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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평점 :
https://karl21.tistory.com에
제 글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베를린 어느 저녁, 우리는 낭독회를 갖는다. 사람들은 나를 보러, 내 이야기를 들으러, 나에게 질문하러 올 것이다. 나의 책, 나의 삶, 나의 작가로서의 여정에 대해.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다. 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103p).
어느 날, 이웃에 사는 친구가 내게 말했다.
"텔레비전에서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프로그램을 봤어. 그 여자들은 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에는 가사일도 하고 육아도 해."
나는 말한다.
"그게 내가 스위스에 와서 했던 일이야."
그녀가 말한다.
"게다가, 그녀들은 프랑스어조차 몰라."
"나도 할 줄 몰랐어."
내 친구는 곤란해진다. 그녀는 나에게 텔레비전에서 본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려 줄 수가 없다. 그녀는 내가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고 공장에서 일하며 저녁에는 가족을 돌보는 그 여자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내 과거를 잊어버렸다.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공장, 장보기, 아이, 식사, 그리고 마지의 언어. 공장에서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어렵다. 기계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 우리는 서둘러 담배를 피우며, 화장실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107-108p).
나의 시들을 실어주던 <헝가리 문예>가 있었고, 제네바 도서관에서 우편으로 받곤 했던 헝가리어 책들도 있었는데, 대부분 이미 읽은 책들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아무것도 안 읽는 것보다는 다시 읽는 편이 나았으니까. 그리고 다행히도 글쓰기가 있었다.
나의 아이는 곧 여섯 살이 될 것이고, 학교에 갈 것이다.
나도 시작한다. 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한다.
스물 여섯 살의 나이에, 나는 읽는 법을 배우기 위해 뇌샤텔 대학의 여름 학기 수업에 등록한다.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프랑스어 수업이다. 여기에는 영국인들, 미국인들, 독일인들, 일본인들, 독일어권 스위스인들이 있다. 입학시험은 쓰기 시험이다. 나는 하나도 쓸 줄 모르므로, 초심자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된다.
몇 번의 수업 이후 선생님이 내게 말한다.
"프랑스어를 아주 잘하는데 왜 초급반에 있어요?"
나는 그에게 말한다.
"나는 쓸 줄도 모르고 읽는 줄도 몰라요. 전 문맹이에요."
그는 웃는다.
"그걸 앞으로 살펴보죠.
2년 후, 나는 우수한 성적으로 프랑스어 교육 수료증을 받는다.
나는 읽을 수 있다. 다시 읽을 수 있다. 빅토르 위고, 볼테르, 사르트르, 카뮈, 미쇼, 프랑시스 퐁주, 사드처럼 내가 프랑스어로 읽고 싶은 모든 작가들과, 포크너, 스타인벡, 헤밍웨이같이 프랑스어로 쓰지 않았지만 번역되어 있는 작가들까지 모두 읽을 수 있다. 책들이, 드디어 나도 이해할 수 있게 된 책들이 넘쳐난다. 나는 아이를 둘 더 낳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기와 철자법, 동사 변화를 연습할 것이다.
아이들이 내게 어떤 단어의 뜻이나 철자를 물어보면 나는 두 번 다시 "모른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번 확인해볼게."
그리고 사전을 확인해볼 것이다. 지치지 않고 확인해볼 것이다. 나는 사전과 사랑에 빠진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프랑스어를 쓰는 작가들처럼은 프랑스어로 글을 결코 쓰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쓸 것이다.
이 언어는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운명에 의해, 우연에 의해, 상황에 의해 나에게 주어진 언어다. 프랑스어로 쓰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강제된 일이다. 이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한 문맹의 도전(1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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