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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2 - 군주의 자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평점 :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바다에서 보내던 때가 가장 아름다웠기 때문에, 중국까지의 여정에 갖가지 음모와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해도 무척 기대되었다. 그러나 영국에서 중국까지 장장 8개월에 걸친 항해를 해야 한다고 하니, 혹시나 지루하고 따분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이런 나의 우려가 부끄러울 정도로 볼거리가 가득하고 전투신이 강화됐다. 특히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예상치 못한 기습이나 거대한 바다뱀의 공격, 타타르 인 산적들이 로렌스 일행의 숙소를 습격하는 등 전편에서 빈약했던 전투신을 보상하려는 듯이 육·해·공을 넘나들며 쉴새없이 공격이 쏟아져 나왔다.
세 번의 전투는 성격 면에서도 상당히 다르다. 프랑스의 기습은 긴박했고, 바다뱀의 공격은 불안했고, 산적들의 습격은 처절했다. 모든 전투가 규모나 능력 면에서 로렌스 일행이 불리했기 때문에 손에 땀을 쥐고 볼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얼리전스 호에서 해군과 공군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고, 중국인들이 거만하고 무례한 태도로 영국인들을 대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용싱 왕자는 로렌스를 회유하거나 강경하게 대하면서 협상에 이점을 취하려 하였고, 테메레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중국어를 가르쳐주고, 중국 요리를 대접했다. 그리고 용싱 왕자의 지시로 로렌스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두 차례나 있었다.
온갖 위협을 물리치고 도착한 중국은 테메레르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볼거리가 가득했다. 이국적인 풍광과 고요한 정취, 화려한 연회식이 눈을 빼앗고, 용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생활 방식이나 같은 핏줄로 연결된 가족들과의 조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암컷 용은 테메레르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로렌스는 테메레르가 중국에 남겠다고 하면 승낙하기로 결심하지만, 못내 아쉽고 섭섭한 마음이 든다. 거기다 용싱 왕자의 음모가 표면에 드러남에 따라 로렌스와 승무원들을 위협하는 강도가 더욱 거세지고, 멀리 떨어진 중국에서 어느 누구를 믿어야할지 경계와 의심을 풀지 못한다.
테메레르의 친구인 릴리와 막시무스가 적게 등장해서 아쉬웠지만, 책에 실리지 않은 에피소드로 인해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었다. 거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버클리 대령이, 갑자기 전투에 참여하게 된 로렌스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냐'고 묻자, "곧장 지옥으로 가고 있지요, 하하!"라고 대답하며 잊지 못할 명대사를 들려주어 재미있었다. 이번 편으로 인해 서양 용과 동양 용의 관습적인 차이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다음 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형제의 나라, 터키의 이스탄불로 향한다니, 동·서양의 사이에 놓인 터키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