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열린책들 세계문학 19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재혁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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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


  오랜 기간 동안 붙잡았던 책이지만 예상했던대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고전 소설 독해에 어려움을 표했던 나이기에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쿤데라가 극찬했던 카프카의 아름다움은 온데간데 없었고 그저 텍스트를 읽기에 바빴다. 독서 수단을 가리지 않아야 진짜 독서인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고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자책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이번만은 그 매체애 대한 불만을 말해야 하겠다. 사람은 전자책을 읽을 때 50% 밖에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독서를 통해 충분히 실례를 추가하였다. 사실 <거장과 마르가리따>도 그랬던 적이 있었으므로 앞의 가정은 진짜인가보다. 독서 매체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텍스트를 읽었으나 그 내용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건 능력부족인 게 분명하므로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없을 듯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보면서까지 느껴지는 답답함은, 요제프 K가 기소당한 이유를 끝끝내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잠에서 깨어나자 자신이 소송에 휘말렸음을 알고 무죄를 논한다. 법정에 서서 법정과 법관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항변하고 시스템을 비판한다. 은행에서 성실히 일하는 모습에서도 그에게 큰 잘못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누가 그를 고발했고 그는 법정에서 소송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소송에서 벗어난다는 말은 무엇인가. 자신이 무고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죄가 없음을 증명하려면 증거가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지은 죄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독자는 커녕 요제프 K조차 그 죄를 모른다. 요제프 K는 시스템에 대해 비꼬고 비판하지만 그것은 '죄가 없음'과는 원론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잠에서 깨어났는데 형사가 들이닥쳐 당신을 체포한다고 가정해보자. 다짜고짜 당신은 기소당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기소당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때부터 우리는 끝없이 상상하게 된다. 어릴 때 친구 지갑을 슬쩍했던 게 화근이 되었을까? 몇 년 전 심하게 놀린 친구가 복수하겠다고 이제 와서야 나를 신고한 걸까? 어제 저녁 식당에서 돈을 내기 싫어 국에 머리카락을 넣고서 주인에게 따져 밥을 거저 먹은 게 들킨 걸까? 머리속은 복잡해지고 혼란스럽다. 형사에게 자신이 신고당한 이유라도 물을라치면 '알아서 잘 생각해보셔'라고 매서운 눈으로 말한다. 도대체 뭐지, 뭐가 문제지. 끝없는 압박 끝에 양심에 가장 찔리는 '죄'를 고백한다. (금주라고 외치고 다녔는데 사실 어제 맥주 한 잔을 마셨어요. 용서해주세요!) 그러면 형사는 옳다구나를 외치며 유죄를 말한다. 그럼 그렇지, '그 일'은 역시 너무나 큰 죄였어. 그러니까, 이 상황은 자기 자신이 죄를 알아서 토해내는 구조이다. 애초에 죄가 있어야 소송이 존재할 수 있지만, 소설 <소송>에서는 '소송'이 죄를 만들어낸다. 자기고백적 성찰이 담긴 죄의 고해가 부르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부류의 소송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잘하라고 식의 스크루지의 꿈이 아니란 말이다. 능력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부장까지 승진한 K가 자신의 직장에서 자신의 일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소송에 집착하고 일상적 삶마저 철저히 파괴되는, 생에 있어서 죄악에 가까운 일이다. 원죄의식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타인을 피폐하게 만드는 교활함이란!


  벌레로 변했음에도 직장에 나가지 못함에 걱정하는 K,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소송에 맞써 싸우는 K, 고용되었지만 어디서 일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K까지, 카프카는 자신의 분신을 통해 무얼 그리 말하고 싶었을까. 사회의 부조리함? 시스템의 경직성? 산업화에 대한 경각심? 텍스트를 보는 눈이 낮아 쉽사리 정의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언뜻 느껴지는 불편한 감각을 감히 '카프카적'에 빗댈 수 있다면, 카프카를 다시 읽고 싶다. 많은 작품이 미완성작으로 남아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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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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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


  우리에게 완벽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아무 걱정 없이 평온한 상태이다. 작년 여름, 계곡으로 피서를 가서 극강의 평온을 누리고 왔다. 도시는 35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해맬 때, 휴대전화 전파도 잡히지 않는 산골짜기는 시원한 바람이 조용히 흘렀다.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해지는 유럽의 어느 도시처럼, 마당 한가운데 큰 나무 아래 그늘진 평상에 누워 있으면 그때만큼은 나는 여름에 존재하지 않았다. 동생들은 계곡에 내려가 물장구를 칠 때 나는 평상에 드러누워 초록 햇빛을 받으며 글을 읽어나갔다. 낮이 시원한만큼 밤은 추울 만한데, 그렇지 않았다. 다만 불빛을 향해 날아드는 날벌레만 조심하면 됐다. 모기장 안에서, 이젠 전화기보다는 랜턴으로 쓰이는 휴대전화로 불빛을 비춰가며 한 글자 한 글자씩 더듬었다. 수많은 나뭇잎 사이로 비춰오는 햇빛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육각으로 변하는 마법을 부렸다. 오직 '밝다'라고 인식하는 빛은 자연과 인공의 필터를 통해, 내 능력으로는 표현하기 부족한 스펙트럼을 뿜어댔다. 늘어지게 자고, 늘어지게 책 보고, 다시 늘어지게 자고. 3일의 여유 동안 7권의 책이 쌓였다. 26년 중 가장 완벽한 날들이었다.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철학자와 늑대>가 떠오른다. 인간은 죽음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직선에 사는 존재이다. 반면 늑대를 비롯한 동물에게 시간은 순간의 점에 불과하다. 우리는 시간의 끝에 죽음이라는, 모든 것을 파멸시키는 것이 있음을 안다. 그러기에 인생의 끝의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끝없이 목표를 만들고, 목표를 달성하면 다른 목표를 만든다. 죽을 때까지 목표만을 가지고 사는 우리기에, 사실 진정한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죽기 전에 목표를 이뤘다고 하면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죽기 전의 사람은 가장 약하다던데, 바라던 목표가 지금 이루어졌다는 말은 그 목표가 평생 걱정했던 것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 목표 달성이 인생의 평생 과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걸 이루고보니 인생이 비참해지더라! 이러나 저러나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다. 반대로 가정해보면 이 아이러니가 조금은 풀릴지도 모르겠다. 가장 원대한 목표였던 '목표 달성'이 사실 가장 최악의 상태라면, 바닥에 내팽겨쳐지고 짓뭉개지고 패배감을 잔뜩 느끼는 때가 사실 가장 최상의 상태, 즉 완벽한 때는 아닐까? 자신이 아직도 많이 모자라다는 것을 깨닫고 성장할 수 있는 '무언가'를 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항상 성공해야만 하고 행복해야만 한 것은 아니다.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함박웃음을 지을 때가 아닌 행복도 불행도 아닌 어중간한 곳에 둥둥 떠다니는 때가 있다. 이런 감정을 처음 느낄 땐 사실 불안할지도 모른다. 느껴지는 온갖 감정이 합쳐져 결국 무채색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밝은 빛을 추구하는 우리의 본성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무마하려 한다. 허나 이미 언급했듯이 직선을 사는 인간에게 행복은 허상의 개념이다. (개념 자체가 이미 허상이긴 하지만!) 주변의 모든 것에서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그 순간은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물고 존재의 차이마저 없앤다. 그로 인해 자신이 전체에 포함되어 있음을 깨닫고, 오히려 전체에 속박된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기쁘게 느껴진다. 한낮의 여름, 그늘 아래에서 사람과 바람과 활자는 하나가 된다. 자연을 받아들이고 그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자연에 비해 아직 덜 성장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보며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을 때 우리는 거대한 존재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는 최악의 상태에 맞닥뜨리고, 이는 곧 우리가 완벽한 상태로 한발 나아감을 체험하는 때이다.


  내가 내뱉는 숨은 대기의 일부분이 되고, 대기는 온갖 생명을 잉태시키며 그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위해 자신을 비운다. 비록 인간이 자연에 종속된 존재라 할지라도 자연을 느끼며 완벽에 가까워지는 순간만큼은 인간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 하나는 전체, 전체는 하나라는 명제는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다른 존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그릇마저 비울 때, 우리는 진정 경이로운 존재가 된다.



* 책의 글 중 감명 깊게 읽은 '흐름'과 '완벽한 나날'을 떠올리며 짧게 써보았다. 감상이라기보다는 일기가 되었지만, 어쨌든. 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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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책읽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젊은 날의 책 읽기 - 그 시절 만난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시계를 바꿔놓았다
김경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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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


  책에 관한 책은, 내게 애증의 존재와 같다. 아는 책이 나오면 익숙한 내용과 다른 해석의 묘미를 준다. 모르는 책이 나오면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맹점이 있다면 전자는 '아니, 이런 해석을?'이란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해석이 그 텍스트에만 정체되기 마련이다. 후자는 안 읽은 책이어도 왠지 다 읽었다는 느낌이 든다. 독서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텍스트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다른 이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전형적인 답을 받아들이게 되고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책에 관한 책의 최대 단점이다. 단점을 전복시키려면 꽤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전반적으로 생각되는 해석들을 일일히 나열해야 하는데, 이 또한 해석의 양만 늘어날 뿐 해석의 양만큼 상상력과 해석력을 제한하는 건 마찬가지다. 결국 저자가 내놓은 해석을 '그냥 그렇구나'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다. 우리는 생각보다 남이 내주는 결론에 기대어 살기 때문이다. 매체가 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단점 하나를 더 꼽자면 항상 플러스적인 감상만 늘어놓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젊은 날의 책 읽기>도 이점은 피해가지 못한다. 책의 집필의도가 '읽기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담기지 않으면 책이 아주 재미가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할 것이다.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국어국문과 출신 저자가 젊은 날을 지나며 겪은 책들에 대해 풀어낸다. 36권의 책이 주는 유익함에 대해 글을 쓰니 좋은 평 일색이다. 책을 펴자마자 다 읽었다, 한 줄 읽자마자 정신이 번쩍 나서 자세를 바로하고 책을 읽어나갔다는 둥의 표현은, 다소 오버가 섞여 있지만 책이 주는 번뜩임을 표현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인정한다. 다만 그것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오로지 긍정적인 에너지만 있는 이 책이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런 면에서 장정일 작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 균형을 잘 잡은 듯하다)


  착하고 좋은 얘기만 가득한 것이 책의 단점이라면, 책을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고전이나 옛날 책,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스테디셀러엔 못 미치더라도 많은 이들이 좋다고 말한 책을 소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체적으로 보아도 어려운 책은 많이 보이지 않고 고전소설부터 현대 만화까지 책의 스펙트럼이 넓다. 책을 많이 읽었던 독자에게는 '이런 책이 있었지'라며 그때를 회상시켜줄뿐 아니라 책을 다시 집어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에게는 독서목록을 작성하는 데 꽤나 도움이 될 듯하다. 책 장르 한계상의 아쉬운 점이 많지만 소개목록이 아쉬움을 메운다.


덧. 2/3 정도는 읽어본 책이다. 헌데 저자의 글을 읽고서는 그 책들을 다시 펴고 싶어졌다. 고전은 '전에 읽은 책'가 아니라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다시 읽기는 단순히 텍스트를 여러 번 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또 다르게 읽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고전뿐 아니라 모든 책이 그렇지 않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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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전쟁 - 금융회사에 털리고 정부에 속는 직장인들을 위한 생존 경제학
원재훈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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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한때 10억 벌기가 유행한 적 있다. 10억이라니, 도대체 얼마만큼의 돈일까. 연봉이 5,000이라고 가정하고 죽어라 모으면 한 3,500 정도 모을 수 있으려나. 그짓을 30년 넘게 해야 한다. 월급이 오르겠지만 그동안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화폐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높지 않다. 10억이 30년 후에도 변하지 않고 10억 그대로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적어도 30% 정도는 까일 거라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는 성장한다는데 왜 우리 월급쟁이 삶은 이리도 박복한지, 아무리 절약하고 절약한대도 돈이 얼마 모이지 않는다. 온갖 컨설팅을 다 받고 자신의 재무표도 만들어보지만 목표로 하는 돈을 모으기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 인내가 필요하다. 단순히 먼 미래를 볼 게 아니라 당장 월급통장의 입출금 내역만 봐도 한숨만 나온다. 요새 월급은 통장에 잠시 머물렀다 다시 떠나버리는 존재이다. 이미 세금이 빠진 상태로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며칠 뒤 카드사와 보험사가 휙 채간다. 그러면 오 마이 갓, 이 돈으로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미래를 위해 저축까지 하라고? 개소리다.


  취직하기 전, 나름대로 미래의 제정상태를 예측하여 저축계획을 세웠다. 한참 제태크책을 뒤져봤다. 적금은 1년 단위로 많은 금액, 적은 금액으로 분산해서, 보험은 이렇게 저렇게 해서 절대 속지 않도록, 펀드는 어디서 정보를 얻어 신중하게 투자하라는 둥 많은 말을 들었다. 사회생활을 한 지 정확히 1년만에 그때 읽은 책들은 다 헛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제태크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돈을 대하는 태도였다.


  나라에서 걷어가는 세금은 이미 우리가 손댈 수 없는 분야이다. 경제정책이 중산층 위주가 아닌 고위층 위주로 짜여졌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손해본다. 이쪽은 건들기 힘드니 그저 비판적인 눈을 번뜩이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진실과 거짓을 꿰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윗대가리들을 감시해야 한다. 정치는 결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매일 마트에 가서 사는 물품 하나하나가 정치에 관여돼 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지수는 항상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과 판연히 다르다. 그들이 말하는 물가지수는 그 항목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금가격기 상승하자 '11년에는 금항목을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빼버렸다. 항상 의심하며 한번 더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한 점이다. 발표되는 물가지수보다 자신만의 물가지수를 만들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공적인 부분은 됐고, 사적인 부분으로 넘어가보자. 월급쟁이가 된 지 세 달쯤 됐을 때 친한 몇이서 단체로 상담을 받았다. 제태크에 대해 공부를 조금 한 상태여서인지 컨설턴트는 내 절약하려는 습관(이라기보단 계획이었다. 실제로 절약은 불가능했다)을 한껏 칭찬하고는, 아직 보험에 들지 않았다는 걸 듣고서 변액보험을 추천했다.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매달 50만원씩 불입 후 3년만 지나면 불입 금액이 2배로 늘어난다. 의심이 들었지만 워낙 말이 청산유수여서 홀딱 넘어갔다. 혹해서 그 능구렁이 같은 말에 속아넘어갈 뻔했다. 추천해준 보험 상품은 30년 만기로 평생 상해보험과 생명보험을 보장한다. 상해보험을 그렇손 치더라도 생명보험은 아직 20대 중반 남자에겐 전혀 필요하지 않다. 젊을 때 들어야 싸기 때문에 이득이다라는 보험사의 말은 죄다 거짓말이다. 사망 시 2억을 준다고라? 60세에 사망한다고 하면, 30년 후의 2억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물론 그때도 큰 돈이겠지만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2억'의 가치만큼은 아닐 것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의 잠재적 가치를 죽여버리는 일이 된다.


  우리 월급쟁이를 속이는 꼼수가 많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자기만 자책할 때가 많다. 그리고 죽어라 일하고 월급 받고 소비하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망하고 돈 없다고 한숨만 내쉬고, 이것이 반복된다. 요는, 우리가 크게 잘못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 털리고 정부에 속는 직장인들을 위한 생존 경제학'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우습게도 돈을 불리는 제태크가 아닌 지(知)테크를 말한다. 우리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번 돈이 쓸데없는 곳으로 나가는 건 아닌지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하려면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이게 정말 필요한 투자인가, 지금이 적기인가를 따져서 뚜렷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돈을 쌓으려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자기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함과 동시에 전체적인 경제 시류를 알아챌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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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보급판 세트 - 전7권 (반양장)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이미애 외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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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뭐니해도 반지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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