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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김정운 교수, 이 분 앞으로 어디까지 튀어 오를까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분이다. 예측 가능한 일은 재미없다. 예측 가능한 사람도 그렇다. 안심은 되고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그게 다 일까. 모르는 부분, 알 수 없는 부분을 새로 알아간다는 것은 인생의 재미이고 또 다른 행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연초부터 공영방송을 통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편집하는 인간'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으로 제시되었다. 맥락에 대한 부분은 공감하는 바 크다. 이런 이야기를 진행하는 가운데 그가 가져온 이야기는 재미다.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김정운 교수가 이야기하는 인생의 행복은 무엇인가, 그가 말하는 것, 그가 하고 싶은 것은 재미있게 사는 것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를 찾는 것이다. 왜 삶이 지루하고 따분하고 행복하지 않은 것인가, 그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재미를 잃었다. 아이들에게서 놀이를 빼앗아가면 재미없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재미를 알아간다. 일과 사람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좀 크지 않은가. 재미가 없다. 그래서 재미를 찾아다니느라 엉뚱한 곳(?)에 돈을 쓰지 않는가. 이로 인해 직업을 갖고 돈을 버는 사람들도 물론 있어 고용 창출을 한다고 하지만, 이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인가.
책 제목이 자극적이다. 남자들의 속마음을 끌어낸 듯하다. 그러나 본문을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는 하나의 주장을 일관되게 만날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점이다. 좋지 않은 것들을 걷어내고 좋은 것들로 삶을 채운다면 어떨까. 그런 답을 알면서도 우리는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무엇이 실천을 주저하게 만드는 걸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어쩌면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걱정하는 일도 어찌 보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인지도 모른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 마치 일어난 것처럼 가상을 하고 미리 걱정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은가? 불행은 거기서 비롯된다. 행복이 뭔지 알아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며 상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다. 그런 경험이 없는데 뭘 만들어 낼 수 있겠나. 김정운 교수의 지적이 그 지점이다.
때로 중요하다고 여긴 것들에 벗어나는 즐거움을 누려보자는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할 때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남의 이야기를 듣고 읽는데 집중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하고, 나를 위해 취미를 갖고, 나를 위해 노는 시간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로 풍성하다. 독특한 경험들로 그가 이룩한 세상으로 이끈다.
"노력한다고 창조적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노력하는 것과 맥락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자만 꿈꿀 수 있다. 현재의 한계를 떠난 가능성의 영역은 삶이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이들에게만 보인다." -(173페이지 중에서)
저자의 글은 깊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그의 글이 쉽기도 하지만 이론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상상력과 창의력 등 우리 시대가 고민하고 풀어야 할 과제들을 위한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어디서 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나의 이야기가 없는 남자는 슬프다고 말한다.
아래 문장은 이 책에 소개되는 많은 문장 가운데서도 공감하는 부분 중 하나다. 나는 얼마나 내 이야기를 갖고 있는가, 그렇게 떠들어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무어라 답을 댈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이야기는 풍부하고 다양할수록 좋은 것이다. 남의 이야기는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갈수록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이야기만 난무하는 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다른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내 피부로 느끼는 삶의 기쁨이나 슬픔에 관한 이야기, 내 가족,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잘한 즐거움과 설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수록 행복한 삶이다." -(203페이지 중에서)
당신, 지금 행복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이야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 어떤 답인가.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살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뭔들 후회가 되지 않겠는가. 인생은 결코 길지 않다. 그렇다고 짧은 것도 아니다. 그 시간, 즐기며 살자. 그러기 위해 오늘, 내 이야기를 하자. 오케이?
그러면, 이제부터 내 안에 있는 나를 발견하자. 가까 행복에 휩싸여 살 이유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