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탐정 칼레 1 : 초대하지 않은 손님 동화는 내 친구 28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재작년엔가 돌아가신 유쾌한 할머니 린드그렌 여사의 작품, <삐삐>시리즈나 <칼레>시리즈를 보면 나는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한편으로는 죄스럽다.

억울한 이유는 내 어린시절을 그렇게 신나게 보내지 못해서이고, 죄스러운 이유는 우리 아이들을 그렇게 놀게 해주지 못해서이다.

이 동화책 속의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놀아제낀다. 진짜 부럽다.

<삐삐>시리즈의 삐삐를 보자. 이 소녀같지 않은 소녀는 엽기발랄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못생기고 말총머리에 양말은 짝짝이, 일찍 자라고 말해줄 부모님도 안계시나 전혀 아랑곳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려 온갖 기발한 상상력을 다 동원해 너무도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상상력이 너무 지나쳐 어느 나라 사람들은 다 물구나무 서서 다닌다는 둥, 아르헨티나의 학교에선 하루종일 캬라멜만 먹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캬라멜 껍질을 까준다는 둥 하는 소설같은 거짓말도 태연자약하게 해댄다. 아빠는 식인종의 왕이고, 커다란 가방에 금돈이 가득한 부자이며, 쇠도 구부릴 수 있는 이 천하장사 소녀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어린이들의 마음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판타지에 가깝다.

 그에 비에 <칼레> 이야기는 좀 더 현실적이다. 조그맣고 조용한 마을에서 범죄사건이 일어나길 바라며 조금이라도 수상쩍은 일이 생기면 메모를 하는 자칭 명탐정 소년. 그렇다고 해서 이 소년이 추리력이 뛰어난 샤프한 학구형은 절대 아니다. 사실 이 소년은 탐정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마을 아이들과 편을 짜서 하는 전쟁놀이, 서커스 등 매일매일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노느라고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다.

이 마을의 세 어린이들(상대편까지 센다면 여섯이다)이 매일 벌이는 <장미전쟁>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거의 배가 아플 지경이다. 나는 왜 어렸을 때 이렇게 재밌게 못 놀았을까, 이렇게 신나게, 필사적으로 놀면서 보낸 이 아이들의 유년은 얼마나 충만할까. 그러면서 지금 우리 아이들의 하루를 생각하면 우린 정말 큰 죄를 짓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어렸을 때 내 남동생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본부>를 짓고 동네 뒷산을 자기이름을 따서<**이산>이라고 명명해 놓고 상대편 아이들과 전투를 벌이곤 했는데 아마 동생이 이 책을 본다면 옛날 생각이 날 것 같다.(그리고 나보단 덜 억울하겠지)

눈부신 여름 햇살과 아이들의 땀냄새,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두근거리는 아이들의 심장소리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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