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1 - 왕의 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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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메레르]를 만나게 된 계기는 판타지 장르가 내가 가장 애정을 쏟는 장르이고, 무엇보다도 '톨킨'의 [반지의 제왕]을 성공적으로 재현한 피터 잭슨이 영화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으로 육지에서의 전투를 봤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으로 해상에서의 전투를 봤으니, 눈부신 공중전을 다룬 영화를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웬만하면 차갑고 딱딱한 전투기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용'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것을 판타지로 영화계에 큰 획을 그은 피터 잭슨이 맡아 준다고 하니 걱정도 덜었고, 내심 기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그가 그것을 훌륭하게 구현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미 두 편의 영화가 제작 단계에 있으니 우리가 '테메레르'를 영화로 만나려면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할 듯싶지만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영화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표현한 이유는 이 작품이 가독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실시간 시각화(?)가 가능할 만큼 정확한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배우가 '로렌스'의 역할을 맡으면 좋을지 상상해보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재미이다.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젠틀한 이미지의 영국 배우가 맡아준다면 좋겠다. 머릿속으로는 나이가 꽤 지긋한 배우를 상상했지만, 젊은 축으론 '크리스찬 베일'도 은근히 잘 어울릴 것 같다.

 흐흐, '내 멋대로 캐스팅'으로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했다면 이제 작품의 배경이 되는 내부적인 구조를 살펴보자! 나폴레옹 시대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관심과 해박한 지식으로 작품의 배경은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초이다. 프랑스의 영국 침략을 단념시킨 '트리팔가르 해전'을 비롯해 용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시도했을 법한 '도버 전투'까지 이어진다. '테메레르'가 알에서 갓 부화한 용이란 점에서 실제 전투하는 장면보다는 훈련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지만, 오히려 전투신 보다는 로렌스와 바다에서 보내던 시절을 더 아름답고 즐겁게 그린다. 그렇게 저자는 나폴레옹 시기의 전쟁사라는 [역사적 요소]에 '용'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결합하여 훌륭한 '대체역사 판타지물'을 탄생시켰다.

 캐릭터의 성향에 있어서도 '테메레르'는 여타의 판타지 소설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동생은 '테메레르'가 너무 용같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내 경우엔 알에서 방금 깨어난 용이 귀염성도 더러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았다. 만약 '테메레르'가 여타의 판타지 소설에서처럼 신(神)격화되어 위대하거나 거만하게 그려졌다면, 마찬가지로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 해리와 결투한 용처럼 덩치만 크고 멍청하게 그려졌다면 나는 이 소설을 절대 읽지 않았을 것이다. 간혹가다 로렌스의 말을 거역하기도 하고 로렌스를 걱정하기도 하는 모습이 보기좋게 그려졌다. '테메레르'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용과 비행사들(랜킨 대령은 제외)이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는 모습이 정말 따뜻했다.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편집도 훌륭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라 하면 초반에 캐릭터 설명에 줄거리의 대부분이 드러난 것같아 아쉬웠다. 이를 테면, 누군가의 배신이나 죽음같은 장면은 핵심적일수도 감동적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2권에서는 캐릭터 설명 부분을 간략하게 줄였다. 생각해보니 1권에서 그러한 캐릭터 설명 덕분에 캐릭터의 성격을 쉽게 인지하고, 2권에 들어갈 수 있어서 도움이 된 점도 분명 있었다. 2권에선 로렌스와 '테메레르'를 떼어놓기 위해 중국 황실까지 가세한다고 하니 여러모로 기대된다. 나는 이 시리즈가 올해 완결된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의 빈자리를 채워줄 거라 생각하고, 이 소설을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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