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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평점 :
나는 얼마나 오늘을 용기있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본다. 힘없이 나섰다가 힘없이 돌아서는 하루는 아니었는가 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교조 설립 시의 한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오랜시간이 지난 후 자녀들이 아버지, 그 때 아버지는 어디에 계셨느냐고 물을 때 당당하게 오늘 여기에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노력에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이 강물은 더 큰 정의,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자유란 닭장 속의 여우가 제멋대로 누리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15페이지 중에서, 분노하라.
뜨거운 여름날의 태양,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배우 권해효씨가 1인시위를 가졌다. 내용은 반값등록금. 그리고 6월 10일 어제는 동맹휴업을 촉구하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투표를 해달라고 하고, 5천여명(2만여명,추산)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모여 ‘투쟁’을 했다. 한 신문은 80년대 남학생들이 앞장섰다면, 지금은 여학우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고 하면서 지금의 세태, 취업의 벽이 높은 여학생들의 절박함이 더 큰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진단했다.
홍세화씨가 한 강연에서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파리시절 경험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지금, 자신들의 일에 대해서 앞 길에 대해서만 걱정을 하지 실제 행동으로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주저한다. 얼마나 힘이되겠어라며 돌아선다. 그러나 그런 생각보다는 그래도 해보자고 앞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한 둘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이유는 한 장애인의 사고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죽음으로 모든 역사에 공사를 통해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약자들이 함께 탈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화내지 말고 참으라는 책들 속에 무슨 책인가 했다. 화를 내리니, 화내면 몸도 안좋고 건강에도 안좋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라는데 말이다. 그러나 작가의 길을 돌아보고 내용을 살펴보니 개인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주도해나갈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역설적으로 강하게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몇차례 죽을고비를 넘기며 다시 찾은 삶이었기에 그는 더 넓은 일을 하려고 했다. 그렇게 또 살아왔다. 93세의 나이에 그가 쓴 책, 분노하라는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나약하지만 그래도 꿈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람들을 위한 당부의 메시지가 되어 줄 것이다.
본문 이외에 저자와 역자의 인터뷰, 그리고 조국 교수의 글이 함께 실려 있어, 스테판 에셀, 그의 선언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차별적인 요소들,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냥 포기하고 물러서지는 않았는지 또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