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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시바’라는 말에 끌렸다. 그렇게 자연스럽게도 적절하게 쓸 수 있는 건가. 류근 시인은 이 말을 말끝마다 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통쾌하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건 왜 그런걸까. 페이스북에서 만난 그의 글을 통해 거꾸로 그가 처음 쓴 ‘상처적 체질’을 읽어가며 그를 알아가고 언어를 알아간다.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명랑한 햇빛 속에서도 눈물이 나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깊은 바람결 안에서도 앞섶이 마르지 않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무수한 슬픔 안에서 당신 이름 씻으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가득 찬 목숨 안에서 당신하나 여의며 사는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이 삶 이토록 아무것도 아닌 건가. 어쩌다 나는 당신이 좋아서 어디로든 아낌없이 소멸해버리고 싶은 건가.
199페이지 중에서,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류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은 뭘까. 가까이 있어도 정말 저 끝 북극에 있는 사람처럼 멀게 느껴지는가 하면 멀리 있어도 마음 가까이 있는 듯한 것은 왜 그런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 무엇인지. 그 마음이라는 것, 사랑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고나 사는가 싶은데 류근은 생활 속에서 통쾌하고도 아주 우습게 눈물나게 써 내려간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람들을 끌고 다닌다. 산속으로 갔다가 도시 한 가운데로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메말라가는 삶에 쫄깃한 단비다.
"비온다. 시바 한 잔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