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프리 - 비트 경제와 공짜 가격이 만드는 혁명적 미래
크리스 앤더슨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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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공짜에 대한 이야기이다.
공짜 중에서도 특히 최근에 확연히 눈에 띄고 있는 공짜라는 현상, 즉 공짜 경제에 대한 이야기 이다. 공짜경제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무료로 쓰고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경제학에서 배운 것과는 다른 그런 현상을 말한다. 가령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티스토리나 다음에 한푼의 돈도 내지 않고 편리하게 쓰고 있는 이런 현상 말이다. 이렇게 주의를 기울이고 본다면 주변에 공짜는 엄청나게 많은 거의 전면적인 현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공짜라는 현상은 왜 벌어지는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길지만 재미있는 설명들은 접어두고 그 중심 내용만 정리하자면 아래 두줄 정도로 줄일수 있겠다.
(특히 아톰이 아닌, 비트의 세계에서) 공짜는 일시적이거나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다. 공짜는 중력이 아래로 작용하듯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므로 인위적으로 이 중력에 저항하지 말고 공짜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공짜가 가져올 변화에 대처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짜가 어떻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일까? 디지털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공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지만(예를 들면 교차보조금 같은 것, 그러나 이것은 결국 댓가를 지불하게 되므로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이야기 되기도 한다) 의심할 여지 없는 공짜는 디지털의 영역(비트의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 영역의 발전은 한계생산비용을 0에 가깝게 하기 때문에 비정상 적인 장치(이를 테면 독점 시장이라던가)로 막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0, 즉 공짜가 된다는 것이다. 또 디지털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어가 주가 되는 영역, 이를 테면 반도체(생산에 비하여 설계가 큰 비중을 차지)와 같은 영역 역시 0는 아니더라도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것이 무어의 법칙이 성립되는 이유이다.
빌게이츠는 과거에 불법복제에 대해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의욕을 막는 해적질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는 일면 타당한 듯한 주장이지만 막상 그가 올리는 수익이란 것은 소프트웨어 개발비를 훨씬 넘어서 천문학적인 것이어서 복제방지라는 것이 소프트웨어 개발 의욕이라는 것이 그리 적절한 설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다. 오히려 이 책의 공짜에 대한 논리를 적용하면 그 회사의 과도한 수익에 대해서 설명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라는 것이다.

공짜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이렇게 공짜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이야기가 아래 예와 같이 달라진다.
예> 소프트웨어나 음악의 공짜 이용은 해적질이다. 따라서 복제를 방지할 기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이 것을 막아야한다.
<==> 소프트웨어나 음악의 공짜 이용은 자연스럽다. 이를 막는 것은 땅에 떨어지는 물체를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과 같이 일시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엄청나게 힘드는 일이다. 따라서 이것을 막으려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공짜로 풀어놓는 대신 다른 수익모델을 찾도록 해야한다.

협회를 만들어 음원을 불법 다운로드 받은 네티즌을 고발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쪽은 전자의 입장인 것이고, 오히려 음원을 공짜로 풀고 이로 인해 높아진 명성을 가지고 공연을 통해서 수입을 올리는 성공사례의 경우는 후자의 입장인 것이다.

오픈소스운동과 저작권 문제에 대한 철학적인 논쟁과도 연관된 주제이지만, 이 책은 그런 철학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공짜라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을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여러가지 힌트를 주고 있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물론 마케터들과 각종 서비스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들도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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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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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라는 제목의 이 책은 검사출신으로 삼성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퇴사하고 이후에 삼성에서 보고 들었다는 온갖 비리를 폭로하였던 김용철 변호사가 그 내용을 상세하게 적은 책이다. 주로 삼성에서 겪은 일이 적혀있고, 검사와 삼성임원으로서 우리 사회를 보는 시각이 담겨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영화 다크나이트 아이폰의 한국 출시, 이 두 가지가 떠올랐다. 

다크나이트를 본적이 있는가? 수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는 다 그렇듯이 고담시티에서도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지만 그 고담시티를 더욱 더 숨막히는 곳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은 더욱 강력한 범죄자들이 아니라 바로 고담시 전체에 만연한 부패이다. 더 강력한 범죄에는 더 강력한 힘으로 맞선다고 하지만, 내부의 부패는 수퍼영웅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고든경감과 하비덴트는 유력한 증인을 잡아들이고나서 경찰과 검찰 어느쪽에 맡겨야하는지로 격론을 벌인다. 부패로 인하여 서로 상대방의 조직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힘들게 법정에 서게 해도 범죄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해야할 판사가 독살당하고, 경관의 가족들이 인질로 납치되는 일이 벌어지는 상황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다. 속속들이 썩어있어서 누구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비록 영화지만 나는 이런 장면들에서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벌어진 일들을 기록한 이 책을 보고 그것과 동일한 종류의 답답함을 느낀 것이다. 김용철이라는 사람이 그런 히어로도 아니고 정의롭기만 한 사람은 아닐수 있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가 비슷한 일로 용기를 내게 되었을때 외면 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하게 되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다.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되고, 번화가에 붙어있는 국내기업들의 입간판만 봐도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진다는데, 해외에 가본적이 많지 않지만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이야기이다. 스파이더맨에서 뉴욕타임스퀘어에 큼직하게 붙어있는 삼성과 엘지의 입간판을 보며 나 역시도 뿌듯해하였고 비록 등장하자마자 외계로봇의 레이저 공격에 금새 두동강이 나버리기는 하지만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에 뉴EF소나타가 등장했을때,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물건이 노출된다는 사실에 설레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년 말 아이폰이 출시되자마자 수십만대가 팔려나가자 삼성(혹은 SKT)에서 애국심에 호소한 마케팅을 한 것은 충분히 짐작가능한 마케팅이었고 아마 효과도 있었지 않을까 싶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야 국내 대기업 물건 사줘봐야 독점구조가 형성되어 소비자가격만 올라가고, 그렇게 올린 매출로 해외에 공장지어 버리면 국내에 고용창출되는 것도 아니어서 내게 돌아오는 이익은 없지만, 논리적으로 설명이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적당히 용인가능한 범위를 넘지 않고, 가끔씩 애국심에 호소해주면 우리 국민들은 알면서도 속고 모르면서도 속고 대충 넘어가주게 되고, 설령 용인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짓을 서슴없이 하더라도 교묘하게 은폐하기라도 해주면 이 역시 힘없는 서민으로서는 넘어갈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이런 것이 먹혀들기 때문에 삼성에서 서해안에 기름을 유출하고, 3세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서 편법을 동원하고 세금을 떼어먹어도 애국심, 위협(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 추상적인 구호(사재출연) 등으로 그럭저럭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폰 이라는 물건이 국내에 출시되었다. 그 파급효과는 삼성도(이통사도) 대충 짐작하였기에 2년 이상을 막아온 것이겠지만, 결국엔 출시되었다. 아이폰이 옵니아 보다 우수하다고 한들, 더 우수한 물건을 못만들었다고 비난 받을 일은 없다. 그냥 덜 팔리면 그만인 것이다. 문제는 아이폰을 사용해보면서 사람들이 꽤 오랜 동안 속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점이고, 아이폰이라는 것을 매일 손에 쥐고 사용하면서 꽤 오래 속아왔다는 것을 매일 매일 상기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아이폰 자체는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는 중립적인 물건이지만 그동안 은폐되어온 사실을 보여주는 직관적인 물건이기도 하다. 여기에 약간의 추리력이 더해진다면 오랜 동안 덮어져 왔을 진실이 크게 어렵지 않게 유추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다 라기 보다는, 진실은 완벽하게 덮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의외의 지점에서 연기처럼 세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인물과 기업을 다루고 있으며, 주류언론에서는 이를 거짓말인 것 처럼 취급하고 있다. 또 반면에 우리에게 주어진 몇가지 힌트들은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알수 있는 정보들은 가공되고 순화된 것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이 100% 거짓말인지 아닌지에 논의의 촛점이 맞추어져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책이 어느 정도는 과장된 부분이 있을수 있으나, 또 저자가 이야기 했듯이 잘 모르는 영역(국세청 관련된 부분 이라던가)까지 감안한다면 현실은 적어도 이 책이 묘사하는 것보다 더 암울할 것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그러니 거짓말 논쟁 자체는 의미가 없고 오히려 우리 사회가 한국을 쥐락펴락한다는 삼성의 경영권 상속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어리버리 넘어갔는지를 짚어보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저자가 말한 삼성의 힘이 과장된 음모론이고 가설에 불과한 것이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향후에라도 그런 거대한 통제불가능한 권력이 대두되지 않도록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강한 불의에 맞설때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온몸에서 용기를 내어서 이에 저항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전부 외면한다면 그 사회는 자정능력을 더이상 갖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우리들은 더이상 용기를 내지 않게 될 것이기때문이다. 그러니 이미 용기를 내기에도 늦어버렸을지 모르지만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 
동시에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사보고, 아이폰을 써보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일 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암울하다.


P.S.  이 글을 적는 동안 경향신문에 이 책에 대한 칼럼이 실리지 못한 것과 관련한 글을 하나 읽게 되었다.
이 것은 각종 신문에 이 책의 광고가 실리지 못한 사태에 한걸음 더 나아간 일이다. 책 내용 외적인 일들이 이 책의 신빙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http://twtkr.com/view.php?long_id=LnV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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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불 - 휴먼에너지, 미래를 이끌어갈 원동력
정지훈 지음 / 열음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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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하이컨셉 & 하이터치 ( http://health20.kr )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인기 블로거이자, 의료 전문가인 정지훈 님이 쓴 가까운 미래의 전망에 대한 책이다.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유명하고 최근엔 공중파방송에도 자주 볼 수 있는 분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있는 집합체이다. 발달한 인터넷의 최신 변화들, 기업과 마케팅의 변화, 언론 출판의 변화, 의학과 건강, 그리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례들이 담겨있다. 그의 블로그에 가보면 글들을 분류한 메뉴도 역시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참으로 다양하고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인 듯하다.

이 책을 읽기전에 그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이나 그의 트위터로 전해지는 다양한 정보들을 접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니 세상에 정말 저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단 말인가' 하는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기분은 내가 최근 3~4개월간 느낀 것으로 아이폰을 만져보고, 아바타를 보고, TED의 무료 강의를 들으며, 그리고 트위터라는 채널을 통해서 전해지는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면서 쉴새 없이 느꼈던 그런 놀라움이다. 표현하자면 바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직접 맛보는 그런 느낌이다. 
그만큼 세상을 빨리 변하고 있으며, 특히 이 글을 쓰고 있는 2010년 현재는 큰 변화를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 묻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날 고개를 들면 그 변화를 한꺼번에 와락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변화를 소개해주고 그 변화의 의미를 찾는 그런 책인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이런 좋은 정보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책 한 권으로서의 존재의미를 찾으려면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있어야한다. 워낙 다양하기도 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기는 하나 언뜻보면 서로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러한 변화들을 관통하는 중심으로 저자는 휴먼에너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결국 인간의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는 역할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잠재적인 능력, 휴먼에너지는 이미 인간들이 늘 갖고 있던 것이기는 하나, 여러가지 제약으로 인하여 한 곳에 모이고 큰 흐름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에 여러가지 변화들은  인간의 잠재적인 능력을 일깨우고 모으고 집중시킬수 있는 커다란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많은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는 그 블로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앞에 말한 것과 같이 그 많은 정보들을 하나의 중심에 묶어 내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너무 많은 사례들이 하나라도 빠뜨리기 아깝다는듯이 책 내부를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어서 책을 읽다보면 그 사례 하나하나에 파묻히기 쉽다는 점이다. 
그래도 다가올 미래를 주시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읽고, 또 계속 블로그에 업데이트될 그의 글을 따라가면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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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컨셉 2010-02-06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했죠? 욕심이 많다보니 ...
블로그로 계속 보완을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약간 한 분야를 깊게 파는 책을 쓸까하고 있어요.
 
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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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누군가는 '노무현의 남자' 로, 누군가는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란 직위로, 누군가는 그가 진행했던 백분토론으로, 좀 멀리가면 그의 '항소이유서'로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저자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대학교에 합격하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시기에 아마도 처음으로 사본 책이 그 책이었던 것이다. 지금도 유시민씨의 글을 읽어보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참으로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 쓴다는 생각이 드는데, 갓 스무살도 안된 그때에도 그렇게 쉽게 설명을 해줬던 것 같다. 지나 놓고 보니 그 때 읽은 기억도 안나는 그 책이 그 후의 시간동안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후로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는 많은 책을 냈고 나는 그중 일부를 읽기도 했다. 책 외에도 그에게는 나도 알만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가 내어놓은 새 책을 사서 이렇게 읽었다. 이야기의 대상이 세계사에서 책으로 바뀌었을뿐, 아마 내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처음 읽었을때의 느낌이 아마 이랬을 것이다. 그는 그가 접한 일들(혹은 책들)을 잘 정리하여 쉬운 말로 내게 설명을 해준다. 
그의 이력을 보면 그는 무시무시한 시절을 저항으로 보내느라 젊은 시절 대학생으로서의 공부는 많이 하지 못했을테지만 다양한 독서를 통하여 지적으로 성장하였을 것이다. <청춘의 독서>는 그런 그가, 젊었을적에 읽은 책들을 다시 꺼내읽고서 그 책에 대한 이야기와 그 책을 읽었던 젊은 시절의 자신과 이제 책을 쓰기위해 다시 꺼내읽고 있는 현재의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런 일은 그가 굉장히 명석한 사람이어서 가능한 것이겠지만, 그에게 경험한 일들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감수성과 집중력이 없다면 또한 불가능한 작업일 것이다. 역시나 그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루어질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모든 조건을 갖춘 덕에 그가 스스로를 일컫는 '지식 소매상'이는 직업은 그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도 그가 이렇게 정성껏 준비하고 잘 갈아서 만든 지식의 이유식을 만들어준 덕에 나는 또 새로운 영양분을 섭취할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지식소매상인 그가 내놓는 소매상품은 좀 특이한 구석이 있다. 소매상품이라는 말처럼 단지 소비되고마는 느낌의 것이 아니라, 한참 지나고 난후에도 내 생각의 어느 한 구석에 흔적으로 남아있게된다. 그러니 흔한 요약서비스나 지적허영을 채우기위한 다이제스트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러니 그의 책을 읽을때는 재미를 기대해도 좋지만, 동시에 나의 어딘가가 다소라도 바뀔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자기가 움직이지 않고 남을 움직일수 있을까? 일시적인 기만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는 지식소매상이란 직업에 너무나도 어울리고, 그 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의 글이 사람을 움직이는 만큼 그의 삶도 움직여왔다. 그의 현실참여는 아직까지는(사람은 나쁘게도 변할수 있으니까 굳이 이 사족과 같은 부사어를 붙인다) 이런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일들은 지식소매상으로서의 유시민의 활동에 분명 시간적으로 방해가 될 것이니 그의 독자로서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이런 현실 참여가 그의 글을 읽는데 더욱 신뢰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 독자에게는 딜레마일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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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
돈 탭스코트 지음, 이진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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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대'와 '세대'에 대한 이야기 이다.
시대에 대한 이야기란 얼마전에 등장했던 것 같은 인터넷이 진화를 거듭하여, 사람들이 휴대폰과 고속인터넷으로 트위터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집단으로 대화하고, 위키피디아와 같은 곳에 지식과 지혜를 모으고 있는 이런 독특하면서도 계속 변화하는 현시대에 대한 이야기란 뜻이다.
세대에 대한 이야기는 젊은 세대, 이 책에서는 특정하여 1977년 부터 97년 사이에 태어난 젊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란 뜻이다.
우리나이로 치면 33~13세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젊은 세대이다. 이 세대를 N세대 정도로 부르면 될듯한데, 당대의 젊은이들의 특징을 논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기는 하다. N세대의 전 세대랄수 있는 X세대 역시 많이 언급되었으니....

native에 대하여...
지금처럼 해외여행과 어학연수가 자유롭지 못한 시절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보통 중학교에 들어가서 영어를 시작했었다. 공교육만 믿고 따라가면(적어도 그 안에서 우등생정도라면) 어느정도 영어를 하게될줄 알고 진도를 따라갔을 것이고, 사회에 나오기위해서는 취업준비에 필요하다는 토익공부, 직장을 다니면서는 아침 잠을 줄여가면서 회화학원등에도 따라갔을것이다. 그러나 결코 영어를 잘하는 날은 오지 않았고, 오히려 아무리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도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못따라간다는 비관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이른바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rker). 내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넘을수 없을 것만  같은 넘사벽의 존재.
native 라는 단어에 대한 기억은 이렇듯 무언가 주눅들게 하는 구석이 있다. 영어에 대해서는 이제 슬슬 포기할 때도 되었고, 그저 아이팟이나 킨들 처럼 정식 수입안된 전자제품을 작동시킬 정도의 영어로 만족할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또하나의 네이티브라는 개념이 내 머리를 강타했다. 어느 컨퍼런스에서 이화여대 이인화교수님이 '요즘 젊은이들은 아예 우리랑 다르다. 그들은 디지털기기를 우리보다 잘 다루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태어날때부터 디지털환경에서 자라난 디지털네이티브이다' 라는 요지의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충격이었다. 그냥 어른들이 나이가 들고 눈이 침침해서 혹은 그렇게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어서 젊은이들보다 덜 익숙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질적인 차이가 있다니....
이런 질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문장을 하나 발견했다.

"기술은 그것이 발명되기 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만 기술이다"  - 앨런 케이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네이티브라는 제목은 사실 출판사에서 번역과정에서 붙인 것으로 보인다. 원제목은 Grown Up Digital : How the next generation is changing your world. 그러나 지금의 10대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젊은 세대가 그 이전 세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는 관점은 동일하다. 이 책의 요점은 아래와 같다.

1.이 젊은 세대들은 그 윗세대와는 다르다.
2.그 다른 점이란 어렸을적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라 이러한 환경에 익숙하며, 그 익숙한 정도는 양적인 차이가 아니라 질적인 차이다.
3.이 세대에 대한 윗세대의 우려가 있다. 종일 게임과 인터넷만 하느라 머리는 나쁘고, 부모에 의존적이고 버릇 없다는 식이다. 이는 늘상 젊은 세대에게 있어왔던 통상적인 우려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런 우려와는 달리 이 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똑똑하고, 협업을 중시하고 혁신적이다. 
4.그러니 우려는 접고 N세대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학교와 기업은 이들을 학생과 직원으로 그리고 소비자로서 이해하고 포용할 준비를 해야한다.
그러므로써 이러한 세대가 새롭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게 할수 있다.


N세대의 8가지 특성
이 책에서 말하는 N세대의 8가지 특성이란 아래와 같다.
1.자유
2.맞춤화, 개인화
3.새로운감시자이다.
4.기업의 성실성과 정직함을 중시함
5.엔터테인먼트와 놀이를 원한다.
6.협업과 관계를 중시한다.
7.속도를 요구한다.
8.혁신을 주도한다.


항목들을 살펴보면 이전에 읽은 몇가새로운 미래가 온다 와  같은 미래와 변화에 대한 책들에서 언급된 덕목들과 공통점이 꽤나 있다.
자유, 성실성 정직함 => 의미
엔터테인먼트와 놀이 => 놀이
협업과 관계 => 조화, 공감

현재를 관찰하고 이를 통하여 미래를 짚어보는 시각에는 공통된 요소가 포착되는 모양이다.
이 책의 저자인 돈 탭스콧이 N세대의 특징으로 꼽은 것이 다이엘 핑크가 꼽은 미래 인재의 조건과 거의 비슷하다!
두 사람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역시 미래는 똑똑하고 발전한 N세대의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더 나은 미래를 열기 위하여
나 는 N세대에서 빗겨나간 나이이고, 늘 나이보다 생각을 젊게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간혹 아랫세대에 대해 불만같은 것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은 불만이랄수도 있지만 다름에서 비롯된 낯설음 일수도 있어서 무엇인지 정확히 구별할수는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N세대의 장점이라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이냐는 것에 대해서도 100% 확신을 가질수는 없다.
간혹 젊은세대를 다루는 글들이 찬양일색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글들은 젊은이 다수이고 소비주체이고 마케팅의 메인타깃이어서 아부를 떠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떤 세대가 장점만을 갖고 있고, 어떤 세대는 단점만을 갖고 있겠는가?
다만 N세대가 가진 장점들이 시대의 특징과 맞물려서 큰 힘을 발휘하리라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 가능성이라는 것이 이전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으리라는 것에도 동의한다. 이 책이 세대를 넘어서는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보탬이 될 것 같다. 또한 이러한 이해의 폭이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는데 보탬이 될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똑똑함은 무슨 의미이며, 디지털네이티브 혹은 N세대로로 구분짓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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