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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 30만 부 기념 개정판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24년 3월
평점 :
[기억 전달자](로이스 로리/장은수 옮김, 비룡소)
우리 교회 아이 한 명이 이 책을 좋아한다. 재독이랬나, 삼독이랬나. 어떤 점이 사람을 끌리게 만드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내게는 엄청 다가오는 책은 아니었는데, 독서기록을 남기거나 독서모임을 하면 달라질지 모르겠다. 그 아이에게 왜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멋진 신세계]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마을의 모든 것은 정형화되어 있다. 단 한 사람, ‘기억 전달자‘만 빼고. 마을의 모든 기억은 ‘기억 전달자‘만 갖고 있다. 그리고, 기억을 유지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 마을은 안전을 위해, 기억 전달자만이 기억을 가지도록 결정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기억할 기회를 빼앗은 건 정당한 일이었을까?
기억 전달자는 마을의 원로들과 함께 자신을 계승할 기억 보유자를 뽑는다. 기억 보유자로 조너스가 선정되었고, 조너스는 기억을 전달 받는다. 번역이 재미있는 게, 기억 전달자는 the giver, 기억 보유자는 the receiver다. 이건 조너스의 이야기 같은데, ‘기억 전달자‘라는 제목이 뜻하는 건 무엇일까?
기억 전달자는 가지고 있는 기억으로 마을에 있는 어려움을 헤쳐나갈 때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억은 마을의 지혜가 된다.
🏷˝기억은 우리에게 지혜를 주기 때문이다. 지혜가 없었다면 원로 위원회에서 나를 불렀을 때 아무런 조언도 할 수 없었을 게다.˝(190쪽)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가 되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전달받는다. 기억 보유자가 되기 전에 ‘느껴야 하는 감정 나눔‘이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와닿는다. 조너스는 그중에서 제일을 사랑으로 꼽는다.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 있었으면 해요.˝
그러고는 재빨리 덧붙였다.
˝물론 그 방식으로는 마을이 잘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건 이해해요. 그리고 지금 우리 마을이 더 잘 조직되어 있다는 것도요. 어쩌면 사랑이란 살아가는 데 위험한 방식일지도 몰라요.˝(215쪽)
조너스는 위험하지만, 임무해제(죽음)를 불사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기억과 그에 따른 감정을 넘겨주기로 결정한다. 위험하다고 겪지 않으면, 그 경험은 끝내 내 경험일 수 없다.-악은 경험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말하자면, 그 사람들 방 안에는 불이 있었어요. 벽난로에 불이 타고 있었어요. 또 식탁에는 촛불이 있었어요. 왜 그런 것들이 금지되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마치 혼잣말이라도 하듯이 조너스는 천천히 말했다.
˝저는 그 사람들이 만든 불빛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그 따뜻함도요.˝(215~216쪽)
위험한 경험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를. 연우목자님이 늘 말씀하셨던, ‘위기‘는 ‘위험한 기회‘다. 위험에 방점을 둘지, 기회에 방점을 둘지는 내 몫이다.
기억 전달자는 조너스에게 기억을 전달하면서, 힘든 건 고통을 경험하는 게 아니라 외로움이라고 말한다. 기억 전달자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을까.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건, 너무 가혹해 보인다.
🏷˝기억을 품는 게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고통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그러니까 기억은 함께 나눌 필요가 있어.˝(262쪽)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고통의 힘듦 때문이 아니라 외로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이 사람들의 죽음은 ‘임무 해제‘라는 낱말을 쓴다. 임무 해제되는 사람들은 뒤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 체, 혹은 어렴풋이 알지만 담담하게 그 순간을 맡는다. 사명(임무)이 다하는 순간 하나님 앞에 서서 뭐라고 말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