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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일본 영화. 거기에 등장한 한 인물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기억했다. 이 책을 읽기 전 그에 대한 생각은 특이한 인물이라는 것이었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그의 특이한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화장실 청소에 대한 별난 습관을 꺼낸 부분이 그렇다. 배우로서 감독으로서의 생활을 살아가는데 있어 ‘오토바이 사고’는 그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책 앞부분과 뒤로 담겨있는데 영화와 삶과 죽음이 그의 화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 장 사이에 자녀교육과 사람간 예절과 배려, 인간 관계 문제 등을 소개한다. 그의 삶과 경험 속에서 보고 느껴온 일들은 길지 않은 문장, 짧은 호흡의 문체로 씌어져 있어서 전개가 빠르게 느껴지며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빨려 들어간다.
교육문제에 있어서 자식을 때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동의가 쉽게 되지는 않지만 이전 어린 시절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또한 있다. “때리는 것은 학대로 이어지느니 어쩌니 하는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인간도 있다. 자기 자식을 어떻게든 바로잡아보려고 때리는 것과, 죽이거나 아프게 하려고 때리는 것이 어떻게 같다는 말인가?”
디지털 사회에 대한 언급 부분도 인상적이다. 휴대전화나 전자계산기로 생활의 편의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고 전하는데는 편지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모티콘을 갖고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편지의 사람 손글씨 만큼 마음을 담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만나서 풀면 될 일을 문자로 주고받으며 해결하려고 한다. 나쁜 감정도 싸우며 풀고 하는게 그게 진짜 친구라는 것. 더불어 이러한 기계문명 사회 속에서 기계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편리해지는 생활만큼 퇴화하는 기능들이 있음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아니면 무시하고 지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정도야 뭐.’
다시 교육에 대한 부분을 언급해보자면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부분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그 원인을 그는 부모의 어리석음에서 찾고 있다. 그것은 자유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다. “인간의 지혜와 상상력은 장애물이 있을 때 더욱 풍부하게 발휘된다. 지혜와 상상력으로 벽을 넘은 곳에 자유의 기쁨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좀 더 생각하게 만든다. 뭘까. 부모의 어리석음이라는 것이 말이다.
사람과 관계, 예절, 일과 사람에 대한 그의 생각을 통해 다소 거친 듯한 표현도 있지만 그만큼 확신하고 살아가는 그의 삶의 태도에서 늘 비슷비슷해지는 것이 좋은 것이라 여기며 남들 따라가는 일에 급급한 오늘, 그가 이룩해 놓은 것들을 통해 자신과 남을 구별하게 만든 힘을 찾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