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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초원학교 - 탄자니아의 사람.문화.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구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책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볼 수 있고,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스치듯 잠깐 잠깐 지나는 곳의 풍경을 스케치 하듯 써내려간 책이 있는 가 하면, 이렇게 직접 현지에서 몇 개월간을 그곳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보고 써내려간 책도 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어린 아이들과 같이 살면서 그곳의 풍경과 삶의 모습, 제도적인 장치들과 나라의 경제와 정치구조를 함께 읽어볼 수 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케냐를 거쳐 탄자니아로 날아간 저자는 그곳에서 직접 자연과 문화를 접하며 살아볼 작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날아갔다. 식료품을 구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이해해나간다. 그리고 직업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이웃들의 삶의 풍경을 일기쓰듯 써내려갔다.
언어에 서툴지만 나름대로 아줌마로서의 필살기를 갖고 부딪히며 현지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뽈레뽈레’라는 말이 말미에 등장하는데 이 부분 역시 그렇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문화 속에서 뽈레뽈레라는 말을 달고 사는 나라가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아주 당연하듯이 말이다. 속 답답해서 그것도 제대로 못하냐고 하면서 나서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그 방식에 따라 갈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재촉한다고 먼저 해주는 일도 아니다. 천천히, 여유있게 하자는 말이란다.
시간이 멈춘 듯 답답하지만 덜 발달된 자연의 모습 그대로가 좋다. 온갖 인스턴트와 스피드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삶과 이렇게 순응하고 있는대로 받아들이고, 또한 부족한대로 식생활을 채워나가는 이들. 가난하다고 동정으로 바라볼 일도 아니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필요할 것이다.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니 말이다. ‘정은 정으로 돌아온다’는 저자의 이야기대로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른 마음으로 뿌린 씨앗 제대로 거두어 들일 수 있는 일이다.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길 바라는 저자의 탄자니아 ‘현지생활 적응기’ 아프리카 초원학교는 모두 5장으로 구성되었다. 전체 50여개의 제목으로 실린 저자의 여행 에세이는 우리 사회 속 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던져준다. 모든 것이 편리한 생활을 위해 1회용으로 덮여져 가는 동안 이같은 생활에 순응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다. 그 사이에 지구는 점점 쓰레기로 숨쉬기 어려워진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그곳 마저도 그렇게 된다면...동물원에 갖힌 기린이 아니라 대자연 속 기린에게 먹이주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만 도전하는 자에게는 예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