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하느냐>만이 중요할 뿐이다. <선택- 앤디 앤드루스>에서.

올해 나는 <지혜로운 자가 되기 위해>노력할 것이다. 내 선택을 위해 세가지의 실천을 하기로 정했다. 첫째, Good Looking,  둘째, Good Manner, 셋째, Good Discipline.  앞의 두가지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고 마지막은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Good Looking.  <남들 보기가 좋아야 한다>는 것을 첫째로 삼은 이유가 있다. 비싼 입성을 걸치고 겉치레를 하자는게 아니다. 맑은 안색과 품위를 갖기 위함이다. 좋은 술을 찌그러진 양재기에 담을 수 없듯이 지혜를 갖기위해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 체중을 많이 줄였지만 아직 갈길이 멀었다. 내일부터 몸단련에 나서야겠다. 반성해보자. 그나마 감량에 성공한 까닭은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당장 일이 바쁘다 싶으면 운동부터 미루지 않았던가. 우선 순위가 맨위로 올라와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큼은 운동하기로 정해놓는다. 

앞으로 석달 후 70킬로에 맞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자면 주 3일, 매1.5시간으로는 빠듯하다. 주4일 매 2시간으로 조정하자. 요즘 아버지의 농장이 동계 휴면기에 들어가 채소섭취가 불가능해졌다. 못먹으니까 그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오늘 저녁식사 자리에서 말씀드렸다. <아버지의 채소가 없어서 건강에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뭔가 대책이 마련돼야할 것 같습니다.> 잠자코 들으시던 아버지의 말씀. <나보고 이 엄동설한에 어디 가서 얻어오란 말이냐. 이마트 가면 많다. 돈주고 사먹어라.> <아. 예> 첫 소출이 나는 4월말까지 잠자코 기다려야겠다. 아버지. 건강하십시요.

살이 빠지니까 다 좋은데 잔주름이 는다. 얼굴이 꺼칠해지고 볼이 오목하게 들어가려고 한다. 피하지방때문에 팽팽했던 피부의 탄력(그게 좋은 건 아니지만)도 급격히 떨어진다. 작년에 어쩔수없이 비싼 화장품을 사서 기초적인 피부관리를 했다. 다행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부수적인 효과로 모친까지 피부가 한결 좋아지셨으니 올해에도 계속하는게 좋겠다. 운동은 여차하면 빼먹는데 화장 안하는 날은 없으니 무슨 조화속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옷차림은 많이 잡아야 한다. 정장차림이 과히 나쁘지 않다고들 하는데 왜그렇게 유니폼이 싫은지 모르겠다. 신문사 다닐 때도 다들 정장인데 나만 티셔츠 차림으로 돌아다니다 많이 깨졌다. 몸이 부대하니까 조이는 정장이 싫었던게다. 넥타이를 매면 삐딱하니 풀리고, 와이셔츠는 절반도 더 삐져나오니 그거 수습하느라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안풀리는 매듭 넥타이를 권했다. 귓속말로 와이셔츠는 (어처구니없게도)팬티안으로 집어넣으면 된다고 가르쳐주었다. 허허 별꼴이로세. 내 벗고 다닐 망정 그런 야만의 복식은 따르지 않으려네. 

구랍에 양복입을 일이 몇번 있어서 수선집에 맡기려고 갔다. 웬만하면 새로 살까 했는데 워낙 안입었던 거라 아까왔다. 그 집 아저씨 커텐을 획 둘러치더니 갈아 입어보란다. 거기서 어기적거리며 가져간 양복을 꿰고 나왔더니 <조금 더 살빼서 한벌로 두벌 만들지 그러냐>고 농을 친다. 줄여놓은 양복은 예전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고 무엇보다 굉장히 편했다. 같은 옷을 다르게 입으려면 몸부터 다듬는게 상책이다. 이젠 아무거나 편한대로 걸치지 말고 정갈하게 그리고 깔끔하게 입는 버릇을 들여야 겠다.

둘째, Good Manner에 관해서는 코칭의 규범을 그대로 따르려고 한다. 내게 가장 시급한 매너는 <경청>이다. 상대방이 끝까지 하고 싶은 말을 다하도록 듣는 것이다. 그러자면 말수부터 줄여야 한다. 말을 줄이면 많이 듣게 된다. 필요없는 말을 해서 화를 자초하는 일이 가끔 있다. 속생각을 다듬어 밖으로 나가는 말이 품위있고 정갈하게 만들어야 겠다. 집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씀을 많이 듣도록 하자. 밖에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말씀을 잘 듣는 것이 좋다. 말을 줄여보자. 긴말을 조리있게 다듬고, 깊이있는 단어들을 쓰면 물리적 길이는 줄어들 것 같다.  이게 다 코칭의 기본자세이거늘.

나를 앞세우지 않는다. 혹 앞서게 되면 주위를 살펴 나로 인해 행여 마음 쓰는 사람이 없는지 챙겨보아야 겠다. 내겐 매우 중요한 매너이며 번번히 놓치곤 하는 덕목이다. 나서야 한다면 뒤로 빼는 성격이 아니라 잘못하면 오해받기 십상이다. 내가 언제 나서야할 지 다른 사람들이 정하게 하자. 주머니속의 바늘처럼 내가 필요한 일이면 언젠가는 나서게 돼있는 일인데 내가 먼저 서두르는 바람에 눈총을 받아선 안된다.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알량한 입담과 강압적인 어조로 상대를 압박하는 좋지못한 매너를 버려야겠다. 당장은 후련하고 얘기 잘했다 싶지만 몇시간후에 돌이켜보면 후회가 막급이다. 그나마 좋게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대놓고 욕을 안먹을 뿐,  듣는 이의 심정을 상하게 하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정답게 말하자. 듣는이에게 꼭 필요한 얘기라면, 상대방의 스타일을 살펴 매끄럽게 전달하는 것이 훨씬 좋다. 특히 M형이나 S형에겐 종전의 단정적 대화법은 거의 낙제일 것이고, 같은 D형이라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알았으면 조심해야지.

사람 챙기는 걸 잊지 말자. 이번 연말에도 어김없이 알게 됐다. 후배나 친구들에게서 적잖이 걸려오는 인사전화를 받으면서도  선배나 친구에게 먼저 전화 걸 생각은 좀처럼 안한다. 특히 어른들에게는 전화로라도 안부를 챙기는 법이 없다. 막연한 겸연쩍음때문인가. 그러면 내게 전화하는 후배들은 뭔가? 어렵기로 따지면 내가 어른들보다 훨씬 더 힘들텐데,  그리고 감사하기로 따져도 응당 어른들이 훨씬 주신게 많은데 말이다. 걸어다니는 배은망덕이 아닐 수 없다. 맨날 생각만 하고 끝이니 어쩌랴. 구정을 겨냥해 외람되지만 리스트를 만들어야 겠다. 말로 못하겠으면 몇 자라도 적어 보내드려야 겠다. 나의 이런 가늠키 어려운 소심함을 아는 이 몇이나 될까?

세째, Good Discipline, 즉 좋은 수련과 연마가 필요하다. 지혜의 소관부처는 Spirit 즉 영혼이다. 영혼이 맑지 않으면 지혜의 거울은 아무 것도 비추지 못한다. 지혜로운 자는 어진 사람(賢者)이다. 세상사에 모질지 않고 두루 공경하는 마음을 어질다고 하겠다. 사악한 마음을 품지 않고, 사랑하고 존경하되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다.

마음수련의 핵심은 잊어버리는 것이다. 잊고 또 버리는 것. 명상을 통해 과거의 희노애락을 지워버림으로써 애욕과 집착을 끊는다. 최근에 명상수련을 하고 산에서 내려온 친구를 만나 그 방법을 물었다. 편한 마음으로 앉아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그에 관한 모든 기억들을 남김없이 떠올려 더이상 잔상조차 없도록 쥐어짠다. 그리고 나서 하나씩 그림들을 지우자고 한다. 그냥 잊겠노라 한다. 다 지우고 나면 그것으로 더이상 마음이 흔들리진 않는다.

좋지 않은 기억들과 말들은 그대로 지워버리려 한다. 좋은 것만 기억하려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잊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를 어질게 살고 그 다음날도 그리 살면 될 일. 새삼 좋은 일만 기억하겠다는 것도 욕심이고 무상한 얘기다. 

그에게 말하기를 나는 글로 속의 것을 낱낱이 다 털어낸다 했다. 좋고 나쁜 얘기들을 자잘하게 꼬치꼬치 들춰내고 기록해서 몇번 곱씹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하고, 나중에 다시 봐도 쓸 때처럼 화가 나지않으며 그저 그런 일이 있었나보군 남의 얘기 처럼 보게 된다. 넌 지워서 없애는 모양인데 나는 게워서 없앤다. 좀 추하고 냄새는 나지만 속 비우기는 마찬가지 아니냐. 그랬더니 껄껄 웃으며 네가 직접 개발했더냐 한다. 자긴 돈내고 배웠는데 스스로 깨치다니 장하다고 했다.

비우는 글도 쓰지만 채우는 글에 힘쓰겠다. 전주에 있을 땐 신문의 기명칼럼 덕으로 글쓰기를 놓지 않았고 작년에는 알라딘 덕을 많이 보았다. 써놓은 글을 보니 차갑다. 울화가 느껴진다. 사물을 따뜻하게 보는 마음의 눈이 열려야 한다. 다른 이의 판단에 기울지 말고 스스로 이치를 따져 논하되 냉정 대신 온정을 갖도록 하자. 세상이 어지러우면 차가운 글은 넘쳐도 따뜻한 기운은 크게 쇠하는 법이다. 너나없이 답답한 건 마찬가지. 이럴 때 누군가 따뜻한 말을 먼저 건네준다면 그 이에게 닫힌 마음을 열 것만 같다. 

지혜를 채우기 위해 좋은 책을 정독하는 버릇을 들여야겠다. 난독하는 스타일이다. 책을 다락같이 쌓아놓고 어지럽게 읽어치우는 형이다. 그러다보니 고전읽기에 소홀했다. 동양고전과 성경, 불경을 정독하고 싶다. 색인카드를 만들어 고전적 키워드, 예를 들면 욕망(慾), 무위, 생각, 죽음, 사랑, 공경.. 등을 정리하려고 한다. 갈수록 기억이 혼미해지니 그 방법이라도 써봐야겠다.

클래식과 더불어 세상 돌아가는 구체적인 정보를 갈무리하는 데도 신경쓴다. 지금 사람들이 겪고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그 원인과 전망이 어떠한지 꼼꼼하게 챙겨본다. 숫자를 보는 안목을 키워 정성적 접근보다 정량적 접근을 통한 객관성에 주목할 필요가 높다. 숫자와 지표를 읽으면서 사람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손가락 끝이 아니라 저 달이기 때문이다. 진정 지혜로운 자는 생활하는 사람들, 즉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있기 마련이다.

훌륭한 코치가 되기 위해서도 대화 모델 개발과 코칭스킬에 대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야겠다. 간혹 느끼지만, 내 나름의 대화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 기존 모델을 완전히 잊고 새롭게 코칭대화를 정의하는 작업을 해볼 작정이다. 그러고 나서 다시 돌아와 확인해보면 무엇이 다르고 더 좋은지 분명해지겠지. 모델도 그렇고 스킬도 그렇고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코칭을 제안했는데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럴 양이었으면 좀 더 유순하고 겸손했어야 하는데 후회가 된다. 다음부턴 조심해야겠다.

대화모델과 관련해서 몇년동안 손대지 않았던 경영, 리더십 관련 책들을 챙겨봐야겠다. 일단 실행에 집중하라와 현실을 직시하라 두권을 탐독할 생각이다. 그동안은 넌더리가 나더니 며칠 전에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보니 거부감이 많이 없어졌다. 가닥을 명확히 잡는데 주력하겠다. 견강부회로 적당히 때려맞추며 읽지 않고 섞일 수 없는 것들을 확실하게 분리해서, fact를 정확히 파악하고 유의미한 결론을 내리도록 한다.  

새해 첫날. 느낌이 좋다. 충분히 휴식하고 있다. 머리도 맑고 자세도 편하다.

나는 선택의 힘을 갖고 있다. 자유 의지 바로 그것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하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내게는 행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주어졌지만,  선택은 오롯이 나만의 몫이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부터 내가 시작한다면, 나의 선택은 현명할 것이다.

자, 가자. 이제 다시는 무력감에 젖어들지 말자. 내 선택은 하찮은 것이 아니다. 나의 우주가 선택을 중심으로 돌 것인 즉,  양처럼 방황하지도 말고, 길을 잃지도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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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5-01-0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자님 카테고리에, <문자향에 취하고 서권기에 놀라다 >란 카테고리가 있어군요. 멋있는데요. 근데 '서권기'가 무슨 뜻이죠?

새해 계획이 멋있습니다. 저는 계획을 잘 안 세우는 편이라 세워도 두리뭉실 단순하죠. 효자님 새해 계획 컨닝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ㅋㅋ.

전 효자님 글 그렇게 차다고 느끼지 않는데요. 치우침이 없는 중용과 통찰이 느껴지는데...절대 아부하는 거 아닙니다.

새해에 세운 계획 멋지게 이루려서 올해 마지막 날 또 멋진 송년사 쓰십시오.^^

2005-01-02 1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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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3 23: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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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4 09: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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