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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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작가다. 인터넷에 그의 이력을 검색해봤다. MBC애드컴, TBWA/Korea 등 유명 광고회사에서 20년 넘게 카피라이터로 일했단다.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시작해 지금은 브런치에서 책 리뷰를 올리고 있다.

<읽는 기쁨>은 저자가 재미있게 읽은 책 51권을 추려 소개한다. 최근에 읽었던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김미옥 저, 파람북, 2024)가 다소 어려운 책들을 소개했다면, <읽는 기쁨>은 베스트셀러나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책을 다룬다.

이 책의 특별함은 소개하는 책의 다양성이다. 국내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를 소개하다가 갑자기 시집으로 눈을 돌리고, 또 어느새 노벨상 수상자의 대표작으로 건너뛴다. 심지어 SF소설까지 아우르니, <읽는 기쁨>을 읽는 동안에 지루할 틈이 없다.

예를 들어, 김탁환의 <노서아가비>와 황정은의 <일기>같은 국내 문학작품을 소개하다가 갑자기 신철규의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로 분위기를 바꾼다. 그러다 앨리스 먼로, 마르케스 같은 노벨상 수상자의 작품을 거쳐 필립 K. 딕, 존 스칼지의 SF소설까지 다루니, 독자로서는 그야말로 책의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는 기분이 든다.

<읽는 기쁨>은 책 읽기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줬다. 책을 통해 좋은 독자이자 작가인 편성준을 알게 됐고, 바로 브런치 구독을 했다. 생전 처음으로 새 글 알림도 켰다. 그의 글을 읽으며 독서의 기쁨과 재미를 나누고 싶다. 텍스트가 주는 재미를 사랑하는 이라면 재밌게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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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키초의 복수
나가이 사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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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2년 전 고비키초 극장 뒤편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정월 그믐밤, 앳된 소년 기쿠노스케는 아버지의 원수라며 한 무뢰배와 진검승부를 벌이고, 결국 그의 목을 베는 장면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단번에 자극한다. 이 사건은 '고비키초의 복수'라 불리며 소설의 중심축이 된다.


이야기의 본격적인 전개는 2년 후, 기쿠노스케의 지인이 고비키초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기쿠노스케의 편지를 들고 극장 사람들을 만나 ‘고비키초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문전 게이샤, 무술 연기자, 의상 담당자, 소품 담당자, 각본 담당자 등 다섯 명의 화자가 각자의 시점에서 기쿠노스케와의 인연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뛰어난 가독성이다. 각 장마다 화자가 바뀌는 일인칭 시점은 이야기가 지루해지지 않게 한다. 에도 시대의 용어나 풍습에 대한 설명이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가볍게 넘기면 된다(몰라도 읽는 데 어려움이 없다).


복수극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300페이지나 할애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다. 다섯 명의 화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독자를 2년 전 그 날로 데려가 사건을 직접 체험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 더욱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다.


무사로 살던 기쿠노스케가 극장 사람들과 생활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이는 소설의 본질적 가치, 즉 우리가 모르는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힘을 잘 보여준다.


다만, 책 뒷표지의 ‘미스터리’라는 단어에 큰 기대를 걸고 이 책을 접근한다면 약간의 실망을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스릴 넘치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잔잔하고 따뜻한 인간 드라마에 가깝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의 특별한 매력이 되기도 한다.


<고비키초의 복수>는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와 섬세한 인물 묘사, 그리고 에도 시대의 생생한 묘사가 어우러진 소설이다. 복수극이라는 강렬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한다. 잔잔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찾는 독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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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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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에서 인스타그램까지, 우리는 수많은 셀카를 경험한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 어디에서든 셀카를 찍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하철, 카페, 심지어 길을 걷다가도 말이다. 이런 셀카 문화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두드러지는데, 이런 현상을 두고 나르시시즘의 만연이라 말하기도 한다.

사회학자 황의진은 <빈틈없이 자연스럽게>에서 이 현상에 대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신을 찍는 여자들은 나르시시스트인가?” 저자는 여성들의 셀카 문화를 단순한 자기애의 표출이 아닌, 복잡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셀카를 찍는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시작으로, 여성들이 사진의 주체로 변모하는 과정, 셀카를 찍는 감정과 순간, 그리고 셀카의 위험성과 소통 도구로서의 기능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를 통해 저자는 셀카 문화의 다층적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2장 ‘피사체에서 일상의 촬영자까지‘다. 이 장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에 사진 기술이 도입된 19세기 말부터 셀카의 전성기라 부를 수 있는 2000년대까지의 시간을 훑는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과거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셀카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의 전반에 대한 사유를 펼친다.

존 버거가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말했듯이, 여성과 남성 간의 불평등한 젠더 구도가 회화와 사진에도 구조화된다(37쪽). 이로 인해 바라보는 자(사진가)와 바라보이는 자(피사체) 사이의 권력 차이가 발생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이런 차이를 없애버린다. 남이 나를 찍던 과거에서 나 스스로를 찍는 현대로 오면서, 약자의 위치에 놓였던 피사체는 스스로 사진을 찍음으로써 자신으로서의 권리를 되찾는다. 책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빈틈없이 자연스럽게>가 주는 시사점은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셀카는 이제 단순한 사진을 넘어 자기표현과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동시에 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을 대변한다. 또한 SNS에 자기 사진을 게시하면서 맞닥뜨리는 많은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도 한다. ‘자신의 모습을 공유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과 ‘너 좋으라고 올리는 것 아니다‘라는 주장의 대립은, 어느 쪽도 완벽하게 선택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에 우리를 놓이게 한다. 물론 사진을 찍는 이의 주체성을 생각하면 후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셀카 문화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길거리에서 셀카를 찍는 이들을 볼 때마다 ‘저들은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 그것이 바로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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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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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가 오랜만에 정치 비평서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은 그동안 유튜브와 언론 민들레에서 펼쳐온 그의 정치 관련 이야기를 한데 모았다. 언제나와 같이 유시민의 예리한 시각이 담긴 이 책은 현 정부와 정치현실을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한다.

책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이하 윤통)이다. 유시민은 2년 동안의 윤통의 정치적 행보를 분석하며 그의 리더십 스타일과 단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윤통을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고 아는 게 거의 없으면서도 모든 것을 안다고 확신하나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27쪽). 그는 이러한 무지와 고집이 국정 운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설명한다.

저자의 비판은 윤통 개인에 그치지 않고, 현 여당과 언론의 문제점도 짚어낸다. 권력에 편승하는 여당의 무능한 대응과 언론의 행태를 지적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혼란, 탈이념 등을 걱정한다. 최근의 이진숙 청문회 사태를 보라. 진짜 문제 투성이다.

저자는 윤통의 세 가지 선택을 제시한다. 자진 사퇴, 협치, 대결. 이중 자진 사퇴가 윤통 개인이나 국가 전체에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개인 성향과 정치적 역량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가장 낮을 것이다. 최악의 선택지를 고름으로써 권력을 휘둘러 국민과 대결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 예측한다.

3년차 대통령. 임기 내내 여소야대를 겪으며 정치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 있는 그. 평생 검사로 살아와서 흑백논리의 사고방식으로 모든 이들이 선과 악으로 명확히 나눠진다고 생각하는 그. 그래서 국내 국외 정치에서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칼같은 선긋기를 하는 그. 무엇이 정답일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시간을 견디는 우리는 조금 힘들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마음에 희망을 담고 묵묵히 우리의 소리를 관철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에 관심 있는 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도 좋겠다. 단, 정치권에서의 내로남불을 극도로 싫어한다면 5장(이재명, 조국, 민주당) 부분은 어느정도 감안하고 읽기를 권한다. 나는 ‘불완전한 선’을 위선이라고 욕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대선에서 많은 이들이 위선이 싫다고 악을 선택한 것은 꽤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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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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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스타 서평가로 이름을 날린 김미옥 작가의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를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써온 서평들 중 일부와 함께 독서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 에세이를 한데 모았다.

통상적인 서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딱딱하고 분석적인 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독서록에 가깝다. 각 글마다 형식이 다르고, 책을 소개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어떤 글에서는 책의 내용을 상세히 다루고, 또 다른 글에서는 책을 매개로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펼쳐낸다.

엄청나게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쩌면 이런 점이야말로 좋은 글의 핵심 요소가 아닐까?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 그것이 바로 이 책이 보여주는 글쓰기의 진수다.

저자의 폭넓은 독서 스펙트럼이 눈에 띈다. 소설, 시, 에세이는 물론이고 인문, 역사, 미술, 심지어 과학 분야의 책까지 아우르는 그의 독서 이력은 감탄을 자아낸다. 75편의 글이 소개한 작품 중 내가 읽어본 책은 손에 꼽는다. 사실 대부분의 책들이 처음 듣는 제목들이다.

저자의 독서록을 읽다보면 나의 좁은 독서 세계를 돌아보게 된다. 이만큼 무지한 삶을 살았구나 하며 슬프지만, 세상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멋진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독서를 그만두기에는 이 세상에 재미있고 가치 있는 책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책을 읽다보면 깨닫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책 중 몇 권을 보관함에 넣어뒀다. 나중에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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