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 시에 대한 사색의 동기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어떤 시를 발표할까 고민했다. 유독 내 눈에 들어오는 시가 없었는데 인터넷에 들어갔는데 우연히 내 눈에 들어와 박힌 시였다. 데스크탑에 앉아 시를 보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던 시이다.

 

두 번째는, 영화 편지에서 선 보여 대중, 독자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이미지로 남은 시이다.

 

세 번째는 지금은 결혼한 옛 여자친구와의 목적지없는 기차여행에서 구미의 어떤 서점에서 이 시집삼남에 내리는 눈이란 시집을 그녀에게 선물한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이다.

 

 

 

철학자 죄렌. 키에르케고르(Soren Kierkegaard)는 이런 말을 했다.

젊음이란 무엇인가? 꿈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꿈의 내용이다.“

 

 

이 시는 바로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꿈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말 그대로 흔히 시에서 주된 화두로 대두되는 사랑이다. 시에서 사랑이 주로 제기되는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 아마도 사랑은 곧 우리의 일상이요, 삶이요, 삶 그 자체, 꿈의 실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톨스토이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하는 소설에서 사랑으로 산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즐거운 편지

 

-----Giver의 일상과 사랑하기의 즐거움(?)

 

황 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언제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 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구체적인 해석-디테일(Details)

 

 

 

사랑은 언제나 생각함에서 출발한다.

순간적이고도 일시적인 사고와 생각함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한 사고함의 연속이 바로 사랑이 아닌가? 사랑은 마치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같은 일상에서 시작된다. 그러한 일상은 사소한 일인 것이다. 여기서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이란 것에 대한 해석을 해보자면 이것을 단지 사랑했던 추억이나 이야기, 과거의 삶, 기억일 수 있으나 정확히 시적화자인 의 뇌리 속에 자리 잡은 사랑하는 대상의 자리매김, 그 위치이다. ‘에게 그대가 갖는 그 어떤 의미라고 해도 좋겠다.

 

 

 

언젠가....’ 일상에서의 우회이다. 생각함이라는 단순한 시도에서 이제 불러보는과감한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서 힘들어하는 것은 그대’, ‘의 괴로움은 감춰져 있다. 숨겨져 있다. 여기서 아마도 우리는 시적화자가 짝사랑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유추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괴롭기에 그대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괴로움을 보고 내가 불러보리라고 하고 있다. 시적화자인 의 아픈 사랑,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깔려 있다. ‘Give and Take'의 사랑의 논리가 아니라 ’Inspite of'의 사랑인 것이다. 바로 사랑받기 위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기 그 자체로서의 사랑하기인 것이다.

 

 

 

불러봄의 행위는 항상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의 분위기를 깔고 있다. 일종의 친숙함이며 익숙함이라는 것이다. 사랑하던 두 사람만의 공유된 감정이다.

 

 

 

한 없이 괴로움 속에서 그대를 부른다라는 말은 그대에겐 구원, 위안, 회복, 위로의 메시지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은 강한 심적 충격과 데미지(damage)를 입을 때 사소한 불러봄이나 자잘한 건넴이 더 크게 다가오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러봄의 한계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결과의 열매가 나타나고 있다. 기다림으로 계속된 화자의 고백에 잘 반영되어 있다. 화자의 아픔과 상처와 생채기의 힘듬은 이 기다림이라는 단어에 응축되어 있다. 그러나 기다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삶이다. 뭐 그러한 전설이 있지 않은가? 군대 간 남자를 끝까지 기다려주는 여자와는 결혼해도 좋다는 그러한 전설말이다. 이처럼 기다림(Waiting)은 깊은 테크닉이며 고도의 심성과 인격적 성숙함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나의 사랑한 없이 잇닿은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는 시적화자의 <질긴 사랑>을 나타내 주고 있다. ‘계속적으로 사랑하리라는 말이다. 시적화자의 나의 사랑이 단지 혼자만의 사랑, 사랑하는 대상에게서 더디 오는 반응으로 인해, 상대방의 수용(Acceptance)이 더디 오는 반응으로 인해 이제 지치게 되는것이다. 그 후로부터 이제 기다림의 고통과 아픔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다림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함의되어 있다. 하나는 혹시나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에게로 돌아오지 않을까하는 설레임의 기대이고, 또 하나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이젠 그로기 상태가 된 절망의 꺽임이 그것이다.

 

 

 

시적화자의 지독한 사랑의 내면의 풍경은 바로 ’, ‘골짜기’, ‘이라는 단어에서 나타난다. 이것들이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화자의 깊은 고통을 대변한 말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사랑의 힘듬이요, 기다림의 고통이다.

 

 

 

내 사랑도...그칠 것너무 힘들면, 너무 지치면, 너무 아프면 사람은 뒤로 물러서게 마련이다. 인간의 한계가 여기서 나타난다. 그러나 그 최고의 극점은 바로 자살(죽음)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다만...’여기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하나는 너무 아프기에 스스로 자기를 위로하는 자기 위안적인 자기 합리화이며, 또 하나는 끝까지 자기 맘을 내어주고자 하는, 말 그대로 ‘give and take'에서 ’take'에는 유념치 않고 ‘give'에만 신경쓰는 ’giver'의 사랑이다.

 

 

 

그 동안...’세월의 변화무쌍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조금은 어색한 마무리이며 끝이다. 어줍쟎은 느낌도 든다. 그러나 기다림의 방향을 화자도 알 수 없음을 표현할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 ‘’, ‘낙엽은 상징적 해석도 가능하겠다. 자신의 내면적 삶의 덩어리들일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아픔이 배여 있는 시, 그러나 시를 읽는 독자는 읽고서 기분이 대개 좋아진다. 사랑의 애틋함에서일까? 아니면 시인의 아름다운 단어의 배열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 같다. ...<즐거운 편지>

사랑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모션(Motion)'이라는 것이다. ’give'의 사랑말이다.

 

 

 

에필로그..

 

 

여러분,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말 그대로 사랑받기가 아닌 사랑하기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가?

여러분은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도 그러한 사람은 즐거운 편지를 쓰고 있는 사람이다.

여러분은 즐거운 사람이다. 지금도 그러한 사람은 즐거운 편지처럼 살고 있는 사람이다.

 

 

 

여담: 오늘은 무슨 글을 쓸까 했지만, 오늘은 쉬어야겠다 싶다. 그래서, 대학때 발표한 페이퍼를 올려본다.

<세바시>를 우연찮게 봤는데, 사람에겐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고 했다. 리얼리스트, 아이디얼리스트, 로맨티스트, ....뭐 등등.

난 뭘까? 로맨티스트일까?  이 글 보니 소름 좀 돋는데....그 때 이런 시를 보고도 자의적힌 해석을 했었다는 색다른 감흥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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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8 0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08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8-09-08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즐거운 편지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 시네요.
그러고 보면 카알님 저와 비슷한 연배 같기도 하고...ㅋ

그런데 왜 소름이 돋습니까?
전 그래도 카알님의 성실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근데 <세바시>는 뭐죠?
본적이 없어서리...ㅠ

카알벨루치 2018-09-08 14:08   좋아요 0 | URL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티비 강의 프로그램요^^

cyrus 2018-09-09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사랑합니다. 책도 저를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