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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의 정체 ㅣ 창비아동문고 343
전수경 지음, 김규아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서평 [허수의 정체](전수경, 창비)
-창비 선생님 북클럽 6월 도서
표지의 글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 ‘동화집‘이라는 글만 보고 단편동화집이라고 생각했는데, 단편동화가 묶인 것은 맞지만 장편동화에 버금간다고 해야 할까. 이마저도 작가의 글을 보고 알았으니 북클럽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아무튼, 이 책은 단편동화와 장편동화 사이의 그 어디쯤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총 8개의 동화가 묶여 있다. 7개의 동화에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세세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 동화에서 이 아이들의 이름이 모두 나온다. 마지막 동화를 보면서 ‘어, 앞에 나왔던 아이 이름이 그대로 나오네. 같은 인물인가?‘라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둔한지.
마지막 이야기의 평화로운 것처럼 보이는(?) 반은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아이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님의 세심함에 감동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고민이 잘 드러나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아마 제목이 ‘허수의 정체‘가 아니었으면 허수는 정말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물로만 기록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님이 허수에 대해 마음을 쓰셔서 제목에도 허수가 들어간 게 아닐까.
🔖내가 꼽은 문장
🏷˝내가 그런 걸 왜 얘기해야 해? 하나만 물어보자. 너희는 우리 집이 어디이고, 엄마 아빠 회사가 어디인지가 왜 궁금한 거야? 그게 그렇게 중요해?˝(40쪽)
이런 질문은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의 의도와 달라진 채 변질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그 사람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질문은 아니겠지. 아무튼 허수의 등장으로 다양한 색을 띄게 되었고, 다른 아이가 전학왔을 때 그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다른 질문을 던졌으니 허수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허수는 거짓을 말했을지 몰라도.
🏷미안해. 현아가 달고 사는 말이다. 그래서 아무 느낌이 없었다. 현아는 쉽게 사람을 곤란에 빠뜨리고 쉽게 미안하다고 한다. 그 말을 하면 모든 잘못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처럼. 사과만 하면 다 없는 일이 되는 건가. 현아의 사과에는 진심이 없다. 타이밍도 최악이다. 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자는 척했다.(79쪽)
🏷나와 현아는 단짝이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며 멀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틀어졌다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우리는 여러 면에서 달랐고 각자 더 편한 친구를 찾았다. 엄마는 현아랑 친하게 지내라고 종종 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아가 버거웠다. 현아는 내 마음을 혜아리는 편이 아니었고, 상처를 줄 때가 많았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쉽게 한 말은 아니었다. 고민 끝에 낸 답이었다. 어릴 적 친구라고 계속 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상처를 받으면서 가까이 지낼 필요도 없다. 남이 뭐라든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88~89쪽)
친구 관계에서 다시 친하게 지내자는 말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는 확률, 얼마나 될까. 그런데 그렇게 선택한다는 내용이 놀라웠다. 단순히 ‘너랑 절교야.‘가 아니라(그리고 절교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에 이렇게 결정을 내릴 수도 있구나. 교사의 입장에서는 쉽게 하기 어려운 말이다.
🏷˝엄마, 할아버지는 예전과 같은 사람일까? 다른 사람일까?˝
할아버지는 해수가 아는 가장 단정하고 우아한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손주인 해수에게조차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픈 몸에 갇혀 꼼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해수는 달라진 할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웠다.
˝나라면 변한 모습을 보여 주기 싫을 것 같아. 나는 할아버지를 보는 게...... 미안해.˝(102~103쪽)
해수의 마음이 이해되어서 짠했다. 뒤에 나오는 할아버지의 마음도 알 것 같아서 짠했고.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제일 슬펐다.
다양한 아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아이들의 삶을 한 조각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의 이면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선생님들께 이 책을 권한다.
🔎<창비 선생님 북클럽>에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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