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옥성호의 부족한 기독교 3부작 시리즈 1
옥성호 지음 / 부흥과개혁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왜 기독교가 심리학에 물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제목부터가 자극적이지 않은가? 대학원 전공을 '상담'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이 책이 더 가깝게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술술 넘어갈 수 있었던 거고. - 파트 1을 읽을 때는 정말 [나니아 연대기] 읽을 때만큼이나 술술 넘어갔다.

들어가는 글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백금산목사님과 옥성호씨의 주고받은 메일 속에서 릭 워렌을 비판한다든지, 필립 얀시의 내용에 동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든지 하는 내용부터가 자극적이었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어쨌든, 혼란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은 파트 1, 2, 3.
심리학은 과학인가, 종교인가에 대해 주장을 전개해 나갈 때 처음에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거기에 대해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성경은 과학적인 것만 수용할 수 있는가? 성경은 과학책이 아닌데 실험과학(저자가 정의하고 있는 과학은 실험과학인 것 같다.)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럼 행동주의 상담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전제가 잘못 되었으면 결론도 잘못 되었다는 생각에 끝까지 읽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던 적도 있긴 했다.
그리고 이 사람은 프로이트와 카를 융의 정신분석이라는 심리학의 극히 일부분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또 신뢰를 잃었다. 심리학에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다. 물론 나 역시 프로이트나 융, 로저스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분석을 심리학으로 표현한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닌가 한다. 프로이트가 심리학의 뼈대를 세우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상담자 몇 명의 책을 바탕으로 심리학을 왈가왈부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의심스럽다. 일부러 참고도서를 훑어보았다. 거기에는 내가 상담 연수를 받으면서 들었던 이름으로 프로이트, 융, 로저스, 에릭 프롬밖에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펄스, 글래서, 엘리스, 번 등 심리학자가 얼마나 많은데..;;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심리학이 쓴 세 개의 가면에서는 공감을 했다. - 물론, 그 세 가면이 심리학의 핵심 요소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조금 껄끄럽긴 했다.
첫째, 자기 사랑. 한국교회는 자기 사랑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
자기 사랑을 합리화하기 위한 근거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많이 인용하는데, 그것이 성경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는 의견에 조금 놀랐다. 나는 그 말씀에 대한 그 해석을 거의 무비판적으로 수용했었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다 자기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지나치게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에 급당황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내 자존감.. 나는 나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하고 있었던 건가? 이것 역시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조금 있긴 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바른 자기 사랑이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바르지 않은 자기 사랑이 아니냐.. 바른 자기 사랑을 해야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둘째, 긍정적 사고(조엘 오스틴은 나도 개인적으로 안 좋아라 한다.)와 셋째, 성공의 법칙의 획득은 나름 받아들일 만했다.

저자의 비꼬는 말투가 조금 아쉬웠다. 주장하는 글에서 이런 말투는 반감을 사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로렌스 크랩의 '인간 이해와 상담'은 저자와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저자가 이 책은 보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심리학과 성경 연구에 대해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한 번쯤은 보아도 좋을 책. 단,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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