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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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렌트』의 원제는 '娼年'이다. 너무나 줄거리가 확 보이고, 비교적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지 않는 원제를 버리고, '빌려주다'는 의미의 'Rent'를 제목으로 차용했다. 이 책의 부제인 '스무 살, 그해 여름 나를 사로잡은 달콤한 미열'을 보고 떠오른 책은 전경린의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이었다. 그 책을 읽은 시기도 여름이었고, 주인공 '수련'과 마찬가지로 내 나이도 스무 살이었다.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은 이제는 나이가 든 화자가 자신의 스무 살 시절을 돌이켜 본다는 점에서, 현실의 화자가 자신의 스무 살을 보여주고 있는 『렌트』와 다르겠지만, - '회상'을 통해 그린 스무 살은 그 애틋함 때문에 더욱 미화되었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스무 살이었던 '나'는 전경린의 소설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고, 결국은 해답을 못 구하고 끝내버린 아쉬운 책이었다.
 
  이 책도 그것과 틀리지 않는다. 이시다 이라의 섬세한 묘사와 간결한 문체는 '여성들의 욕망이 얼마나 깊고 넓고 다양한'지는 효과적으로 보여주지만, 정작 주인공인 '료'에게는 '미도 시즈카'가 보이는 서늘한 시선만큼이나 무감하게 일관한다. 거의 후반부까지 '료'는 자신의 미래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기회를 놓인다 해도 상관없고, 선택의 순간 마음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철없는 스무 살의모습이다.
 
 이 때까지 주인공 '료'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에 나왔던 한 구절이었다. "스무살이 인생이 되게 하지는 말아라. 스무살은 스무살일 뿐이야. 스무살을 삶으로 끌고 가지 마라." 그러나 마지막 순간 '료'는 자신의 자아를 확인하고,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미래를 선택한다. 스스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여름이라 했지만, 그의 마음 속에선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우린 그것을 '성장'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성장 소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욕망의 다양성'을 말한다. 그리고 그 '욕망'이 새롭고 낡은 것도 없는 뿐만 아니라, '옳고 그름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작가는 "욕망의 비밀은 그 사람의 상처 입은 부분이나 약한 부분에 몰래 숨어 숨 쉬고 있다"며, 섬세하고 평범한 '료'에게 그녀들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게 하고, 보듬어 주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한다. 그건 그가 '보통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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