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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찰스 맨슨의 자살 웹사이트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멀쩡해보였고, 자기들의 행위가 조잡하나마 어떤 주장을 담으려고 했기 때문일거야(16p).
이 작품엔 찰스맨슨의 그것, 자살사이트를 모방한 자살클럽이 등장한다. 거기엔 필명으로 적그리스도, 소크라테스, 재프루더, 재키, 루비, 하비, 제리, 메리가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는 ‘저주받은 00년생’류의 이야기(40p)이다. ‘저주받은 00년생’들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죽은 자의 승리(?)으로 化하려’한다. 죽은 자의 승리, 기쁨, 환희가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우울과 상처를 그렇게 표현한다. 마치 시대의 거대한 벽 앞에 그들은 ‘용기 있는(?) 자살’로 비웃어주는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그런 세상을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라고 불러.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야심 있는 젊은이들은 위대한 좌절에 휩싸이게 되지.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신이 품고 있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거야.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느냐의 싸움이지. 나는 그 과정을 <표백>이라고 불러.’(78p)
‘우리 198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정치의 상당부분을 담당했고, 199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대중문화의 중심이었지. 지금 우리는 뭘까? 아무것도 아니야. 작은 유행 하나 만들어내지 못해. 이렇게 형편이 어려운 데도, 반항정신이나 독립심조차 이전 세대에 못 미치지.’(40p)
‘1973년~1977년에 태어난 한국 남자들은 자기와 비슷한 연배의 여자를 사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1978년 이후에 태어난 여자들도 쉽게 사귈 수 있다. 경제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1978년 이후에 태어난 남자들은 자기와 같은 세대의 여자를 사귀는 일도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도 애인이 없는거구나. 썩을 놈의 세상이다. 우라질 놈의 세상이야! 이게 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탓이야.’(40p)
물론 자살클럽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재벌그룹의 자제도 있다.
자살클럽의 ‘표백’으로 상징된 자살행위는,
‘당신들도 나처럼 상처받길 바라요.
당신들도 나처럼 상처받길 바라요.
당신들도 나처럼 상처받길 바라요...’(49p)
라는 말로 이 시대와 세대와 세계에 자기들이 받은 우울과 상처를 다시 되돌려주는 몸짓으로 비친다. 청춘의 몸부림이요, 울부짖음이다.
여담:
*읽기는 오래전에 읽었는데, 쓴다 쓴다 하면서 이제야 쓴다. 그것도 정말 요 몇일 글을 쓰지 못해서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겨우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뭐든지 쓰자 싶어 앉았다. 무조건 쓰고 잔다는 생각하에. 결국 쓰고자 하는 주제와는 다른 『표백』에 대한 리뷰를 쓰게 되었다. 그래도, 썼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