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 영화감독 21인의 비밀 수업
로랑 티라르 지음, 조동섭 옮김 / 나비장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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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makers' Master Class
영화란 무엇인가?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란 제목은 저자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존 부어맨이 말한 "잠깐만. 여기서 내 비밀을 다 훔쳐가잖아!"에서 차용한 것이다.
흔히 생각하기에 '훔치다'라는 행위는 부정적인 느낌을 주게 마련이지만,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훔치는 것'의 정당성을 주창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리라.
 
각 개인을 500쪽짜리 책으로 전달해도 부족한, 21인의 거장들을 한 권에 담았다.
영화를 대하는 방식은 21인 21색이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가장 좋은 영화 수업은 촬영 현장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빔 밴더스'는 두 가지 방식을 알려줬는데, 하나는 '영화 평론'을 쓰며
깊이있게 분석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위대한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방식과 다른 감독의 방식을 비교해 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을 위해 영화를 만들라'는 것이다. 자신이 첫 번째 관객이 되어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 말은 관객을 무시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이 즐겁게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 또한 즐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자신의 직관을 믿고 본능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재능이 있는 감독에게만 해당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다른 것은 분명하다. 어떤 감독은 촬영 전에
꿈에서 원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어떤 감독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
 
내가 볼 때, 이것은 '유연성'을 의미하는 것 같다. '장 르누와르'의 조언처럼,
"촬영장 문을 항상 열어 놓아야 하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까."
 
영화는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촬영장에선 예상치 못한 일들이 가득하다.
이 때, '유연성'을 지니고, '본능'에 따라 결정하면 촬영장은 '마법'으로 가득해진다.
(감독에 따라, '본능'은 직관, 즉흥, 우연, 돌발사고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순간의 '마법'을 위해 '여유'를 많이 남겨 두는 것이다.
 
네 번째는 '배우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배우를 믿고 맡기란' 것이다.
'우디 앨런'의 말처럼, '재능 있는 사람을 기용해서, 그 사람이 잘 하는 일을 하게 놔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팀 버튼'은 '캐스팅을 잘 마쳤으면, 배우에 대한 감독의 역할은
90퍼센트가 끝났다'고 한다. 감독은 연출의 일인자, 배우는 연기의 일인자인 셈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몇몇 감독은 자신이 든 카메라를 '또 하나의 배우'라 생각하는 점이다.
일명 '카메라의 눈'이랄까. 그렇다면 카메라에게도 출연료를 지급해야 하는 건 아닐까.
 
다섯 번째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새로움은 기본에서 출발하라'는 것이다.
'시드니 폴락'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면, '테크닉이 아니라 이야기에서 도전하라'고 한다.
'경험이 쌓일수록 연출을 많이 하지 않는 게 더 좋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도 한다.
 
고전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세 명의 거장들의 공통점은 '겸손함'이다.
영화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영화를 모르겠다고 하거나,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똑같은 영화를 평생 만들어 왔다고 한다.
 
사실 난 '영화 매니아'가 아니다. 오히려 시각 효과만 득실한 영화를 혐오하는 편이다.
이미지가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세상에서 '영상물'보단 '활자물'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래서 이 책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 사실을 밝히는 이유는 이 책이 영화를
모르는 이도 이해할 수 있고, 영화를 제작하는 이에겐 '바이블'로 통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영화가 사람들이 꾸는 꿈과 연결될 때 영화의 힘이 발휘된다. - 존 부어맨
내 삶으로 영화에 연료를 채워야 가장 좋은 영화는 만들수 있다. - 올리버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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