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문해력 - 나도 쓱 읽고 싹 이해하면 바랄 게 없겠네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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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해력](김선영, 블랙피쉬)

자하랑님의 피드에서 이 책을 보고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드디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문해력 근육을 키우는 8주 훈련 코스로 짜여 있다. 1주차는 문해력을 알아본다. 문해력을 PT에 비유한 게 재미있었고, 스트레칭 파트에서 문해력 체급 검사도 흥미로웠다. 비문학 책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라면 높은 급수를 받을 것 같다.

2-3주차에 어휘 근육, 4-5주차에 독서 근육, 6-7주차에 구성 근육, 8주차에 체력장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읽기부터 쓰기에 이르기까지 문해력을 기르는 데 적당한 커리큘럼으로 짜여 있다. 문해력이 걱정되시는 분들께 정독을 권한다.

아, 이 책에서 읽고 싶은 논문이 생겼다.

🏷타자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감수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타자를 대신하여 고통받는 것이고 타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다. 레비나스는 이를 ‘대속(한자)‘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고통받는 자의 호소에 반응하는 자아는 끊임없는 자기 결단의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윤리적 주체의 고유성을 확보한다.

출전: ‘고통의 철학-레비나스의 고통론‘, 강영안/
‘레비나스의 윤리적 주체에 관한 연구‘, 김연숙(124쪽)

‘대속‘이라는 말을 여기서 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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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열린책들 세계문학 272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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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드거 앨런 포/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고질독 39기

📚질문 만들기(괄호 안은 민음사 목록, : 이후는 열린책들 번역 제목)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병 속에서 발견된 수기) 1. 내가 느꼈던 최악의 공포는?
(리지아-민음사) 2. 한 사람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셔가의 몰락: 어셔가의 붕괴) 3. 위험이 두렵나요, 위험에 따르는 공포가 두렵나요?
(윌리엄 윌슨-민음사) 4. 내게 온 가장 큰 유혹은?
(군중 속의 사람-민음사) 5. 누군가를 관찰해본 적이 있나요?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 6. 힘든 노동 vs. 목돈, 당신의 선택은?
(타원형 초상화-민음사) 7. 놓치고 있는 게 있나요?
(붉은 죽음의 가면극) 8. 세상의 문제를 대하는 자세
(구덩이와 추: 구덩이와 진자) 9. 절망의 순간에 희망의 역할은?
(배반의 심장-민음사) 10. 밤이 주는 어두운 마음
(검은 고양이) 11. 일부러 법을 어기나요?
(도둑 맞은 편지) 12. 이상한 부분에서 위로를 얻습니다
(아몬티야도 술통) 13. 모욕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깡충 개구리, 혹은 사슬에 묶인 여덟 마리의 오랑우탄: 절뚝 개구리) 14. 다른 사람의 약점이 내게 위안이 되나요?

📚소감
고질독 리더님 사정으로, 고질독 최초로 독서모임을 하지 않았다. 이 책은 고딕소설로, 고질독에서 읽지 않았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이다.
민음사에만 있는 단편은 민음사로 읽고, 대체로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었다. 열린책들에 더 있던 단편은 ‘모르그가의 살인‘, ‘황금벌레‘, ‘생매장‘이다. 이 책을 읽을 무렵, 우리 반 한 아이가 독서록에 ‘모르그가의 살인‘을 읽었다고 써서 충격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 읽어도 괜찮은 건가... 내가 읽었을 때는 너무 기괴했는데, 그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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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8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전승희 옮김 / 민음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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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에드거 앨런 포/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고질독 39기

📚질문 만들기(괄호 안은 민음사 목록, : 이후는 열린책들 번역 제목)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병 속에서 발견된 수기) 1. 내가 느꼈던 최악의 공포는?
(리지아-민음사) 2. 한 사람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셔가의 몰락: 어셔가의 붕괴) 3. 위험이 두렵나요, 위험에 따르는 공포가 두렵나요?
(윌리엄 윌슨-민음사) 4. 내게 온 가장 큰 유혹은?
(군중 속의 사람-민음사) 5. 누군가를 관찰해본 적이 있나요?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 6. 힘든 노동 vs. 목돈, 당신의 선택은?
(타원형 초상화-민음사) 7. 놓치고 있는 게 있나요?
(붉은 죽음의 가면극) 8. 세상의 문제를 대하는 자세
(구덩이와 추: 구덩이와 진자) 9. 절망의 순간에 희망의 역할은?
(배반의 심장-민음사) 10. 밤이 주는 어두운 마음
(검은 고양이) 11. 일부러 법을 어기나요?
(도둑 맞은 편지) 12. 이상한 부분에서 위로를 얻습니다
(아몬티야도 술통) 13. 모욕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깡충 개구리, 혹은 사슬에 묶인 여덟 마리의 오랑우탄: 절뚝 개구리) 14. 다른 사람의 약점이 내게 위안이 되나요?

📚소감
고질독 리더님 사정으로, 고질독 최초로 독서모임을 하지 않았다. 이 책은 고딕소설로, 고질독에서 읽지 않았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이다.
민음사에만 있는 단편은 민음사로 읽고, 대체로 열린책들 버전으로 읽었다. 열린책들에 더 있던 단편은 ‘모르그가의 살인‘, ‘황금벌레‘, ‘생매장‘이다. 이 책을 읽을 무렵, 우리 반 한 아이가 독서록에 ‘모르그가의 살인‘을 읽었다고 써서 충격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 읽어도 괜찮은 건가... 내가 읽었을 때는 너무 기괴했는데, 그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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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 30만 부 기념 개정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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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로이스 로리/장은수 옮김, 비룡소)

우리 교회 아이 한 명이 이 책을 좋아한다. 재독이랬나, 삼독이랬나. 어떤 점이 사람을 끌리게 만드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내게는 엄청 다가오는 책은 아니었는데, 독서기록을 남기거나 독서모임을 하면 달라질지 모르겠다. 그 아이에게 왜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멋진 신세계]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마을의 모든 것은 정형화되어 있다. 단 한 사람, ‘기억 전달자‘만 빼고. 마을의 모든 기억은 ‘기억 전달자‘만 갖고 있다. 그리고, 기억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 마을은 안전을 위해, 기억 전달자만이 기억을 가지도록 결정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기억할 기회를 빼앗은 건 정당한 일이었을까?

기억 전달자는 마을의 원로들과 함께 자신을 계승할 기억 보유자를 뽑는다. 기억 보유자로 조너스가 선정되었고,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 받는다. 번역이 재미있는 게, 기억 전달자는 the giver, 기억 보유자는 the receiver다. 이건 조너스의 이야기 같은데, ‘기억 전달자‘라는 제목이 뜻하는 건 무엇일까?

기억 전달자는 가지고 있는 기억으로 마을에 있는 어려움을 헤쳐나갈 때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억은 마을의 지혜가 된다.

🏷˝기억은 우리에게 지혜를 주기 때문이다. 지혜가 없었다면 원로 위원회에서 나를 불렀을 때 아무런 조언도 할 수 없었을 게다.˝(190쪽)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가 되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전달받는다. 기억 보유자가 되기 전에 ‘느껴야 하는 감정 나눔‘이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와닿는다. 조너스는 그중에서 제일을 사랑으로 꼽는다.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 있었으면 해요.˝
그러고는 재빨리 덧붙였다.
˝물론 그 방식으로는 마을이 잘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건 이해해요. 그리고 지금 우리 마을이 더 잘 조직되어 있다는 것도요. 어쩌면 사랑이란 살아가는 데 위험한 방식일지도 몰라요.˝(215쪽)

조너스는 위험하지만, 임무해제(죽음)를 불사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기억과 그에 따른 감정을 넘겨주기로 결정한다. 위험하다고 겪지 않으면, 그 경험은 끝내 내 경험일 수 없다.-악은 경험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말하자면, 그 사람들 방 안에는 불이 있었어요. 벽난로에 불이 타고 있었어요. 또 식탁에는 촛불이 있었어요. 왜 그런 것들이 금지되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마치 혼잣말이라도 하듯이 조너스는 천천히 말했다.
˝저는 그 사람들이 만든 불빛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그 따뜻함도요.˝(215~216쪽)

위험한 경험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를. 연우목자님이 늘 말씀하셨던, ‘위기‘는 ‘위험한 기회‘다. 위험에 방점을 둘지, 기회에 방점을 둘지는 내 몫이다.

기억 전달자는 조너스에게 기억을 전달하면서, 힘든 건 고통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 외로움이라고 말한다. 기억 전달자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을까.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건, 너무 가혹해 보인다.

🏷˝기억을 품는 게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고통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그러니까 기억은 함께 나눌 필요가 있어.˝(262쪽)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고통의 힘듦 때문이 아니라 외로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 사람들의 죽음은 ‘임무 해제‘라는 낱말을 쓴다. 임무 해제되는 사람들은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 체, 혹은 어렴풋이 알지만 담담하게 그 순간을 맡는다. 사명(임무)이 다하는 순간 하나님 앞에 서서 뭐라고 말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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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를 빌려드립니다 우리문고 29
데이브 코니스 지음, 한원희 옮김 / 우리교육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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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를 빌려드립니다](데이브 코니스/한원희 옮김, 우리교육)

권일한선생님 책 목록에 있던 책이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아할 책이라고 하셨던가. 엄청 와닿았던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밑줄 그은 부분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이 책은 [루저 클럽]처럼 책 제목이 엄청 나온다. 읽은 책보다는 안 읽은 책이 더 많았다. 여기서 바닥이 드러난다. 좀더 어릴 때 고전을 많이 읽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은 여고생이다. 졸업하기까지 한 해만 버티면 된다. 일탈을 즐기고 싶은, 반항하고 싶은 주인공의 독백이 주를 이룬다. 얌전히 졸업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책을 좋아하는데, 책이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꼽은 인생책이 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인생책이라.. 내 인생책은 뭘까. 책을 읽고 흘려보내면 인생책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책이 나를 읽는 경지가 되게 닳도록 읽어야 하지 않을까. 책이 나를 읽는 경지까지 이른 책이 있을까. 제일 많이 반복해서 읽은 책으로는 성경책밖에 내세울 게 없는데, 성경이 나를 변하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렸을 때부터 성경을 읽어서 그런 건지, 그냥 한 눈으로 읽고 한 눈으로 흘려서 그런 건지.

클라라는 가만 있지 않는다(주인공 이름이 클라라다.). 금서로 지정된 책들이 도서관에서 곧 사라질 것을 알고, 사서 선생님의 흐린 눈 아래 책을 빼돌린다. 책 표지는 다른 종이로 덮어씌워서, 책 제목이 뭔지 쉽게 알아보지 못하도록 했다. 클라라가 책을 숨긴 곳은 매우 특이한 장소다. 바로 사물함이다. 클라라는 책으로 전도했다. 이럴 때는 이 책을 읽어봐, 너에게는 이 책을 권해줄게, 어려서 그런지, 책에 푹 빠져서 그런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서슴없이 추천한다.

그런데 이 책들이 금서로 지정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좀 어이없다. 너네는 좋은 것만 봐야 돼, 라는 생각이다. 한 마디로 검열이다. 룽잉타이의 [아이야 천천히 오렴]이었나, 거기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아이니까 이 책은 보여주고, 이 책은 안 보여주기 위해 맨 위로 올려버리고, 그러면서 검열하는 자신을 발견했던 내용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일이 공적으로 발생한다. 심지어 성인이라는 타이틀을 몇 년 남겨 놓지 않은 아이들의 학교에서.

🏷나는 어떻게 럽튼의 어른들이 ‘너도 이제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니까 그에 걸맞게 행동해. 교복 입고 등교하고 수업에 집중해‘라고 말하는 동시에 ‘사실 너는 강간, 게이라서 왕따당하는 아이들, 복잡 난해한 인간의 상태, 인종차별주의를 논하는 책을 읽기에는 너무 어려‘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른들이 자기 기분에 따라 ‘넌 아직 어린 애야‘와 ‘너도 이제 다 컸어‘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은 피곤하고 화 나는 일이었다.(50쪽)

내가 아이를 대하는 게 이렇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기, 아가란 호칭을 아직 못 버리고(애가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아이에게도 가끔 아기라는 호칭을 쓴다. 일곱 살이나 먹었는데. 그러면서도, 할 줄 아는 게 점점 많아지니까 ˝어이구, 다 컸네.˝라는 말도 많이 한다. 우리 아이도, 다 컸다는 건지 어리다는 건지 혼란스러울 것 같다.

클라라는 교장선생님에게 금서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학교 선생님 중에서도, 금서로 수업하려다 해고되는 사람이 생긴다. 아마도 그 선생님의 말이었던 것 같은데, 이런 말을 했다.

🏷˝(중략) 과거를 돌아보며 타인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을 칭송하는 건 쉬워. 역사 속 저항은 현재의 저항보다 받아들이기 훨씬 쉽기 때문이야. 역사는 우리에게 요구하는 게 없어. 심지어 알아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지. 하지만 현재는 어때? 우리에게 모든 걸 요구하지.˝
(중략)
˝다음번엔, 이의를 제기하고, 반대하길 바란다. 그저 주어지는 대로 수긍하지 말고, 시간은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아. 사람이 이끌어내지. 시간은 거기에 적응할 뿐이야.˝(111쪽)

시간이 흐르면 다 해결된다는 말에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이라는 주어가 쏙 빠져 있다. 과거의 특정한 시각에 시간이 멈춘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클라라는 겉모습만 보고 친구(?)를 판단한 적이 있다. 그런 자신을 깨닫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두 번이나 그 애를 고정 관념으로 판단한 마당에, 그것도 한 번은 사과까지 하고 난 뒤에, 내가 다른 모든 톰, 해리와 다름없이 행동하면서, 사물함의 책들이 인생을 바꿔 줄 것이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인생을 바꿔 줄‘ 책에서 얻은 교훈을 실천하지 못하면서?(157쪽)

이 고민은 기독교인으로 사는 나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책을 예수님으로 바꾸면 말이 된다. ‘예수님이 인생을 바꿔 줄 것이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예수님에(게) 얻은 교훈을 실천하지 못하면서?‘

클라라가 아이들에게 금서를 빌려주면서 주변이 변한다. 클라라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금서가 아니라 양서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책을 빌려준 아이들에게 한줄평도 받는다. 클라라의 책 사업은 너무나 흥행해서, 클라라의 부모님도 이 일을 알기에 이른다. 걱정하는 부모님 마음, 뭔지는 잘 알겠다.

🏷˝우린 네가 공격받았다고 느끼면서 방어적이고 분노에 찬 인생을 살지 않기를 바란단다.˝
엄마가 덧붙였다.
˝세상에, 알았어. 알아들었다고. 정말이야. 내가 무슨 방화라도 저지른 것처럼...... 그만해. 방어적인 거랑 어떤 일에 저항하는 건 엄연히 달라.˝
˝먼저, 어떤 일에 저항하는 것보다 어떤 일을 옹호하는 게 더 중요하지.˝
˝내 말이 그 말이야.˝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확신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난 그 둘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엄마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온정과 패기. 믿음으로 맞서는 거야. 이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안 그래도 증오가 넘치는 세상에 네가 보태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미 충분하니까. 시위하거나 질문해도 좋아. 하지만 저항은 너도 모르는 사이에 증오로 바뀔 수 있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싶을 때 증오로 시작하는 것보다 나쁜 건 없지.˝(234-235쪽)

마지막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오늘은 ‘공교육 멈춤의 날‘ 1주기다. 변화를 만들어 내려고 다들 고군분투하셨다. 나는 이 일이 증오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슬픔으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된 일은, 증오보다는 슬픔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공격받았다고 느끼면서 방어적이고 분노에 찬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게. 왜 가끔은, 자기 자신을 알면 알수록 더 힘들어지는 걸까?˝
(중략)
˝자기가 믿는 게 뭔지 알기 힘들다는 것과 같은 이유겠지.˝(265쪽)

십대들이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누다니. 내가 십대였을 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도, 이 말의 반이나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다만, 마음 한켠의 찝찝함은 가시지 않았다. 아마, 이 글을 쓴 사람이 마지막 작가의 글에서 예수님께 감사하는데,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직 동성애가 달갑지 않다. 잘못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잘못을 하는 것과, 잘못된 일이 기호로 여겨져 잘못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불륜도 잘못이고, 동성애도 잘못이다. 성경이 그렇게 말한다. 둘 다 권징이 필요한 잘못이며, 돌이켜야 할 죄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은, 동성애자를 수용 내지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 책에 그 내용이 꼭 필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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