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는 관심가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다. 모두 읽고 싶으나 시간이 안되잖아? 나는 안될 거야 아마... 특히 한병철의 신작이 가장 눈에 띈다.




<비소설>


신비의 숲 - 조해너 배스포드


 -> 비소설 힐링 컬러북. 그림 못그리는 사람은 오히려 이 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소문이...


2014년의 화제작,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비밀의 정원>의 작가 조해너 배스포드의 신작이다. 이번 책에서는 정원보다 더 넓어진 숲을 콘셉트로 삼아 아름다운 꽃과 나무, 풀과 열매, 마법에 걸린 독특한 동물과 벌레,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성과 요정의 집,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색칠하는 즐거움에 퀘스트까지 더해져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숲의 지도를 확인하고 숲 속 주인공들을 만나고 요정의 마을을 지나다보면 어느새 성 앞에 다가간다. 그림 속 숨어 있는 심벌 아홉 개를 찾으면 성문이 열리면서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지는데 정교한 장면이 감탄을 자아낸다. 

<비밀의 정원>에 비해 조금 낮아진 난이도는 세밀한 그림에 주저했던 독자에게도 도전을 시작할 용기를 주고, 새로운 공간과 이야기는 기존 독자들에게 또 다른 흥미를 일으킨다. 다채롭고 수려한 장면을 색칠하며 퀘스트를 수행하다보면 어느덧 일상의 자잘한 스트레스가 잊힐 것이다.




불멸에 관하여 - 스티븐 케이브


베스트셀러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와《삶이란 무엇인가(LIFE)》에 이은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의 세 번째 타이틀로, 인간 정신의 깊이를 드러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찰하며, 인간의 삶이 나아갈 길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TED에서 최단시간에 170만 명이 시청하며 화제가 된 스티븐 케이브 박사의 ‘불멸’에 대한 명강의가 책으로 나왔다.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의 오래된 욕망, ‘불멸’을 ‘4가지 이야기’로 구분해 설명하면서, 불멸의 욕망이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왔는지 풀어내고 있다.

프랑스의 알랭 드 보통과 비견되며 뛰어난 강연으로 소통하는 영국의 대중철학자 스티븐 케이브는 어둡고 막연할 것 같은 주제를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내러티브로 진행한다. 철학책이자 역사책인 《불멸에 관하여》는 “영원한 삶이 정말로 가능한가?”, “영생이 그토록 갈망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그 대답의 과정을 파헤치고 있다.




<국내 문학>


문학동네 82호 - 2015. 봄


-> 계간 문학동네는 언제든 기대도서이다.


목차

펴내며 이문재 도시 말고 ‘거리’에서─2015년 봄호를 펴내며

작가의 눈
박민규 진격의 갑질
윤이형 침묵의 그물
최민우 어떤 것도 끝나지 않는다는 말

제6회 젊은작가상 발표
대 상 정지돈 「건축이냐 혁명이냐」
김금희 백수린 손보미 윤이형 이장욱 최은미
심사 경위·심사평
수상 소감
인터뷰 황정은 모든 크레타人은 거짓말쟁이─어느 날, 에피메니데스

FOCUS 김인숙 장편소설 『모든 빛깔들의 밤』
대 담 김인숙 류보선 파국의 세상과 인간이라는 구원의 힘 
작품론 황현경 미스터리 미스터리 소설─『모든 빛깔들의 밤』의 세 가지 반전

젊은작가특집 백수린
작가초상 김기홍 무지의 심연에서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김근우


-> <바람의 마도사>로 유명했'던' 김근우. 장르소설작가라는, 다소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하류취급받는 작가가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2010 이상문학상 수상집도 장르적인 요소를 취해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장르'라는 말이 하위층 문학이라는 오명을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김근우 장편소설. 서울 변두리 개천인 불광천을 배경으로 88만원 세대인 두 남녀와 남자아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서로를 알게 되고, 그들의 고용인인 노인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중심으로 가짜와 진짜 사이에 갇힌 것들이 혼재하면서도 양립되어지는 과정을 그려간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단(박범신, 김성곤, 임철우, 은희경, 김형경, 하응백, 한창훈, 김미현, 김별아)은 이 작품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진짜와 가짜, 돈과 가족과 꿈, 세대 간의 화해라는 주제 의식이 뚜렷하게 부각되었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입심이 만만찮았다. 마음을 흔드는 따뜻하고 뭉클한 무엇이 있었고, 적의와 경원이 아닌 연민과 이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을 만나는 일은 그만큼이나 희귀한 기쁨이었다"는 찬사를 보냈다.

전 재산이 4,264원밖에 없는 빈털터리 삼류 작가, 주식 하다 완전히 망한 여자, 그리고 아버지보다 돈이 더 좋은 맹랑한 꼬마. 이 3명이 가족같이 여기던 고양이 호순이를 잃은 노인의 과제를 수행하다 모이게 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노인의 과제란 자기 고양이 호순이를 잡아먹은 오리의 사진을 찍어 오는 것이고, 만약 그 오리를 잡아 오면 성공 보수 천만 원을 주겠다는 것인데….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늘어놓는 노인의 말을 믿든 안 믿든, 돈이 급한 남자와 여자는 바로 알바에 뛰어든다. 그리고 뒤늦게 동참하게 된 노인의 손주와 함께 노인의 돈을 어떻게든 계속 받아낼 궁리를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의 아들이 나타나 아버지가 미쳤다며 흉을 보면서도, 돈을 노리며 3명과 함께 흉계를 꾸미기 시작한다.



<해외 문학>


풋내기들 - 레이번드 카버


레이먼드 카버의 두번째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원본이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포함된 17편의 단편이 편집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상태의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 실렸다.

1981년, 당시 크노프 출판사의 편집자였던 고든 리시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편집 과정에서 카버의 원고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일부 작품의 제목과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 거의 모든 단편의 엔딩을 바꾸거나 잘라냈으며, 분량의 70퍼센트 이상을 덜어낸 단편도 있었다. 편집된 원고를 받고 몹시 당황한 카버가 원래대로 되돌려줄 것을 부탁하며 괴로워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지만 결국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고든 리시의 편집본으로 출간되었고, 카버는 언젠가 오리지널 버전의 원고로 책을 출간할 것을 다짐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2009년, 카버의 미망인 테스 겔러거가 너무 빨리 고인이 된 남편의 오리지널 버전 원고를 모아 <풋내기들>을 펴냈다.




아자젤 - 아이작 아시모프


아이작 아시모프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이끌어 가는 18편의 단편 모음집. 살아생전 480여 권의 책을 낸 기념비적인 다작가였던 아이작 아시모프는 21권의 단편집을 냈고, 그중 <아자젤>은 18번째 단편집이다. 

그가 이렇게 많은 작품을 출판한 이유는 <아자젤>의 '머리말'에 남긴 말 그대로 '낭비를 싫어하며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데도 써놓은 작품을 출판하지 않고 남겨 두는 건 견딜 수가 없'는 성격 때문이었다. 아시모프는 1980년부터 '아자젤' 관련 단편을 잡지에 연재해 왔고, 그렇게 연재한 총 29편의 단편 중 18편의 단편을 모아 1988년 <아자젤>이라는 책을 발행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그는 성경에 등장하는 타락 천사 아자젤을 소설 속으로 끌고 들어와, 소원을 들어주는 2센티미터짜리 악마로 재창조했다. 아자젤을 우리 세계로 불러들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조지 비터넛은 1인칭 화자로 등장하는 아이작 아시모프 자신, 즉 '나'에게 아자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관의 피 - 사사키 조


-> 개정판 출간. 초기대도서.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차지한 사사키 조의 장편소설. 두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의문사를 추적하는 정통 미스터리의 틀 위에 일본의 근현대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기의 격변하는 시대상과 가족상, 60여 년에 이르는 세월의 흐름과 경찰 조직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인과관계까지 농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경찰관의 길을 선택했고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3대의 이야기를 3부 구성으로 그린 미스터리 소설이다. 1대 안조 세이지와 2대 안조 다미오는 모두 덴노지 주재소에 근무하다가 불의의 죽음을 맞는다. 근무 중에 죽음을 맞이했음에도 세이지의 죽음은 불명예스러운 자살로 처리되고, 다미오의 죽음에는 명예로운 포상이 수여된다. 

3대 안조 가즈야는 선대의 미스터리를 풀고, 할아버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또다시 경찰관의 길을 걷는다. 이미 종결된 지 수십 년이 지나 남아 있는 실마리라고는 몇 안 되는 기록과 주민들의 증언, 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밤 우연히 찍힌 넉 장의 사진뿐인데…



<정치·사회·경제학> (이놈들을 따로 구분할 수가 없다...)


성숙 자본주의 - 우석훈


자본주의를 ‘전복’시킨다거나, ‘극복’한다거나, 몰라볼 정도로 ‘뜯어고치자’는 것이 통상 진보 또는 좌파 경제학자들의 입장이다. 시장의 기능을 중시하지만, 시장 실패 또한 예견돼 있는 것이므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개입(또는 합리적 규제)을 옹호하는 케인지안도 신자유주의 전성시대에서는 진보적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경제학 교과서에는 케인즈 경제학을 ‘수정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자칭 C급 경제학자이며, 진보적 경제학자로 분류돼 왔던 우석훈 박사가 ‘성숙 자본주의’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 우석훈은 이 책에서 “2008년 이후로 전 세계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케인즈 시대로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 사이에서 우리 모두는 고민 중”이라며, 자신은 한국 경제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성숙 자본주의’를 제시한 것이다. 

자본주의를 넘어선 것도, 자본주의를 고쳐서 쓰는(수정) 것도 아니고, 그것을 성숙시켜야 한다는 그의 논의가 적잖은 독자들에게는 낯설게 다가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자의 이런 주장은 학계의 논쟁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선진화-성숙’ 담론은 통상적으로 기득권 세력이나 주류 경제학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 이진경


달라진 세계에서 마르크스는 무슨 말을 할까. 철학자 이진경이 마르크스를 불러내어 그와 마주 앉는다. 이진경이 묻고 마르크스가 답한다. 거꾸로 마르크스가 이진경에게 그가 살아내지 못한 오늘에 대해 묻는다. 이 문답을 이끌어가기 위해, 완성하기 위해 이 둘은 지상에 존재했던 사상가들을 소환한다. 

이 책은 철학자 이진경이 마르크스주의를 21세기 오늘의 상황 위에 다시 정초하려는 실험적인 시도이다. 이 실험을 관통하는 사유의 핵심은, 마르크스주의는 이 지상에 존재했던 사상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것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반성이라는 것이다. 즉 (모든) ‘철학에 대한 철학’이라는 것이다. 

이미 세상에 없는 마르크스는 그가 남긴 텍스트와 그 시대의 콘텍스트들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진경은 자신의 학문적 생애를 두고 천착해온 마르크스주의를 그의 독보적인 감각과 경험을 동원하여 근원적 질문으로서의 마르크스를 불러내고 이 마주섬을 통해 혼신의 힘으로 철학과 사상, 예술을 넘나들며 이 21세기라는 시공간 안에서 다시 마르크스주의를 정초하려고 시도한다.




장기보수시대 - 신기주


-> <지대넓얕>에서 사회는 장기적으로 보수로 갈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보수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냥 서로 입장이 다른 것 뿐.


신기주 기자가 <에스콰이어>에 2년여 동안 연재했던 기사들을 기초로 쓰였다. 이 책에서 다루는 각각의 사건들은 지난 2년여 동안 한국 사회 이곳저곳에서 먼지처럼 일어났다 흩어졌고 잊혔던 일들이다. 당시엔 서로 아무런 상관도 없는 개별 사건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이 미시적 사건들은 거시적 관점에서 다시 엮었다. 

신기주 기자는 이 사건들이 경제와 사회와 미디어와 정치 국면의 보수화를 드러내는 증거들이었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보수화, 즉 ‘장기 보수’로 접어드는 징후였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개별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어디로 향해 흘러가고 있는지와 그런 흐름이 장차 우리를 어떻게 달라지게 만들지 보여준다.




반공의 시대 - 강명세 외


한국의 김동춘 · 박태균, 독일의 기외르기 스첼 · 디르크 호프만 등 저명한 사회학자들 16명(한국 12명, 독일 4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반공주의가 양국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그 부정적 유산들과 이데올로기적 균열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공동으로 연구한 성과물이다. 독일의 비정부기구인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주최로 열린 워크숍을 토대로 반공주의의 역할에 관한 주요 측면을 다뤘으며, 이런 논의를 진행하는 데 있어 현재의 사회정치적 문제에서 가지는 의의를 고려해 한국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은 비교연구적 분석틀을 제시함으로써 반공주의에 대한 양국의 학문적 담론을 보완하고, 한국과 독일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는 사회정치적 논의에 기여하고자 기획되었다. 실험적 성격의 이 공동 연구를 계기로 더욱 활발한 공론장이 형성되어 통일과정의 전제조건인 사회통합에도 건설적 기여를 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 

보수-진보, 여당-야당의 간극과 사회적 분열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건설적 태도와 충분한 지식, 관용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적 차이에 대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키자는 이 책의 취지는 그 자체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심리정치(신자유주의의 통치술) - 한병철


-> 전작인 <피로사회>와 궤를 같이 하는 책이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실패를 사회가 아닌 개인에서 찾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과사회로 흐를다는 게 <피로사회>의 골자라고 할 수 있는데,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개인과 사회를 휘두르는지 말해줄 것이다.


한국에 소개되는 그의 다섯번째 책. 전작 <피로사회>에서 ‘해야 한다’를 넘어 ‘할 수 있다’라는 성과사회의 명령 아래 소진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투명사회>에서는 긍정적 가치로 여겨진 ‘투명함’이 만인이 만인을 감시하는 통제사회로 나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짚어냈다면, 이번 책에서는 그 논의들의 연장선상에서 신자유주의는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물음에 깊이 파고든다. 

‘할 수 있다’를 넘어 ‘하고 싶다’라는 욕망을 창출하고 이용함으로써, 우리 스스로를 자발적으로 착취하게 하는 은밀하고 세련된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한병철은 이를 ‘심리정치’라고 부른다. 우리의 욕망과 의지는 과연 우리의 것인가? 우리는 정말 자유로운가? 신자유주의적 심리정치는 호감을 사고 욕구를 채워주고자 하는 ‘스마트 권력’이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적, 무의식적 사고를 읽고 분석하며, 인간의 자유 의지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종해 자본에 의존하게 만든다. 이러한 심리정치 시대에는 지배가 그냥 저절로 이루어지며 사회적 저항이 일어나는 대신 우울증 환자가 양산된다. 이처럼 한병철은 우리가 평소 자각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문제들을 진단하고 사고 구조를 뒤흔드는 화두를 던진다. 한병철이 내세운 이 책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내가 원하는 것에서 나를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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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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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

표지와 제목을 봤을 땐 큰 흥미가 나지 않는 책이었다. 인도의 인권문제를 다룬 영화 `더 스토닝`(돌팔매질...)이 떠오르는 제목에다가, 표지에는 연필로 그냥 슥슥 그어 완성한 남자밖에 없었다. 게다가 작가 이름은 뭔가 흔하디 흔한 미국 사람 이름인 존 윌리엄스다. 1965년 소설이 이제서야 발간되다니, 이것 또한 큰 감흥이 없었더랬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건 알라딘 블로거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했을 때다. 물론 그때도 바로 윗 문단의 생각을 했었더랬다.(제목이 왜 저따구지?) 그냥 그렇게 머리에 남았는데... 교보문고에 들를 일이 있어 찾아갔다가 2015년 첫 지름을 이놈과 함께 시작했다. 오랜만에 읽는 최신간 소설! 그때 함께 산 6권의 책을 아직도 안 읽고 옆에 쌓아둔 거 보니, 진짜 읽고 싶어서 산 게 아니라 그저 사고 싶기 때문에 산 것 같다.

이 책을 편 진짜 이유는 소설리스트의 리뷰였다. 오랜만에 소설리스트에 접속하니 이 책에 별점이 우수수 달려 있네. 네명 중 세명이 5개, 한명이 4개다. 이토록 엄청난 소설이었나? 김슬기는 평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 뿐. 아무런 의심도 하지 말고, 다만 이 책의 첫 장을 넘길 것. 고요한 방과 부드러운 불빛과 넉넉한 시간을 준비하고서.˝

이 문구에 삘이 딱- 꽂힌 거지. 안그래도 읽기 어려운 책들 사이에서 허우적댔는데, 한줄기 빛과도 같은 책이었다. 물론 기대와 마찬가지로 읽은 후의 만족감도 대단했다.

대단히 간결한 소설이다. 농부의 아들인 윌리럼 스토너가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영문학 수업을 듣게 되고, 영문학에 푹 빠져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되는 게 책의 주요 골자. 농부에서 교육자의 길로 전환하는 게 사실 인생에 있어 큰 변화인데, 작가는 겨우 40쪽만에 스토너의 인생을 바꿔버린다. 남은 350여쪽의 책에서 스토너가 나이를 먹어가며 생기는 일 - 우정, 사랑, 가정, 직장, 삶과 죽음 - 이 주욱 표현된다. 이야기만 놓고 보자면 매우 평이하다. 기상천외한 전개를 보여주는 현대소설에 비하면 상상력도, 그다지 특별한 점도 없다. 이야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줄 악역도 뚜렷하지 않다.

책을 주욱 읽게 만드는 원동력은 책 제목과 같은 이름을 가진 주인공, 스토너다. 소설에서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답게 매우 우직하게 그려진다. 영문학을 사랑하고 뚜렷한 교육관을 가졌다. 학장이 들어온줄도 모르고 강의를 계속 하다가, 학장이 옆에서 인기척을 하자 외려 나가라고 하며 쫓아내기도 했다. 사랑은 다소 부족하지만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딸을 진정으로 걱정한다. 그렇다고 사랑을 모르냐, 윤리에 어긋나지만 다른 여성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과거 1차 세계대전에서 똑똑한 친구를 평생 기리고, 라이벌 교수가 수작을 걸자 멋지게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모습까지! 흐음,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평이하다. 별 다를 게 없는 인물이고 이야기네.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이 소설은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진짜 친구라 생각한 매스터스를 젊은 나이에 잃고, 사랑인줄 알았지만 그저 형식적일 뿐이었던 이디스와의 결혼, 딸 그레이스의 방황, 제자 캐서린과의 바람, 대학 권력다툼에서 당한 일과 추문, 큰 사랑을 받지 못한 교수로서의 삶... 천수를 누리지도 못하고 결국 암으로 병사하는 스토너... 어떤 면에서 보면 스토너는 실패한 삶을 살았다. 별로 이룬 것 없이 평생 안 좋은 일만 달고 다녔으니 말이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스토너는 절대 실패한 삶을 살지 않았고, 새드엔딩도 아니라고 한다. 반추하면 별 다를 게 없고 성공적이지도 않았던 스토너의 삶이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 스토너가 겪은 일은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은 마주하고 고뇌할 일이다. 일, 우정, 사랑, 가정, 직장...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삶은 존재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기에, 심심하지만 인생을 그대로 그려 표현한 스토너를 실패로 규정하한다면 이보다 더 굴곡진 삶을 살 우리는 얼마나 슬픈가.

게다가 스토너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계속 하지 않았던가. 스토너는 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삶의 끝까지 영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은 것은, 인생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퍼부으며 살 수 있는 삶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위대한 일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을 행하는 삶이 진정한 삶`이라는 말로 짤막하게 표현 가능한 책이다. 그러나 이런 짧은 문구는 가슴에 쉬이 와닿지 않는다. 이것이 소설의 존재 의의다. 한 문장만으로 깨이는 시와 달리, 마음에 천천히 스며드는 소설이 즐거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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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중에게 있다. 대중은 정직하고 순박해서, 미디어와 사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실만이 진짜 사실이라 믿고, 그들이 자신을 속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계 이면에 대해 의심하는 행위를 무가치하고 반사회적인 행위인 양 거부한다. 의심 없는 대중은 사회와 미디어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그들이 욕하는 대상을 같이 욕하고, 그들이 칭찬하는 대상을 같이 칭찬하며, 웃기면 웃고, 울리면 운다. 하지만 단적으로 말해서 당신의 삶이 현재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다면, 재벌기업의 특정 제품이 세계 점유율 1위가 되고 스포츠 스타가 세계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당신에게 절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미디어가 재벌기업과 스포츠 스타를 칭찬하고 열광하는 모습을 반영한다고 해서, 그 열광을 앵무새처럼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내 고등학생 자녀가 자기 반에서 전교 1등이 있다고 나에게 자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_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327, 328쪽, `사회`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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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새책을 보니 재밌는 놈들이 많던데 죄다 예판 아니면 알라딘 정보상 출간일이 W09를 넘어가 눈물을 머금고 스킵.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 칼 필레머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인간생태학 분야의 권위자인 미국 코넬대 칼 필레머 교수의 책. 이 책은 30~7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실제 부부로 살아온 노인들 700여 명이 후세에게 들려주는 사랑, 결혼, 관계의 조언을 객관적이고도 전문적인 태도로 정리한 책이다. 

특히 칼 필레머 교수가 연구 표본으로 선택한 미국 노인 부부는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을 거치며 현대의 젊은이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삶의 고난을 겪어낸 세대로서 외부의 어떤 환경에도 부서지지 않는 백년해로의 비결을 전해줄 전문가로 손색이 없다. 실제 함께 오래 살아본 사람들이 전해주는 조언만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언도 없을 것이다. 

칼 필레머는 수백 시간의 인터뷰,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정리하면서 인생의 현자들이 들려주는 삶, 사랑 그리고 사람에 대한 지혜를 우회적으로 환기하기보다 커플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30가지 노하우로 정리했다. 자신에게 잘 맞는 짝을 선택하는 법, 가장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테크닉이 필요한 커플 간의 대화법, 생계와 자녀 양육 그리고 인척 문제까지 스트레스의 연속이라 할 수 있는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법, 첫 마음의 열정과 성적 기쁨을 일생 동안 변함없이 유지하는 비결 등을 인생 현자들의 생생한 ‘육성’으로 들려준다. 




캔자스의 유령 - 존 발리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10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로 1970년대를 대표하는 SF 작가 중 한 명인 존 발리의 단편집. 2009년 테드 창 강연 시 단 5쪽의 줄거리만으로도 SF팬들을 전율시켰던 화제의 문제작 '캔자스의 유령', 영화 [밀레니엄(국내개봉명:4차원 도시)]의 원작 '공습', 지옥의 불길처럼 뜨거운 수성을 배경으로 하는 SF '역행하는 여름'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세상 끝 아케이드


아쿠타가와상, 요미우리문학상, 일본서점대상, 다니자키준이치로상에 이어 2012년에는 문부과학대신상을 수상하며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오가와 요코의 연작소설집. <박사가 사랑한 수식>,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등의 작품을 통해 절제된 문장으로 따듯한 감동과 아름다운 정서를 선사했던 오가와 요코가 이번에는 정적에 감싸인 낡은 아케이드에서 벌어지는 열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엮어냈다. 

상실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끌어안고 헤매다 작은 아케이드에 도착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죽은 이의 기억이 담긴 물건을 사고 따뜻한 어둠에 슬픔을 풀어놓는다. 비록 그 슬픔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슬픔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과 장소를 만나 위로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아케이드의 관리인이자 배달원인 서술자 '나' 역시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죽음을 아케이드에서 치유하며, 이야기가 거듭되며 밝혀지는 나의 과거와 에피소드들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점점 허물어 간다.




어떻게 살 것인가 - 고은, 김상근, 박승찬, 석영중, 손봉호, 용타 스님, 이강호, 조성택, 차드 멩 탄, 최인철, 한명기, 황현산


우리 사회는 20세기 중반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을 잊고 살았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황폐해진 개인의 삶과 희미해진 사회적 가치가 두드러졌고, 그 결과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들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 열풍이 거세진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책은 플라톤아카데미가 주관한 대중강연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아름다운 삶과 죽음 Beautiful Life> 시리즈의 두 번째 강연을 묶어낸 책이다. 책에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열두 명의 지성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기본과 원칙’이다. 개인과 사회 모두 이 두 가지를 신뢰하고 지키고 따를 때 우리의 삶은 여유로워지고 우리의 사회는 안전해질 것이다.




노생거 사원 - 제인 오스틴


을유세계문학전집 73권. 제인 오스틴의 '별종'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사실상 첫 장편소설로 1799년 이미 탈고한 후 '수전(Susan)'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사에 팔았으나 책을 기다리는 사이 다른 소설가의 다른 작품이 같은 제목으로 나오면서 출간되지 못했다가 작가가 다시 1816년 원고를 사들인 후 죽고 나서 가족들에 의해 유고작으로 출간된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일찍이 제인 오스틴은 이 작품의 판권을 출판사로부터 다시 사들인 다음 스스로 특별히 서문을 달아 "이 작품을 완성한 지 십삼 년이 지났음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더 많은 세월이 지났음을" 밝히며 독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 작품은 주제나 인물 형상화나 서술 기법 측면에서 제인 오스틴의 초기작 느낌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출판되었지만 사실상 오스틴이 처음으로 완성한 장편소설이라는 흥미로운 타이틀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또한 '시대를 타는' 소설이면서 동시에 '시대를 타지 않는' 웃음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노생거 사원>을 읽다 보면 휴양지로 유명했던 바쓰의 풍경이라든가 사람들의 생각, 옷차림 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나 고딕소설이 유행하던 시대상을 잘 엿볼 수가 있는데, 이는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제인 오스틴은 이 작품에서 당시 문학시장의 주류였던 고딕소설을 풍자하고 있다. 이는 고딕소설 마니아인 주인공 캐서린이 벌이는 엉뚱한 망상과 해프닝으로 잘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디는 엄밀히 말해서 고딕소설 자체보다는 고딕소설이 소비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제인 오스틴은 특정한 소설가나 작품을 풍자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여성의 독서를 둘러싼 물질적 환경과 여성 교육 전반에 문제를 제기한다.




책공장 베네치아 -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한 권의 책을 세상 모든 이에게 읽히겠다는 생각을 최초로 했던 사람 마누치오와 그가 건설한 '책세상'의 모습, 오늘날 우리가 책에 대해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시작된 책의 여명기이자 혁명기였던 르네상스 시대 출판의 역사, 근대 이행기 베네치아를 무대로 한 책과 지식의 생산 및 유통 그리고 문화와 지성의 풍경, <책공장 베네치아>가 전하는 이야기다. 

베네치아 출신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는 이 매혹적인 책과 출판의 여명기를 과거와 현재, 역사적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교차시키며 생생하게 복원해냈다. 세계의 진정한 혁명을 가져온 '책'에 대한 예찬이자, "책을 둘러싼 출판업자와 서적상, 기독교도와 이교도, 성서와 음란물, 자국인과 외국인의 갈등과 타협의 변주곡"이 우리를 500여 년 전 '베네치아 책세상'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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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도 `공산주의`나 `빨갱이`라는 용어는 특정인을 비하하거나 혹은 대중들로부터 그 특정인을 고립시키려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한국인에게 이들은 마음속 깊이 금기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교육의 힘이다. 오늘은 6.25 전쟁이나 북한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우리로 하여금 공산주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본주의만으로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가 선명히 드러나지 않는데 있다. 공산주의에 대해 알고 이해해야 자본주의의 실제 의미를 선명히 관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를 지금보다 조금 더 괜찮은 체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산주의를 이해한다는 것이 공산주의자가 된다는 것 의미하지 않는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를 위해서 알아 두어야만 하는 체제다. 이 세상의 절대로 알아서는 안되는 것 따위는 없다. 

_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권, 159쪽, `경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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