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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는 남자 - 출판 저작권 에이전트 이구용의 한국 문학 수출 분투기
이구용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0년 12월
평점 :
일 관계로 알게되어 지금 간간히 안부를 묻고 연락하고 있는 일본인 교수님이 한 분 계시다. 이 분이 얼마 전에 일본의 저자와 연락하고, 그 분이 낸 책을 번역하여 국내에 출판을 하고자 했다. 이 계획은 진행되지 않았다. 에이전트를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 부분을 알지 못했고, 의욕에 앞서 그러한 전후관계를 살펴보지 못하고 일을 추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요약된 내용을 받은 출판사는 3주 만에 연락을 해와 진행할 수 없다고 했다고는 하지만 번역의 문제보다는 그러한 전후관계를 따져봤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위로를 드렸다. 그래서 이 계획은 다음으로 미루어졌다. 시기를 따져야 할 책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으니 다음에 할 때는 그러한 부분도 고려 할 것이다.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서 에이전트라는 역할을 대략은 알겠지만 출판 분야의 에이전트라는 곳은 누가 어떻게 하는 일인지 궁금해졌다. 대행사를 흔히 에이전시라고도 한다. 광고 등의 업무를 대행해주는 곳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행사를 기획하고 선수를 맡아 관리한다. 출판사의 에이전트는 그럼 뭘 하나? 이 책이 그 답을 내려준다.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계속 기대하지만 쉽지 않다. 우리 민족의 고유정신을 영어를 비롯한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여 전한다는 것, 그러한 감정을 그들의 감정 속으로 넣어주는 그러한 언어의 한계가 적지 않게 벽이 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나라 작가들의 해외진출 작품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영어로 혹은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나가고 있기도 하지만 베스트셀러 작가들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한 문학 작품을 맛보고, 전해질 수 있도록 해야겠지만 출판비용과 각종 비용의 한계를 넘을수도 없는 일이다.
이 책은 문학이라고는 문외한이었던 저자가 에이전트로 활약하면서 겪은 일들, 저작권을 해외에 소개한 국내 저자들의 책과 그들과 일을 추진하면서 겪은 일들을 소개한다. 1부에서는 신경숙, 김영하 등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런칭한 작품들, 2부에서는 소개하려고 하고 있는 가능성 있는 작품들을, 그리고 3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통할 수 있는 작품들이지만 다른 나라와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하여 대중성을 갖기에는 부족할 수 있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소개를 중심으로 하여 에이전트의 일상과 삶을 소개한다. 곳곳에서 만나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그의 의견 또한 읽어볼 만하다. 상품으로서의 가치와 문학적 가치를 나름대로의 시각에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신문에서 자동차 한 대 파는 것과 IT기술 수출이 어느 것이 더 이익인가 하는 수출액 비교표를 보기도 했다. 문학은 이제 그 나라만의 영역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도전해야 할 때이다. 그러나 언어적인 한계와 국가적 특징이 뚜렷한 텍스트로 인하여 감정을 움직이는데 부족함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문화콘텐츠의 수출에 있어서 이러한 부분도 작가들이 좀 더 고려하고 생각해야 할 부분은 아닌가 지적하며, 자신은 이러한 일을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작은 다짐이 점점 커지면서 한국문학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보니 자극이 된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욕심도 숨기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양보도 하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통해 출판비즈니스의 또 다른 면도 함께 볼 수 있게되었다. 룰을 지킨다. 그리고 정당하게 요구하고, 거기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계약이 성사되어 판권이 수출되면, 마치 금메달 수상대에 오른 선수처럼 말이다. 관심과 확신만 있다면 절반은 성공이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판권수출 계약에만 목매어 무턱대고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작품활동을 기다리고 가장 적합한 곳으로 보내려는 그의 마음또한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아쉬운 작품들을 따로 모아 데우고 있는 중인 듯 하다. 그런 마음들이 2부와 3부에 실려있다. 뿌듯함도 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돌아서는 내 발걸음이 가벼운 듯 무거웠다. 문학에 대한 얘기만으로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거웠고, 그의 문학을 제대로 세계에 알리는 에이전트의 역할을 맡아 뿌듯했다.”
에이전트들의 바람이자 또한 그가 소망하는 바 대로, 그가 관리하는 작가 중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오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