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Caramel Popcorn
그들의 달곰씁쓸한 사랑 이야기
 
캐러멜 팝콘, 달콤한 캐러멜 코팅을 혀로 살살 녹여가면
어느 순간 조금은 쌉싸름한 옥수수 맛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의 맛은 캐러멜의 달콤함보다는 옥수수의 약간 씁쓸함이랄까.
 
이 책의 원제는 <양지:ひなた>라고 한다. 번역판인 <캐러멜 팝콘>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소설에서 '캐러멜 팝콘'이란 단어는 단 한번 등장하지만, '양지'란 단어는 역주까지 포함해서
세번 정도 등장한다. 이쯤에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왜 <캐러멜 팝콘>이라 지었는지.
물론 위에 말한 <캐러멜 팝콘>의 이미지도 이 소설과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모든 사랑은 그늘과 양지의 경계 위에 존재한다."
 
그러나 이 문장을 통해서 '양지'가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주요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가장 문제적인 두명만 거론한다. 오지 고이치와 게이코 부부이다.
레이의 열등감이나 나오즈미의 출생의 비밀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말할 수 있으나,
이 둘은 아직도 위태롭기만 하다. 자신의 그늘을 유지시키고 싶고, 서로의 양지도 지키고 싶다.
 
남편 고이치는 아내의 잦은 야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던한 남자이다.
그리고 아내 게이코는 다나베에 대한 고이치의 감정을 알고도 모른 척한다.
함께 살고 있지만 따로 사는 것 같고, 혼잣말 같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아내는 외로움을 일로써 풀어보려 하지만, 예전만큼 일에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예전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아내는 자기 어머니의 외로움을 이해한다.
 
"도노라는 남자는 만나면 만날수록 싫어지는 사람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싫어져야 나는 이 남자와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까.
만나고 싶어도 필사적으로 참아내는 것과 만나고 싶지 않을 때까지 상대를 계속 만나는 것은,
과연 어느 쪽이 남편과 가족을 더 배신하는 일일까."


그래도 아내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살고,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불륜에 대한 심경 변화도 느끼고, 자기 어머니의 외로움과 불안을 이해하는데 비해,
남편은 대책없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기는 한건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같지만, 각자의 비밀과 불안, 거짓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양지에 서고픈, 그리고 양지를 지키고픈 외로운 사람들이다.

"역시 인간의 불안은 소리가 될 수 없는 모양이야. 소리로 안 나오니까 불안한 거겠지."
                  - 뭉크의 <절규>란 그림을 보고, 레이와 나오즈미의 대화

"큰 변화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일상생활에 매듭 같은 건 없는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존재는 목적이 없더라도 이렇듯 뭔가를 이어갈 수 있는 모양이다."


평범한 이들의 삶 속에서 이렇듯 인간에 대한 통찰을 이뤄낸 작가의 역량에 감탄한다.
약간의 씁쓸함이 남아 있는 책이지만,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를 새롭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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