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인물과 보는 이의 관계, 그리고 화가는

다른 방식으로 보기
존 버거 지음, 최민 옮김 / 열화당 / 2012년 8월

늘 나에게 묻는 것은 내가 다르게 보고 있느냐라는 점이다. 남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안도를 하고 사는 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며 그것대로 밀고 살아가는 일이 더 많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날은 정답을 따라가고 그것에 안도하고 살아갔다면 불안하더라도 대다수와 다르더라도 나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 싶다. 그간의 삶이 틀렸음이 아니라 이제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필요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간의 삶이 주어진 틀에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위험하겠지만 힘들지만 틀 밖에서의 사고를 하곳 싶다는 점이다. 그 조차도 설령 틀 밖이라고 여겼던 것이 틀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것이 넓혀나가는 것이 없다면 그건 이익이 되는 유익한 삶이 아니라 여긴다. 배우고 익히며 확장하고 넓혀가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좋은 텍스트다. 이미지를 통해서 우리는 시대를 생각하고 그 그림이나 사진을 읽는다. 그러나 단순하게 드러난 정황만이 아니라 화가에 대한 배경과 시대적 배경을 읽어낼 때 그 그림의 의미를 더욱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며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화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그것이 그 화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제목을 붙였을 때의 느낌이 같은가, 다른가. 우리는 ‘꼬리표’를 통해서 읽는다.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욱 부채질한 면도 있지만 그간 생각의 틀을 어떻게 갖고 살았는가를 묻는 좋은 텍스트다. 다른 책으로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12년에 국내 출간된 이 책은 존 버거가 40년 전에 쓴 책이라고 한다. 그 때의 생각이 지금 시대에 놓여 있어도 어렵지 않은 것은 생각만큼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인 듯 하다.

우리는 그림 속의 인물들을 본다. 그 그림속 주인공은 관객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미술작품 속 인물과 화가, 관람객의 입장 등 특히 벌거벗은 인간의 몸에 대한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으로 을 두루 살피며 해석의 힘을 키우도록 한다.

“유화시대의 전통 이전의 작품들 역시 부를 찬양했다. 그러나 여기서 부는 고정된 또는 신성한 사회적 질서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유화는 새로운 종류의 부를 찬양했다. 이 새로운 종류의 부는 매우 역동적이면서 금전적 구매력의 제한만을 받을 뿐이다. 그리하여 그림은 금전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바람직하고 탐나는 물건인가 하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야만 했다. 이렇게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들의 ‘매력’은 소유자가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만족감을 시각적으로 줄 수 있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난 얼마나 들여다 보고 살고 있는지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ㅣ 창비시선 357
함민복 지음 / 창비 / 2013년 2월

시인의 시는 애처로운 기분이다. 삶과 사람 사이에 놓인 그 무엇. 그것이 가난이든, 삶을 향한 연민이든 상관없다. 시를 읽고 나면 뭔가 마음이 정화된 듯한 느낌을 받으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시인에게서 떠난 시는 시인의 것만이 아니다. 모두의 것이며 읽는 이의 몫이라 나는 생각한다. 그러면에서 함민복 시인의 시는 나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 온다. 

시골에서 서울 올라 온 사람이 느끼는 듯한 풍경이 들어 있다. 문명과는 떨어져 살다가 낯선 세계에 떨어져 부딪히는 그 이상한 것들을 느끼게 한다.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고 사는 우리들에게 낯선 것이 무엇이며, 정작 무엇을 멀리하고 사는가를 깨닫게 한다. 우리가 가까이해야 할 것과 멀리해야 할 것들을 구별하지 못하고 산다. 나의 고향, 나의 부모, 나의 형제를 떠나 살면서 세상 멀리 떨어져 있는 소식들에 열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을 깨닫게 한다. 부모의 지난 생애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들의 모습이나 연예인들의 그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을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이번 함 시인의 시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드는 시집이다.

그 중 하나는 불탄 집

불탄 집에 어둠이 산다

불탄 집엔 더 이상 불이 살지 않는다.

불탄 집에 소리가 살지 않는다

불탄 집에 고요가 산다.

그리고 작은 씨앗 하나에서도 세상을 발견하는 우주를 발견하는 시인의 눈을 따라간다.

씨앗을 먹고 살면서도

씨앗을 보지 못했었구나

씨앗 너는 마침표가 아니라

모든 문의 문이었구나

‘씨앗’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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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뉴스 문장 쓰기- 보도 가치를 높이는, 개정판
국립국어원.MBC 엮음 / 시대의창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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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영혼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나는 ‘시바’라는 말에 끌렸다. 그렇게 자연스럽게도 적절하게 쓸 수 있는 건가. 류근 시인은 이 말을 말끝마다 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통쾌하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왜 그런걸까. 페이스북에서 만난 그의 글을 통해 거꾸로 그가 처음 쓴 ‘상처적 체질’을 읽어가며 그를 알아가고 언어를 알아간다.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199페이지 중에서,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류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은 뭘까. 가까이 있어도 정말 저 끝 북극에 있는 사람처럼 멀게 느껴지는가 하면 멀리 있어도 마음 가까이 있는 듯한 것은 왜 그런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 무엇인지. 그 마음이라는 것, 사랑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나 사는가 싶은데 류근은 생활 속에서 통쾌하고도 아주 우습게 눈물나게 써 내려간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람들을 끌고 다닌다. 산속으로 갔다가 도시 한 가운데로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메말라가는 삶에 쫄깃한 단비다.

"비온다. 시바 한 잔 더"

조화와 균형은 경험을 통해 나온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인생을 만들다
요시모토 바나나, 윌리엄 레이넨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8월

솔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솔직하게 살아가자고 외치면서도 정작 우리는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을 하고 산다. 내가 좀더 편해지기 위해서 내가 좀 더 많이 갖기 위해서 상대의 몫을 가져오고 싶어 하고 상대의 것을 빼앗아 내 자리에 높고 싶은 것이 인간의 어리석은 마음이다. 어찌해야 할까.

주기보다는 더 갖고 싶은 이 욕심을 어떻게 내려놓고 살아갈 수 있을까. 물질만능의 시대에서 돈을 쫓아 살아가는 삶을 어떻게 벗어나서 살 수 있을까. 조금 더 부족하더라도 조금 더 내가 손해 보더라도 상대가 더 즐거워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가진 것을 내놓아줄 수 있을까? 올바르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것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다. 행복한 삶은 마음을 다스리는데 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평상심을 이루기 어렵다.

잦은 유혹에 흔들리며 살아가는 오늘 우리 삶 속에서 요시모토 바바나의 인생을 만들다는 삶의 길을 걷는 사람들의 바른 태도와 마음가짐을 깨우쳐 준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각자가 만들어가는 인생이라는 예술을 즐겨보자. 저마다에게 허락된 길지 않은 시간을 파릇파릇 생기 있게 살아가자’라고 말한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자신의 삶에 새로운 영향을 미친 윌리엄 레이넨과의 편지형식의 글을 통해 삶의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읽는 이로 하여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헛된 욕망을 찾아 애쓰는 삶이 아니라 진정 내 안에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묻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시간일 것이다. 그 시간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제대로 쓰고 있는지 묻는다. 이 책에서 윌리엄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사람은 누구나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으며, 자기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나는 굳게 믿습니다.” 이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더 써야 하지만 우리는 상대를 비난하고 그를 바꾸려고 하는 삶을 산다. 에너지를 어디에 쏟아야 할까. 두 사람의 편지는 바로 자신을 위한 시간에 더 투자하고 몰두하길 권한다.

“이렇게 타인의 인생을 비판하며 상대를 바꾸려고, 일깨우려고, 인간다운 인간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것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입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고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마음이 생기면 솔직해질 수 있으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에너지는 활기찬 삶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이런 저런 고민과 수많은 생각들은 결정을 발행하고 간결한 생각을 방해한다.

“감정이입을 배제한 채 객관적인 시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려야 합니다. 이는 우리 모든 인간의 과제이자 배움입니다. 어떤 문화에 살더라도, 어떤 경제 수준의 삶을 살더라도 똑같습니다. 자신을 다스리는 일은 인생에 항상 덤으로 따라오는 과제입니다.“

동물과 이웃에 대한 사랑 등 타인을 위한 배려는 나 자신을 더욱 값지게 만드는 일이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 먹고 사는 일에 더 급하게 몸을 움직이고 생각을 하느라 타인을 생각하지도 배려하지도 못한다. 삶을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조화와 균형이며 이것은 경험을 통해서 축적되고 빛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편지는 여기까지 이르렀다. 주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사라짐으로 해서 더욱 삭막한 사회는 바삐 돌아가는 일에 몰두한다. 이 책은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왜 전해야 하는지 온전히 잘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

또한 우리는 남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 되는 것이 중요함을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모든 인간은 각각 자신의 재능을 갖고 태어나지만 다른 곳에서 그것을 써먹으려고 하다보면 균형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 실현할 수 있는 재능과 능력을 갖고 태어납니다. 타인과 비교하거나 누구처럼 되려고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렴 저마다 가진 목적을 실현해나갈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다르니까요.”

나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 위의 문장이 바로 핵심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내 자신이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남이 이룩한 것을 따라 그것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건 내 삶이 아니고 내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두 사람은 조화와 균형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왜 그것이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운다. 편안하고도 부드럽게 다가온다.

인터넷은 우리로 하여금 정보의 갈증을 해결도 해주었지만 더불어 병적인 요소들도 안겨주었다. 천천히 걷는 여유를 뺏았겼다.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 없이 즉각적이고도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대이다. 잘못된 선택들은 조화와 균형을 깨는 일이다. 나를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할 시간이다. 가을 하늘 높아지는 시간은 사람을 생각해야 할 시간이다. 거기에 어울리는 책 한 권이 될 것이다.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다하는 일, 즉 참된 자아로 살아가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하고, 또 이를 배워야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 과제는 ‘자신의 자유의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배우는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