 일 역시 안해본 것이라 시작하기가 두려운 거죠. 괜히 용두사미가 되기도 싫고, 중간에 또 그만두면 제 마음이 많이 안좋을 것 같으니까 선뜻 몸이 안 움직이는 겁니다.

C. 그러면 그동안의 경험을 되살려, 중간에 일을 그만두게 되는 이유를 쭉 뽑아서 미리 체크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어떤 이유때문에 중도 하차하게 되던가요?

K. 모두 인간관계 때문이지요. 사람들과 등을 돌리게 되면서. 왜 그렇게 됐을까요? 욕심을 부려서지요. 남들을 배려하지 않고 제 고집만 부렸기때문에. 내 머리와 내 능력만 과신해서 다른 사람들 얘기를 안듣고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욕심과 고집만 죽이면 되지 않을까요?

C. 코칭을 하면서 어떤 욕심, 어떤 고집을 부리게 될까요? 전 잘 모르지만 코칭 자체가 욕심이 있거나 자기 주장만 내세우면 절대로 안되는 직업 아닌가요?

K. 그렇습니다. 코칭을 열심히 하면 욕심도 부릴 일이 없어지고 고집은 다스려지겠네요. 만일 그게 안되면 내가 하는 코칭이 말도 안된다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재미있군요. 내친 김에 코칭 비즈니스에 대해 좀더 깊이 알아 봐야겠습니다. 어떤일을 구체적으로 하는지, 그 일을 잘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잘 가르쳐줄 만한 사람도 주변에 여러분 계시니까요.

C. 그동안 고민하시면서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잘 생각하고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조심한다면 정말 재미있고 보람차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볍게 일을 시작해보시되 욕심과 고집은 최대한 자제하셔야 겠습니다. 오늘 코칭을 정리해보실까요?

K. 감사합니다.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는데 하나하나 따지고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의욕과 보람의 문제라고 생각한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내가 안정적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려면 비즈니스에 깊이 빠지지 않는 것이 지금은 좋겠고, 내 일에 보람을 느끼려면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끄집어 내야 하니까 여러모로 코칭하고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무겁지 않게 최대한 경쾌하고 홀가분하게 일을 시작할까 합니다.

C. 수고하셨습니다. 매우 어려운 코칭이었는데 그동안 생각을 많이 하셔서 진행이 무척 빨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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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1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칭이 하는 일이 이런 일이군요. 예전에 상담을 공부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상담은 좀 더 포괄적이고 기법도 다양해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 지금은 쳐다 보지도 않지만...

이건 사람의 인생의 길을 조정해주고 조언해 주는 뭐 그런 거 아닌가요?

전 이승철은 잘 모르겠고, 조영남 씨 사는 게 참 부러워요. 그분은 막힘이 없고 자기 좋아하는 일만하는데도 유명하고 잘 먹고 잘 살잖아요.

우리나라도 이제 살만해졌으니(어렵긴 하지만) 자기 좋아하는 일만으로도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되야한다고 봐요. 물론 아직도 대다수가 벌어 먹고 사는데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정력을 쏟아야하지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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