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The Thirteenth Tale 

늦은 나이에 데뷔한 그녀의 처녀작으로, 베스트 셀러에 오르고, 영화화가 결정된 놀라운 책이다.
"지어낸 이야기와 비교했을 때 진실이 우리에게 어떤 위안을 주던가요?"라고 묻던 '그녀'가
엔젤필드와 쌍둥이 자매, 그리고 유령의 이야기을 털어놓겠다 고백했을 때, 우리는 벌써 빠져들었다.

비밀만큼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주제가 있을까. 지어낸 이야기가 주는 환상도 달콤하지만,
거짓으로 포장된 진실을 들추려 비밀을 파헤치는 것만큼, - 이 소설에선 작가가 직접 전해 주지만,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볼 때의 흥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을까. 추리 소설의 묘미도 그런 것이리라.

간혹 씁쓸한 진실보다 달콤한 거짓이 위안을 줄 때가 있다.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숨겨진 진실이.
진실이 기반인 현실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야기를 탐하고,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책방에서 일하며, 죽은 이들의 전기를 집필하는 전기작가, '마가렛 리'에게 베스트 셀러 작가인
'비다 윈터'가 자신의 전기를 의뢰한다. 그녀는 세간의 이목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자신의 삶을 숨겨왔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한다니,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그녀의 저택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것은 엔젤필드 저택과 쌍둥이 자매, 그리고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서 줄거리의 설명은 그만한다. 독자는 '마가렛'에게 이입되어, '비다 윈터'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이야기에 맞춰서 의문이 증폭되고 차례차레 풀린다.
허나, 다른 인물들은 -마가렛 외의 그녀의 소설에서 빠진 '열세 번째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녀는 숨겨진 '열세 번째 이야기'를 "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을 신화화한다"는 문장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에 반전이 있다는 소릴 들었던 터라, 반전에 당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소설이 독자와
작가의 대결의 장(場)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일 거라 생각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비다 윈터'나
받아적는 '마가렛'만큼이나 기력이 쇠할 정도로. 다행히 반전에 패하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습지만 '유모차 사건'에서 '메릴리'라 불리던 '메리 리'가 '마가렛 리'와 무슨 관계가 있진 않을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쌍둥이를 지칭하는 주어가 복수형인 '우리'에서 단수형인 '나'로 바뀌는 시점에서
가끔 보이는 '안개 속의 소녀'도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 설마했지만.

 점점 더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진실보단 거짓이 위안을 준다는 현실에 실감하지만,
역시 진실은 전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고 기억해야 한다. 톰과 엠마에게-
쌍둥이 자매에 관한 비밀을 번역한 역자가 쌍둥이란 점이 아이러니하다. 아니, 운명이라고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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