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연애소설에서 오래된 연인의 경우엔 상대에게 반한 장점이 시간을 지나면 단점이 된다고 하더군요. 이 작품에서도 장점은 단점이 되고, 단점은 장점이 됩니다. 이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반전이랍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반전이 대단하다는 작품을 만날 때면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볼까,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저만 그런가요? 거기다 반전에 놀라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까지 다지고 작품에 임하니 작가는 그런 독자를 배겨낼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 요즘 독자들은 눈이 높아져서 웬만한 반전엔 놀라지도 않죠. 사실 반전을 인지하고 작품에 임하는 자세는 어느모로 보나 공정한 플레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작품을 읽다가 반전이 있음을 눈치챘다면 모를까, 이런 반전이 전개되겠군 머리 굴려가며 예상하는 것은 작품의 재미를 격감하게 하는 것이죠. 반전에 대한 힌트라도 될까봐 역자 후기도 미뤄두고 읽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저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며 반전에 대한 추리를 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작품에 임하실 분이라면 부다 반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읽길 바랍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반전>이 아니라 <통곡>이니까요. 작품은 홀수 장과 짝수 장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홀수 장에서는 '그'라고 지칭되는 한 남자가 가슴이 뻥 뚫린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신흥 종교'에 빠져드는 내용이고, 짝수 장에서는 사에키 수사과장과 간혹 오카모토 경부보의 시선으로 '연속 소녀 유괴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홀수 장은 '그'가 '마쓰모토'란 사실을 나중에 알려줄 정도로 모호하게 시작합니다. '그'가 어떻게 상실감을 얻었는지 독자는 추측할 뿐입니다. 그렇게 두 이야기는 서로의 접점을 향해 결말로 치닫습니다. 종교에 그리 감흥하지 않는 저로선 신흥 종교에 빠져드는 그의 모습이 쉽게 수긍이 가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상실감을 위로받으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반전에 대해 주제넘게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댔지만, 반전을 알았다 할지라도 약간의 어지러움을 동반하고 숨이 멈추게 하는 반전입니다. 시종 절제된 문장과 잔잔한 어조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의 문체 덕분에 그러한 효과는 배가됩니다. 이로써 비로소 이 작품의 제목이 <통곡>이라는 사실이 새삼 머리를 강타하고 가슴을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