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돼 볼 생각이다. 작정은 아직 안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생각의 방향을 그쪽으로 잡아보기로 했다. 올 초에 얼떨결에 받았던 코칭 클리닉과 얼마전에 몸살을 낑낑 앓으며 들었던 코칭클리닉 퍼실리테이터(FT) 과정 자료들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이왕에 하는 공부니까 CTT(Creative Technique of Training) 자료도 그 위에 한 켜 쌓았다. 그래도 이것들을 한번씩 훑었다는게 내심 뿌듯하다. 받을 땐 아무 생각없이 열심이었던 교육들이 이렇게 쌓여서 뭔가를 새로 이룰지도 모르겠다.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했어도 안다닌 것보다 백번 낫다>는 말을 실감한다. 가방줄 긴 사람은 그 인내와 성실만으로도 최소한의 경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알라딘에서 <콜린 파월 자서전>과 <실행에 집중하라><현실을 직시하라>를 주문했다. 이런 류의 경영지침서를 사게 된 것은 내가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하기 시작한 2001년 이래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기념할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사업에 넌덜머리가 났던 나는 다신 그따위 책들을 사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 이전 몇년동안 그런 책들만 사서 탐독했지만, 책을 열심히 읽는 것과 사업의 성공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물론 제대로 정신차려 읽었으면 그랬겠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보다 더 정신 차리고 읽을 자신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른바 공부라는 걸 하려고 그 책들을 다시 주문했다. 한 삼년 쉬었으니 좀 달라졌기를 바랄 뿐이다. 우선 자세와 시각부터 교정하자. 솔직히 예전엔 아전인수가 많았다. 내가 못하는 것은 한국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간주했다. 내가 잘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만 편식하듯 머리에 넣었다. 엉터리 중처럼 머릿속에서 적당히 짜깁기해 필요할 때 대충 써먹곤 했다. 객관을 잃지 말자. 사례가 갖는 단순성에 주목하여 가상의 조건들을 제멋대로 집어넣지 말아야겠다.


특수한 사례를 지양하고, 가장 보편적인 사례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놓치지 말자. 기본과 공통에 충실하자는 뜻이다. 이른바 내가 만나게 될 문제의 80%는 이 범주에 속한다. 이것만 충실하게 잘해도 베스트다. 그런데 사람들은 특수하고 기발한 사례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갖는다.  마치 전세계 40억인구가 매년 한번씩은 걸리고, 수많은 노인들을 치명적 상태로 곧잘 몰아넣는 감기에 대해선 아무도 본체만체하고 이름도 복잡한 희귀병 치료제를 만드는데만 골몰하는 것과 같다. 평범한 것이 소중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책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나에게 출발하지 않고 그들로부터 시발점을 찾고자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내가 그들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알고 있는가. 지난 일년은 어쩌면 그 많은 사람중에서 나와 그래도 가장 친한 사람인 <나>를 아는 과정이었다. 수많은 좋은 말씀과 천권의 지식이 <나>를 세우는데 그다지 힘을 보태준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나>로부터 출발한 것은 나도 처음이고 그들도 처음이었으니까. 섣불리 평가하려 들지 않고, 넘겨짚지도 말자.


잠깐. 뭐가 중요한게 하나 빠졌는데 술술 넘어갔다. 공부를 하기로 발심한 연유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겠다. 간단하다. <최고의 코치가 되려면>이 지금 나의 화두이다. 우선 누구를 위한 코치인지 정해보자. 아무래도 법인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개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코치가 돼야겠지. 그들을 위한다 했으면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감을 잡아야 한다. 아는 것이 제법 있어야 하고, 가급적 많은 것을 공감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최고의 코치란 사람 보는 눈이 밝아야 하고 그들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 즉 <그들만을 위해><그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사람(인상과 심상)을 깊이 보는 법을 연구해야겠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도 제각각, 생각도 저마다 다르다. 지금까진 나를 중심에 둔 단 하나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았다. 


1.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그동안 나왔던 현황과 전망 자료들을 정리해봐야겠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현재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감을 잡는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공병호박사의 10년후 한국도 꺼내 읽어 봐야겠다.  


2. 최근에 나온 경영관련 서적중에서 잘 팔리는 책들을 사보고, 그게 왜 팔리는지 분석해본다.  일단 위에서 산 두권의 책으로 시작한다. 아직 Good to Great 도 안읽었다. 많이 읽지 않고 정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들을 깊이 성찰하여, 우리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감하게 만드는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삶의 균형에 관한 책이나,  하프타임,  제2막 등의 책을 다시 한번 훑어보자.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통찰력있는 질문이나 답변이 있다면 정리해놓는다. 심리분석에 관한 책도 구해서 읽어본다. 특히 질문, 경청, 메시징 등 코칭의 핵심사항들은 깊이가 있어야 한다. 근저의 심리를 건드리지 않으면 그 진수가 발현되기 어렵다.   


4.  코칭 프로세스에 관한 책을 정독하고, FT 매뉴얼도 찬찬히 점검한다. 사례에서 각각의 프로세스를 변별해내고 그 정확한 기능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그것이 코칭 과정에서 어떤 질문으로 변해갈 것인지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5. CTT에 관한 책과 자료를 찾아서 코치교육을 쉽고 감동적으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진행 매뉴얼을 만든다. 새로운 코칭클리닉 교육방법을 연구해본다. 기존 교육의 문제점들을 정리해 리스트업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향을 시험해보자.


6. 교육과정에 삽입될 적합한 그림과 에피소드 등을 발굴한다. 지금까지 만든 아카이브를 다시 정리해서 교육과정별로 분류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다양한 독서를 하되 발췌해서 남겨둬야 할 대목이나 내용이 있으면 주제별로 모아둔다.     


적어놓고 보니,  해야할 공부가 산더미같다. MJ가 말하길 , 좋은 코치가 되려면 좋은 FT부터 되도록 노력하라. 일리있는 얘기다. 앞으로 열흘동안 코치교육 매뉴얼을 만드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4. 5. 6 부터 먼저 한다. 다른 분들이 보면 열심히 공부계획을 짠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걸 막을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이번 주말에 첫눈이 오신다는데, 포장마차 타고 소주 한잔에 흰눈 솔솔 뿌려 꺾어보잔 얘기가 들려야 옳지 않나?  간만에 공부계획 세우는데 왜 이렇게 졸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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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2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님의 새출발에 박수를 보내드려야 할 것 같군요. 짝짝짝!

저도 짬짬히 효자님 글 읽으면서, 위에 열거하셨던 책 종류을 읽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남을 잘되게 만드는 일 아닙니까? 세상에 이런 일에 공식 명함이 있다니 새삼 세상이 넓어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런 일 하는 사람은 경영학 박사나 실무에서 알려진 CEO들 극소수가 사원 연수 같은데 강사 초빙되서 하는 정도인 줄 알았거든요.

인상과 심상을 연구해야 한다구요. 그거 내가 전공하고 싶은 분야인데...하하.

사실 저 연극 대본 쓰는 일 이제 좀 식상했는데, 저도 효자님 말씀대로 코칭이나 배워 볼까요? 하하. 이러면 안돼겠죠. 뭐가 식상해서 대신 뭐나 해 보겠다는 생각말입니다.

결코 섣불리 만만히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을 성공시키는 일은 분명 매력있는 일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효자님은 잘 하실 것 같아요. 건투를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