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은 작년에 출간되어, 올해 '제20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였다. 나와 그녀가 올해만 8번째로 만난 작품으로, 꼬박 나흘간 읽고 하루 동안 정리하였다. 읽는 내내 별점 세 개 이상은 주기 어렵겠구나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카타르시스]를 느낄 정도로 후련하다. 원래는 책을 읽기 전에 다른 이의 리뷰를 참고하는 성격이 아닌데, 워낙 복잡하고 난해한 내용에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리뷰가 줄거리 요약 불가능, 임의의 해석에 맞춰져 있어 스스로 부딪쳐 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더 후련하고 기분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이 책을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그래서 이 리뷰 안에서는 내가 책을 읽으면서 그토록 찾아 헤맸던 약간의 팁Tip을 선물하기로 한다. 이 리뷰를 읽고 책을 읽을지는 본인이 선택하길 바란다. 우선은 [극본의 지문]에 주목해야 한다. 희곡에서 지문의 역할은 배경이나 효과를 나타내는 부분이라 가볍게 여기고 넘어갈 심산이겠지만, 여기서는 '극'과 '극중극'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극본가]는 자신의 이야기도 다른 사람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처럼 말할 수 있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극본가는 연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도 유의하자.
 
 극본가나 작가, 모두 자신의 작품에 [자신과 닮은 인물] 혹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인물]을 등장시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이 [호텔 정원에서 4]에 등장한다. '그'는 '웰 메이드 플레이(Well made play : 잘 짜여진 극)'를 집필할 결심을 하는데, 그게 이 책을 집필하는 온다 리쿠의 다짐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나는 [하얀 어둠]이나 [밝은 고독]같은 단어를 쓰는 그녀의 글이 좋다. 책장에 들어갈 공간이 없는데도 구매해서, 어쩔 수 없이 서랍에 넣어둔 [그녀의 세트 도서]를 아직 다 읽지 않은 마당에 그녀를 비난하거나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이 작품은 그간 그녀가 보여준 [복잡함]을 넘어서서 [난해함]의 절정에 이르렀지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의 영광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연극의 막판에도 밝혀지지 않은 의문이 있다. 여배우들이 궁금해한 [옆집 여자가 검은 비닐봉지를 쌓아두는 이유]나 [구스노키의 남편의 존재 여부]같은 것들이 있고, 내가 궁금해한 [연극 밖에서 가미야 가세이의 위치]같은 것이다. 함께 무대에 오르고 어느 순간 사라진 이 얄궂은 극본가는 무대 너머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도 독자에게 당신은 극을 관람하는 [관객]이며, [인생이라는 무대]에 오른 [배우]임을 인지시킨다. 그리고 [현실]과 [극]을 거울처럼 마주하며 [배우]와 [관객]과 [독자]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것이 [그녀만의 매력]이 아닐까. 정확히 무엇이라 할 수 없지만, 모호한 경계에 숨겨진 매력.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란 타이틀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제 서재에 대강의 줄거리를 공개했습니다. 극적인 부분은 자제하려고 노력하였으니, 책을 읽는데 의문이 많아 참고하고 싶으신 분은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이상의 리뷰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는 혹시나 모를 스포일러의 이유 때문이니 이해바랍니다. 모쪼록 즐거운 독서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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